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출범 4년만에 위기, TBS 어떻게 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기투항’에도 서울시의회 추경안 부결 …임금 삭감 · 인사개편 예고

ⓒTBS

[PD저널=엄재희 기자] “TBS 혁신안은 그동안 지적된 공정성 문제를 해소하기엔 미흡했고, 출연금이 지원된다 하더라도 2024년 이후의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출연은 무의미하다”

이종환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국민의힘)은 26일 열린 제6차 정례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73억원 규모의 ‘TBS 출연 동의안’ 안건을 표결에 붙였다. 민주당 시의원 3인이 퇴장한 가운데, 재적의원 9인 중 6인 반대로 안건은 부결됐다. 출연금 삭감으로 경영난에 빠진 TBS는 ‘정치권력에 백기투항’이라는 평가를 받은 혁신안까지 내놓으며 추가 예산을 확보하려 했으나, 그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시사프로그램을 폐지하고 서울시정에 발맞춘 방송을 하겠다는 사실상의 ‘투항 선언’은 무용지물이었다.

TBS는 방송 존폐의 기로에 섰다. TBS 한 관계자는 “8월부터는 케이블TV와 IPTV, 라디오 송출을 위해 통신사에 내는 전용회선 사용료와 송신소 임차료도 지급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체가 2~3달 쌓이면 계약이 해지된다”고 했다. ‘방송 송출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TBS는 임금 20%를 삭감해 제작비와 운영비를 충당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금 TBS 내부는 잔뜩 움츠러든 상태다. 일부 경영진이 “TBS 내부 구성원들의 데스킹 능력과 자질이 부족해 시사 프로그램 편성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는데도 노조 등은 공개적인 대응을 하지 않았다. TBS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에는 어떤 빌미도 주지않고 시의회의 판단을 기다리자는 분위기였다”라고 전했다.

‘불편한’ 프로그램 없애려고 ‘속전속결’ 조례 폐지
TBS는 서울시 산하 교통방송본부에서 2020년 2월 독립된 미디어재단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그러나 2년 뒤인 2022년 6.1 지방선거 직후 변곡점이 찾아왔다. 서울지역 공영방송을 목표로 기지개를 켜려 하는 순간 위기를 맞이했다.

서울시의회 112석 중 76석을 차지한 국민의힘은 개원 첫날인 7월 4일 제2호 의안으로 ‘TBS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조례안’을 발의했다. TBS를 서울시 출연기관에서 제외하는 안으로, TBS 전체 예산에서 70%를 차지하는 출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방송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TBS 지부원 등이 지난해 9월 26일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위법한 TBS 조례폐지안 즉각 철회, 지역공영방송특위 설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TBS 지원조례 폐지배경으로 방송 환경 변화를 꼽았지만, 그 이면에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비롯한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5년 동안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한 시사프로그램 <뉴스공장>은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논조를 취하며 권력의 눈엣가시가 됐다. 이와 동시에 진영 논리를 앞세운 ‘불공정 방송’이라는 꼬리표도 함께 붙었다. 이와 동시에 객관성을 내세우는 전통적인 시사프로그램의 형식과 거리가 있는 <뉴스공장>에 대한 언론계 내부의 싸늘한 시선이 존재한 것은 사실이다.

서울시의회는 속전속결로 TBS 지원조례 폐지 절차를 밟아나갔다. TBS 소관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조례발의 5개월 만인 11월 15일 ‘TBS 조례 폐지안’을 의결했다. TBS 구성원들과 언론단체 등의 반발이 거셌지만, 서울시의회는 이날 바로 본회의에 조례안을 상정했고, 민주당 시의원이 퇴장한 가운데 국민의힘 단독으로 안건을 처리했다. 'TBS 설립·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2024년 1월 시행' 내용이 담긴 단 두 줄짜리 조례로 TBS는 존폐의 기로로 내몰렸다.

재편된 TBS, 생존 위한 ‘백기투항’
<뉴스공장>은 2022년 12월 30일 마지막 방송을 하고 문을 닫았다. 진행자 김어준 씨는 유튜브에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라는 시사 채널을 개설해 종영 10일 만인 이듬해 1월 9일부터 방송을 다시 시작, 지금까지 130만 구독자를 확보하며 인기 시사 유튜브로 자리잡았다. 같은 날 종영된 <신장식의 신장개업>의 신장식 변호사는 MBC로 자리를 옮겨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하이킥>은 방송 3개월만에 라디오 청취율 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간판 프로그램 종영에 이어 TBS 경영진도 교체됐다. TBS 법인화를 주도한 이강택 전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후임으로 온 정태익 현 대표이사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SBS 라디오센터장 출신인 정 대표이사가 TBS를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제작비 0원’ 사태에 직면한 TBS 경영진은 지난 12일 방송 개편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언론을 향해 그동안의 방송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또 청취율을 견인하던 아침저녁 시사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생활정보로 구성된 예능 프로그램 및 서울시 정책을 반영하는 프로그램 편성을 예고했다.

'TBS주민조례제정추진운동'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TBS주민조례제정추진운동'이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TBS 혁신안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재원 구조 한계 극복이 관건
TBS는 조례를 통해 독립법인으로 운영되었지만 재원의 70%를 서울시에 의존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한계가 이번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의회에 의해 한 방송사가 존폐 기로에 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 발생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서울시는 TBS의 출연금을 2021년 375억원에서 2023년 232억원으로 2년 만에 143억 삭감했다. 예산이 40%가량 줄어들자 TBS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유선영 TBS 전 이사장은 올해 1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TBS가 시도한 시민참여형 공영방송 모델은 결과적으로 제도와 재원의 미비로 인해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TBS 지원조례가 폐지되는 2024년부터는 출연금이 전면 중단된다. TBS는 남은 6개월의 기간 동안 다시 타협책을 통해 서울시 지원 조례 재제정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당장 임금삭감에 대한 노사협상과 고강도 인사개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