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 방한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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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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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넷플릭스의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Ted Sarandos)가 지난 6월 말 한국을 찾아 두 개의 공개 간담회에 참석했다. 넷플릭스가 한국에 론칭한 2016년 6월에 당시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최고 콘텐츠 책임자(CCO)의 자격으로 방한한 이후 처음이니 7년 만에 한국에 왔고, 공동 CEO가 돼서는 처음이다. 아마도 이렇게 짧은 시간에 K-콘텐츠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글로벌에서 흥행을 이어가는 모습에 놀랐을 것이다. 그는 2020년 7월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와 함께 공동 CEO로 임명되었고, 올해 1월에는 리드 헤이스팅스가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이 되면서 새로 공동 CEO가 된 COO(최고 운영 책임자) 출신의 그렉 피터스(Greg Peters)와 함께 넷플릭스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필자는 첫 번째는 유튜브를 통해 시청하고, 다음 날은 현장에 있었다. 두 개의 행사를 보고 들으면서 들었던 소감을 정리했다.

서랜도스는 6월 21일 ‘넷플릭스&박찬욱 with 미래의 영화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학생이 자기와 같은 “22살에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고 서랜도스는 “대학을 중퇴하고 비디오 가게에서 일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비디오 가게에서 일한 경험이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대학도 중퇴하고 비디오 대여점에서 일하다가 넷플릭스에 들어가 20여 년을 헌신하고 넷플릭스의 공동 CEO가 되었으니 정말 입지전적 인물이다. 영화광을 뜻하는 시네필(Cinephile)은 많지만, 유통 쪽에서 일하면서 전문성을 살려 세계적인 CEO가 된 인물은 매우 드물다.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다 세계적인 감독이 된 쿠엔틴 타란니노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그는 콘텐츠를 보는 선구안을 갖고 콘텐츠를 선택하는 영역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전문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는 10대에는 애리조나주에서 2번째로 연 비디오 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가게에 있던 900편의 영화를 다 봤다고 한다. 이 경험이 비디오 대여를 할 때 추천해 줄 수 있었고, 넷플릭스가 개발한 추천 시스템인 시네매치처럼 추천의 정확도가 높아 고객에게 인기가 많았다. 렌들 박이 주연으로 나오는 <블록버스터 살리기>라는 10부작 시트콤의 주인공과 싱크로율 100%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애리조나 주립대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는데 적성과 맞지 않아 자퇴하고 애리조나 비디오 카세트 웨스트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1983년부터는 매니저로 일했다. 1988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큰 비디오 배급사의 하나인 ‘이스트 텍사스 디스트리뷰터스’의 서부지역 책임자가 되었다. 이후 넷플릭스로 옮기기 전인 2000년 3월까지 500개의 체인을 갖고 있는 ‘비디오 시티/웨스트 코스트 비디오’에서 비디오와 구매 담당 부사장으로 일했다.

넷플릭스 CEO 테드 서랜도스 ⓒ뉴시스

헤이스팅스는 1999년 <비디오 비즈니스> 전문지에 서랜도스가 소개된 기사를 보고 직접 만나서 스카우트를 제안했고, 서랜도스는 2000년부터 넷플릭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처음 우편으로 DVD를 보내주는 일을 했을 때, 서랜도스는 새로 나온 영화의 DVD를 구입 개수를 결정했고, 스트리밍을 시작한 뒤에는 어떤 드라마나 코미디를 구매할지 결정했으며, 오리지널을 만들면서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결정했다.

6월 22일에는 ‘넷플릭스와 한국 콘텐츠 이야기’에 참석하여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했다. 서랜도스는 모두 발언에서 “한국 콘텐츠가 세계에서 사랑받는 여정을 함께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어 매우 기쁘고 또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한국의 콘텐츠 생태계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콘텐츠의 내일을 위해 파트2’에서는 VFX 업체의 손승현 웨스트월드 대표와 홍성한 스캔랜라인/아이라인스튜디오 코리아 지사장이 참석하여 경험을 듣고 의견을 피력했다. 넷플릭스는 한국에서 <오징어 게임> 등 로컬 제작을 통해 효과를 많이 봤기 때문에 우수한 제작 인력의 중요성을 깨닫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4월 27일 미국 워싱턴에서 콘텐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와 체결한 ‘콘텐츠 산업 인력 교류 및 K-콘텐츠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성균관대학교에서 약 600명이 참석한 ‘N Production Story’ 워크숍을 개최했다. 주된 내용은 넷플릭스의 제작 운영 시스템, 포스트 슈퍼바이저 업무 등 넷플릭스 프로덕션 사례 공유, VFX(시각특수효과), 가상 프로덕션 운영 등, 새로운 제작 기술 소개, 프로덕션 운영을 위한 인력 양성 및 예산 운영 방안 등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투자를 지속해 주기를 바란다.

ⓒPD저널출처 : PD저널(http://www.pdjournal.com)
넷플릭스 ⓒPD저널

‘한국 콘텐츠의 내일을 위해 파트1’에서는 임승용 용필름 대표, 김지연 퍼스트맨스스튜디오 대표, 변승민 클라이맥스 대표, 김수아 시작컴퍼니 대표가 패널로 참석하여 넷플릭스 오리지널 제작 경험과 건의 사항을 청취하고 답변했다. 변승민 대표가 중요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속가능한 창작을 할 수 있도록 수익적인 부분에서도 창의적인 룰이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했는데, 서랜도스는 “넷플릭스가 시장 최고 수준으로 보상하고 있고, 시즌2가 나올 경우 시즌1의 인기를 계산해 보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스토리에 따라서는 <더 글로리>처럼 시즌2를 만들기 어려운 콘텐츠도 있는데, 이런 콘텐츠는 더 이상 추가 수익의 기회가 없다. 미국처럼 재상영분배금(Residuals)을 한국에서도 전향적으로 지급해야 제작진으로부터 이러한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션인 ‘미디어 Q&A’에서는 상당히 많은 질문이 이어졌다. 그중에서 망사용료 분쟁과 관련해 서랜도스 CEO는 “ISP(인터넷 서비스 제공 사업자)와 CP(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더 좋은 창작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협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했다. 한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므로 큰 틀에서 검토하여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빨리 정리했으면 한다.

넷플릭스는 190개 국가의 2억3250만 명 가입자를 상대로 동시에 공개하면서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를 높이고, 기존 한국의 방송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소재도 제작하고, 창작 생태계를 존중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많이 했다. 반면에 제작비 급상승, IP 독점, 추가 수익 분배, 망 사용료 분쟁 등의 부정적 영향도 있다. 테드 서랜도스가 직접 한국에 와서 많은 의견을 들었으니 앞으로 더욱더 상생하는 파트너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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