거문도 해저케이블 육양지점과 망사용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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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29]

세계 해저케이블 지도 ⓒsubmarinecablemap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지난주 일요일 거문도 트레킹을 하다가 우연히 ‘거문도 해저케이블 육양지점’ 표지석을 발견했다. 거문도 관련 안내책자에서는 보지 못한 장소여서 더욱 관심이 갔다. 해저케이블 설치는 육양 작업과 부설 작업으로 나누어진다. 육양 작업이란 먼바다에 있는 케이블 부설 본선에서 해안까지 케이블을 부설하는 작업을 말하므로, 거문도에서 본 육양지점은 바로 이 작업이 있었던 장소를 뜻한다. 표지석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영국의 거문도 점령 당시 1885년 중국 상해까지 해저케이블이 포설된 바 있으며 이는 이 땅에 육양된 2번째 전기통신시설이다. 1904년에는 일본의 사세보에서 중국의 대련까지 포설된 해저케이블이 이곳에서 직접 육양된 바 있다. 이는 거문도가 울릉도와 함께 극동의 통신 요충지였음을 뜻하는 것이며 이와 같은 역사적, 지리적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이곳에 표지석을 세운다.”

현재 거문도 육양지점은 이용되지 않고 부산, 거제도, 태안, 포항 네 곳이 다른 국가들과 연결된다. 국내에서는 1884년 부산과 일본 나가사키 사이에 처음 부설되고, 1855년 거문도와 중국 상해에 설치된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서야 해저케이블이 설치되기 시작하였다. 해저케이블 지도에서 현재 한국과 연결된 해저케이브블을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해저케이블이란 해저에 부설되어 전 세계를 연결해주는 통신망과 전력용으로 1850년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해협에 최초로 구리 케이블이 놓였다. 당시에는 98개의 단어를 모스 부호로 전송하는 데 무려 17시간이나 걸렸다. 이후 1956년 미국과 영국 사이의 동축케이블, 1989년 태평양을 횡단하는 광케이블로 발전하였다. 현재 인터넷과 모바일 트래픽의 99% 이상이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송되고, 인공위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표지석을 보면서 시나브로 SK브로드밴드(이하 ‘SKB’)와 넷플릭스가 벌이고 있는 망이용료와 관련한 소송이 떠올랐다. 이 소송의 핵심은 2018년 5월 트래픽 개선을 위한 일본 도쿄 IXP(인터넷 교환 지점)인 ‘BBIX’의 프라이빗 피어링을 누가 먼저 요청했는가이다. 2년 전 2020년 4월, 넷플릭스 본사와 한국법인(이하 ‘넷플릭스’)이 SK브로드밴드(이하 ‘SKB’)를 상대로 낸 SKB의 인터넷 트래픽과 관련한 ‘협상의무 부존재 확인’과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 1심(2021.6.25.)에서 패소하였다. 이에 넷플릭스는 바로 ‘채무 부존재 확인’에 대해 항소하였고 지난 5월 16일 9차 변론을 진행했지만, 별 진전은 없다. SKB가 제시한 전용 회선 구간에 대해 망 사용료 산정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대해 넷플릭스는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고, 망 사용료 산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다음 변론 기일은 7월 12일이지만 넷플릭스의 변화된 입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넷플릭스의 업무 공간을 언론에 공개하는 '넷플릭스 서울 사랑방' 행사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Netflix ⓒPD저널

해저케이블을 구축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이를 이용하는 데 비용이 들어간다. 이를 두고 SKB와 넷플릭스는 서로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초미의 관심사항이다.

국내에서는 정부부처와 국회도 내부에서 의견이 갈리고 있다. 국회는 20대에 이어 21대에서도 진전이 없다. 이와 관련 발의된 7건(야당 의원 4건, 여당 의원 2건, 무소속 의원 1건)의 전기통신사업법이 발의돼 있는데, 당초 강경했던 분위기가 ‘중립적’ 또는 ‘유보적’으로 후퇴하는 분위기도 보인다. 정부도 통신을 관장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통신사의 입장을, 콘텐츠를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웨이브 등 콘텐츠 제공사업자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통신사는 대규모 인터넷 트래픽을 일으키는 빅테크가 천문학적으로 치솟는 망 투자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콘텐츠제공사업자는 자체적으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망 이용대가를 내면 결국 콘텐츠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여기에서 티에리 브르통 EU 집행위원은 키노트에서 “막대한 (통신망) 투자를 공동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기존과 다른 입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난 13일 유럽의회는 대규모 통신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콘텐츠 공급자가 망사용료를 부담해야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처럼 한국·미국·유럽에서 촉발된 '망 공정 기여' 이슈는 베트남, 인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거문도 해저케이블 육양지점을 보면서 케이블 부설과 유지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될 것이고, 이에 대한 이용료도 상당히 부담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므로 SKB와 넷플릭스는 막대한 법률 비용을 들여서 장기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의 구글과 메타 등 디지털플랫폼과 뉴스제공자가 사용료 협상을 벌이도록 촉진하는 내용을 규정한 ‘미디어와 디지털플랫폼 의무 협상 규정’(News Media and Digital Platforms Mandatory Bargaining Code)‘은 호주 정부의 의지가 강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받는 것처럼 국내의 망 이용대가 분쟁도 정부가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접근했는지가 결국 중요하다. 콘텐츠 산업의 활성화가 이루어지도록 합리적인 결정이 국회에서 조속히 내려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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