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PD협회 “창작자 정당한 보상권 위한 저작권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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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협회 · OTT협회 등 사업자 법개정 반대 입장에 규탄 성명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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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엄재희 기자] 한국방송협회와 한국OTT협회 등으로 구성된 플랫폼연대가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권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 한국독립PD협회가 이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독립PD협회(이하 독립PD협회)는 27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에 따른 보상은 방송이나 영화 한 편당 기껏해야 20~30만 원으로 추정되는 수준이지만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독립PD들에게는 제작하던 프로그램이 종영되고 다른 프로그램을 찾는 기간의 생활고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큰 힘이 되는 금액이다”며 “이 쥐꼬리만 한 보상도 안 된다며 모든 사업자가 ‘플랫폼 연대’라는 이름으로 일사분란하게 반대를 외치는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고 했다.

창작자의 정당한 보상권은 영상물 저작자가 OTT 등에 IP(지적재산권)을 양도한 뒤에도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창작자가 양도 계약을 하는 초기에는 미디어 사업자에 비해 협상력이 약해 제대로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양도 후에도 저작물 수익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오징어게임’의  IP를 독점한 넷플릭스가 1조원대 수익을 올린 반면 제작사는 흥행 성적에 대한 대가를 받을 수 없는 점이 공론화되면서 성일종(국민의힘) 의원과 유정주(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지난해 저작권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유정주 의원의 저작권법 개정안을 보면 "영상물의 저작재작권을 양도한 자는 영상저작물을 제공한 결과 발생된 수익에 대하여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다.

독립PD협회는 “이제까지 영상 콘텐츠 창작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 방치하고 플랫폼 기업들만 지원해 온 결과, 영상 콘텐츠 제작은 3D 직종으로 전락해버렸고, 창작 기반의 붕괴는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상태”라며 “이대로 계속 간다면 국내 유통 플랫폼이 건재하건 말건, 영상 콘텐츠 산업의 근간인 창작자들은 고사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저작권법 개정안은 대한민국 영상 콘텐츠 창작 기반의 붕괴를 막고, K-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제 어려움에 처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보상금액 조정도 충분히 가능하니, 플랫폼 연대도 이 법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플랫폼 연대는 구태에서 벗어나 법률에 근거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앞서 지난 26일 플랫폼연대는 성명을 통해  “저작권법 개정안은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 위반, 사적자치 원칙을 위배할 소지가 있다”며 "실무적으로도 연출자, 각본가에게 콘텐츠로부터 발생한 손실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연출료, 집필료는 지급하고, 손실은 미디어 업계가 모두 부담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다음은 한국독립PD협회 성명 전문이다. 

2023년 6월 26일은 한국 방송영상 산업에서 매우 뜻깊은 날이다. 넷플릭스라는 거대 글로벌 OTT 앞에서 4분 5열 되어 지리멸렬하던 한국의 방송영상 사업자들이 드디어 일치단결하여 성명을 발표한 날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작년 하반기, 성일종 의원과 유정주 의원은 저작재산권을 모두 빼앗겨 작품이 인기를 끌어도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영상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방송사나 OTT 등 플랫폼 사업자가 방송 횟수에 따라 일정액을 보상하라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액을 보상하라는 것도 아니다. 방송이나 영화 한 편당 기껏해야 20~30만 원으로 추정되는 수준이다. 공중파의 인기 콘텐츠의 경우, 편당 광고수주액만 1억이 넘는 경우도 허다하니, 방송사 입장에선 그야말로 푼돈이다. 하지만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독립 PD들에게는 제작하던 프로그램이 종영되고 다른 프로그램을 찾는  기간의 생활고를 해결해 줄 수 있는 큰 힘이 되는 금액이다. 그런데 이 쥐꼬리만 한 보상도 안 된다고, 최소한의 보상을 보장하도록 하는 법안에 반대하겠다고 모든 사업자가 ‘플랫폼 연대’라는 이름으로 보무도 당당히 대동단결한 것이다. 정작 단합된 모습으로 맞서야 할 거대 글로벌 OTT 앞에서는 4분 5열 하더니,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창작자들을 위한 법 개정에 일사불란하게 반대를 외치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성명서의 내용은 씁쓸함을 넘어서 참담하다. 

