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D에서 주목 받은 글로벌 다큐멘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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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팩트 캠페인’ ‘자전적 다큐’도 주목
중국 대형 다큐 프로젝트들 눈애 띄어

Sunny Side of The Doc 2023 행사 모습 ⓒSSD

[PD저널=김준성 다큐멘터리 감독] 최근 프랑스에서 열리는 ‘서나 사이드 오브 닥(Sunny Side of Doc, 이하 SSD)’ 뉴 보이스 피치 부문에 공식 초청되어 현지에서 경험한 나흘 간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SSD는 1990년 시작된 다큐멘터리 인더스트리와 TV 마켓을 혼합한 형태를 띠고 있다. 제작단계의 글로벌 프로젝트들은 공동제작자를 찾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모이며, 제작이 마감된 프로그램들은 서로 다른 국가의 시장에 판매 및 구매를 한다. 매년 6월 중순 프랑스의 파리에서 고속열차로 3시간 정도 떨어진 서부 해변 마을인 라로셸(La Rochelle)에서 열리는데, 행사장이 해변 바로 옆에 있기에 참가하는 사람들 모두 밝고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총 64개국 1000여개의 프로덕션과 세일즈 디스트리뷰션 및 방송사가 참여하여 2000명 이상의 인원이 참가했다.

SSD는 유럽 중심의 마켓이지만, 이번에는 대형 중국 프로젝트가 눈에 띄게 많았다. 여러 유럽 채널의 현수막 가운데에 중국의 프로젝트들이 걸려 있고, 메인 홀에는 TV 방송사 및 세일즈 디스트리뷰션의 부스 중 가장 크게 자리한 중국 파빌리온이 인상이 깊었다. 특히, 중국 CCTV가 첫날 가장 큰 행사인 오프닝 칵테일 파티를 주관했다. 

아시아 다큐멘터리를 지원하는 일본의 NHK도 큰 부스를 차리고 행사 및 공동제작을 위해 참여했다. 두 이웃 나라의 공격적인 행보를 보니, 글로벌 콘텐츠 마켓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국 영화와 방송 콘텐츠 위치에 걸맞게, 이른 시간 안에 한국 다큐멘터리도 세계의 인더스트리 및 마켓과 함께할 날을 기대했다.

TV 방송사 및 세일즈 디스트리뷰션의 부스 중 가장 크게 자리한 중국 파빌리온 부스. ⓒPD저널
TV 방송사 및 세일즈 디스트리뷰션의 부스 중 가장 크게 자리한 중국 파빌리온 부스. ⓒPD저널
Sunny Side of the Doc 2023 ⓒSSD
Sunny Side of The Doc 2023 ⓒSSD

 

이번 SSD의 피치 행사에는 총 7개 분야(환경, 글로벌 이슈, 예술·문화, 역사, 임팩트 캠페인, 뉴 보이스), 42개 부문(각 분야당 6개 프로젝트)의 프로젝트가 초청되었다. 임팩트 캠페인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최근 다큐멘터리에서 강조되는 영역 중 하나다. 다큐멘터리가 단순히 스크린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전반에 걸쳐 선한 영향을 주는 선전 혹은 광고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함이라는 소재를 가진 필자의 다큐멘터리 또한 많은 임팩트 캠페인 협회 및 카운셀러로부터 미팅 의뢰가 왔다. 임팩트 캠페인은 프로덕션과 같이 기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조언을 받았고, 환경 주제 다큐멘터리에는 필수 작업이라는 점을 배웠다.

그리고 유럽의 세일즈 에이전시와 미팅을 하면서 예술·문화가 하나의 주요한 카테고리로 자리잡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한 예술가를 중심으로 그들의 예술세계를 알아가는 다큐멘터리가 마켓에서 강세였다.

필자인 김준성 감독(무대 가운데)이 신진 다큐멘터리 피칭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PD저널
필자인 김준성 감독(무대 가운데)이 신진 다큐멘터리 피칭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PD저널

다음으로 필자가 참가한 신진 다큐멘터리 메이커(장편 1,2편 경험의 감독 중심)의 뉴 보이스 카테고리를 통해 다큐멘터리의 최근 트렌드를 간접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6개의 프로젝트는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아프가니스탄, 덴마크, 브라질 등 다양한 지역에서 제작되었고, 특히 필자의 이목을 끌었던 작품은 브라질의 <COPAN>이었다. 정갈하고 담백한 프레이밍이 돋보이는 이 작품은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브라질 내 최대 거주 단지에 관한 이야기다. 1966년 완공된 코판내에서 각계 각층의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룰라와 보우소나루가 경합한 브라질 대선을 그리는 동시에 거주 단지 내에 독재와 같이 형성된 동장 선거를 평형적으로 붙여내 흥미롭게 담아냈다.

       

SSD에 참가한 신진 다큐멘터리 메이커인 뉴보이스 부문에 출품된 프로젝트. ⓒ SSD 홈페이지
SSD에 참가한 신진 다큐멘터리 메이커인 뉴보이스 부문에 출품된 프로젝트. ⓒ SSD 홈페이지

 

감독 본인의 목소리를 담은 자전적 형태의 다큐멘터리가 다수를 차지하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본 카테고리 우승작 <Life in the shadow>는 아프가니스탄의 한 초등학교 미사일 폭격에서 살아남은 감독 본인이 다시 한번 본교를 찾아가서 펼쳐지는 이야기고, 스웨덴 작품 <Framing Her>는 감독이 세계에 있는 여성 감독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동시에 여성 창작자로의 본인의 여정과 생각을 담아내는 다큐멘터리였다. 그리고 뉴 보이스 섹션의 주제들은 다양했다. 환경과 정치 그리고 개인사를 넘나들며, 경계의 모호한 지점에서 목소리를 찾고자 하는 모습들이 다큐멘터리의 트렌드가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짧은 나흘 간의 시간이었지만 SSD를 참가하면서 글로벌 트렌드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전히 다큐멘터리 산업의 중심에는 TV 방송국이 굳게 자리 잡고 있었지만,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방송사가 다큐멘터리 슬롯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인더스트리 및 페스티벌의 예산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도입과 함께 다큐멘터리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한때 다큐멘터리의 르네상스 시대가 온다고 생각하였지만, 오히려 다큐멘터리 제작환경은 더욱 더 어려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오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는 창작자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조금 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인더스트리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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