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 폭력의 시스템과 마주한 여성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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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TV 월화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이 여성들을 통해 꼬집는 세상의 폭력

지니TV 월화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두 여성이 있다. 한 명은 넓은 마당이 있는 전원주택에 산다. 다른 한 명은 마당은커녕 다닥다닥 붙어있어 층간소음으로 매일 같이 신고가 들어오는 낡은 아파트에 산다. 그렇다면 전원주택에 사는 여성은 행복하고, 낡은 아파트에 사는 여성은 불행할까. 그렇지 않다. 지니TV 월화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이 그리고 있는 두 여성, 문주란(김태희)과 추상은(임지연)은 똑같이 불행하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사는 문주란은 그 마당에서 참을 수 없는 썩는 냄새를 맡는다. 그 냄새는 불안을 자극하고 시체가 마당에 묻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참을 수 없어 파헤친 마당에서 덜컥 여자로 보이는 시체의 손이 나온다. 무서워 더 이상 파헤치지 못하고 남편 박재호(김성오)에게 이야기하지만 남편은 그건 시체의 손이 아니라 작업을 한 이들이 묻어놓고 간 장갑이라고 말한다. 분명 손을 봤다고 생각하는 문주란은 이제 남편까지 의심한다. 마침 그날 밤 남편을 낚시터에서 만나기로 했던 김윤범(최재림)이 물에 빠진 변사체로 발견되자 문주란은 남편이 그를 죽인 건 아닌가 하는 의심과 불안에 사로잡힌다.

지니TV 월화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지니TV 월화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한편 낡은 아파트에 사는 추상은은 남편 김윤범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당해온 여성이다. 심지어 임신한 상황에서도 폭행을 당하고, 딸기가 먹고 싶지만 차마 사 올 수 없어 딸기 아이스크림을 사다 먹을 정도로 피폐한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낚시터로 간 남편이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슬퍼하기는커녕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 못 먹던 딸기도 챙겨 먹고 상가에서도 국밥을 맛나게도 먹는다. 그간 억눌렸던 욕망의 분출이랄까. 끝없이 먹어대지만 추상은의 허기는 채워지는 것 같지 않다. 더 큰 허기를 느낀다.

즉 마당이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이 문주란도 추상은도 모두 폭력에 마주해 있다. 문주란에 행해지는 폭력은 남편의 교묘한 가스라이팅이다. 남편에게서는 분명 범죄의 냄새가 난다. 하지만 이를 은폐하기 위해 아내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식으로 몰아간다. 우울증 약을 먹게 하고 그런 의심을 갖는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든다. 추상은은 대놓고 벌어지는 남편의 폭력을 당한다. 아이까지 가졌지만 남편의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그 폭력은 트라우마를 만든다. 큰 소리만 들어도 남편에게 맞았던 충격적인 기억들이 떠올라 숨도 못 쉬는 상태가 된다. 그래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과민한 대응을 보이기도 한다.

지니TV 월화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김윤범이 죽고, 마치 그 유력한 용의자로 박재호가 지목되고 있어, 그들의 아내인 추승은과 문주란은 마치 대결구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즉 문주란은 자신의 남편이 그런 범죄자라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고 또 마당이 있는 집처럼 평온한 가정을 어떻게든 유지하려 한다. 하지만 김윤범이 자살이 아니어야 보험금을 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추상은은 문주란을 찾아와 그 날 밤 낚시터에서 박재호가 자신의 남편을 죽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박재호를 협박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박재호는 자신을 협박해오는 추상은에게 “어떻게 그 무거운 시체를 옮겼냐”고 묻는다. 추상은이 남편을 죽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주란과 추상은은 남편들이 얽힌 사건으로 인해 대척점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둘 다 남편들의 거짓과 폭력 앞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두고 보면 연대해야 할 대상이다. 이미 김윤범은 죽었지만 남은 박재호는 문주란도 또 추상은도 넘어야 할 공동의 대결상대가 되기 때문이다. 문주란은 가스라이팅을 해온 남편의 실체를 받아들이고 이를 극복해야 하고, 추상은은 자신을 의심하는 박재호와 맞서야 한다.

지니TV 월화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

<마당이 있는 집>은 이처럼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지만 똑같이 처한 폭력 앞에 두 여성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가 궁금해지는 드라마다. 그건 마치 자본화된 세상에서 남편들로 대변되는 폭력의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세계에 두 여성이 어떻게 대응해나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이들은 과연 시스템이 바라는 대로 여성들끼리의 대결을 이어갈까, 아니면 시스템과 맞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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