성명서의 도입부에 “실무적으로도 연출자, 각본가에게 콘텐츠로부터 발생한 손실과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연출료, 집필료는 지급하고”라고 언급했는데, 방송 외주제작 현장의 열악함은 시청자들도 대부분 알고 있으니 일일이 열거하지 않겠다. 그런데, 20년 넘는 경력자가 주당 평균 60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시급으로 따지면 만원이 될까 말까 한 연출료를 받는 것이 ‘안정적 연출료’인가? 일상화되어버린 파일럿 · 시즌제 제작시스템, 프로그램 개편 때마다 상당수의 창작자가 실업자가 되어야만 하는데, 이것이 ‘안정적으로 연출료, 집필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것인가?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플랫폼 연대는 ‘사적 자치의 원칙’을 강조하며, 사적 자치가 우리 헌법의 최고 원칙인 양 호도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묻는다. 근로기준법,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소비자보호법 등은 다 위헌 법률인가? 게다가 방송법에도 사적 자치를 제한하는 규정이 있다. 그렇다면 방송법은 위헌 법률이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위헌 기관이란 말인가? 플랫폼 연대 소속의 방송협회는 이런 주장을 하기에 앞서 현행 방송법과 방송통신위원회를 헌재에 위헌 제소해야 하지 않는가? 

 유정주 의원과 성일종 의원의 법안은 단순히 창작자들에게 용돈 몇 푼 더 주자는 법안이 아니다. 창작자가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신규 입직을 유도하고, 창작 기반을 두텁게 하자는 법안이다. 이제까지 영상 콘텐츠 창작자들을 열악한 환경 속에 방치하고 플랫폼 기업들만 지원해 온 결과, 영상 콘텐츠 제작은 3D 직종으로 전락해버린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의 문제일 뿐, 창작 기반의 붕괴는 이미 카운트 다운에 들어간 상태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국내 유통 플랫폼이 건재하건 말건, 영상 콘텐츠 산업의 근간인 창작자들은 고사될 수밖에 없다. 영상 콘텐츠 산업은 AI와 그에 기반한 로봇으로 대체될 수 없는 창작노동 산업이고, 이주노동으로도 대신에 할 수 없는 노동집약 산업이기도 하다. K-콘텐츠의 주역인 창작자들을 보호하고 창작 기반을 두텁게 하는 것이 결국 플랫폼 사업자의 미래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이 ‘법안만 보류시켜 주면 사회적 합의를 하겠다’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선 헛웃음 밖에 안 나온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는 이미 2018년부터 있었다. 박환성, 김광일 PD 사망 사건을 계기로, 2018년부터 방송통신위원회 중재로 외주제작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합의 시도가 있었다. 그 5년 동안, 방송협회와 그 회원사들은 제작비나 연출료 인상은 물론, 다른 종류의 어떠한 보상이건 철저히 외면해왔다. 그들이 전면에 내세운 이유가 바로 ‘강제하는 법률이 없다’였고, 이와 같은 주장은 지난 5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바뀐 적이 없다. 즉, 법률이 없으니 의무가 없고, 의무가 없으니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이제 와서 ‘법안만 보류해 주면 자발적으로 합의’를 하겠다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결론은 명확하다. 두 의원의 법안이 6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 소위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어, 최대한 빠르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 이것만이 대한민국 영상 콘텐츠 창작 기반의 붕괴를 막고, K-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사회적 합의도 이 법안이 법률로 명문화되어야 가능하다. 시행령 마련을 위해서도 사회적 합의는 필수이고, 법안 부칙에 따라 공포 후 6개월 안에 사회적 합의가 완료되어야 하므로, 시간 끌기도 불가능하다. 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실제 어려움에 처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보상금액 조정도 충분히 가능하니, 플랫폼 연대도 이 법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플랫폼 연대는 구태에서 벗어나 법률에 근거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2023년 6월 27일

사단법인 한국독립PD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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