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장관직 걸겠다'는 장관...국민 무시하는 언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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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국가세력' 대통령 발언 이어 장관직으로 내기하는 장관
품격 잃은 고위 공직자의 거친 언행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 ⓒ뉴시스

[PD저널= 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대한민국 국민이 이토록 무시당한 적이 있던가. 이 땅의 대통령, 장관들은 국민에 대한 예의조차 없이 ‘장관직을 걸겠다’ ‘정치생명을 걸겠다’ ‘목숨을 걸겠다’는 식으로 투전판의 내기꾼처럼 막말을 내뱉고 있다. 대통령은 그 정도가 더 심해 비속어도 거리낌이 없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최근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대해 “노선 검토뿐만 아니라 도로 개설 추진 자체를 이 시점에서 전면 중단하고 백지화하겠다”고 충격적인 발표를 했다. 여기서 원 장관은 “이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우리가 말릴 방법이 없다”며 “저는 장관직을 걸 뿐만 아니라 정치 생명을 걸겠다. 대신 고발 수사 결과 민주당이 제기한 의혹들이 근거 없고 무고임이 밝혀지면 민주당은 간판을 내려라”고 주장했다.

주무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성실히 설명하면 된다. 국책사업을 장관이라고 멋대로 백지화할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공직자는 국민에 대해 성실한 해명, 책임지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장관직은 판돈처럼 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발상 자체가 국민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아닌 오만한 벼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원 장관뿐만 아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관련 논의를 위한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장관이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관련 논의를 위한 실무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리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의 설전에서도 국민이 듣기 민망한 발언들이 나왔다. 김 의원이 한 장관에게 청담동 술자리 관련 음성 녹취록을 공개하고 술자리에 갔는지 질의하자 한 장관은 “의원님 저는 다 걸겠다. 의원님 뭐 거시겠나? 저는 법무부 장관직 포함해서 다 걸겠다. 의원님 뭐 거시겠나? 거시는 거 좋아하시잖나?”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장관과 국회의원들의 설전은 있을 수 있고 고성도 오갈 수 있다. 그것은 오직 진실을 위해 서로 묻고 해명하거나 주장하는 것이지 감정적 대립, 대결을 넘어 무엇을 걸라는 식은 본질을 벗어난다. 고위 공직자의 첫 번째 덕목은 자기절제와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본다. 장관의 이런 오만하고 절제되지않은 어법은 윤석열 대통령과 많이 닮아있다. 윤 대통령의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언행이 국무위원들에게 전염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이 얼마 전 자유총연맹 행사에서 한 발언은 대통령의 언어와 품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그는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 또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편이 되어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하여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읍소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고 연설했다. 우선 그는 ‘반국가세력이 너무 많다’를 두 번씩이나 반복하여 강조했다. 국민 상당수를 반국가세력으로 매도하며 분열적 언어로 과장, 비약하고 있다, 도대체 누가 반국가세력이란 말인가. 구체적 증거도 없이 막연하게 국민 다수를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는 대통령의 화법이 위태롭다. 국민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대통령, 장관의 화법은 심각한 문제다.

이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지난해 9월 해외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사고는 우연이 아니었다. 언론이 보도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 팔려서 어떡하나"라는 발언을 대통령실에서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으로 둔갑시켰다. 국민 모두를 상대로 거짓말하려는 대통령실의 몸부림이 허망했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뉴시스

해명이 ‘바이든 날리면’으로 논란을 만들었지만 ‘이 XX들’이라는 욕설이 미국 의회가 아니라 한국의 더불어민주당을 향했다는 해설이 더 기가 막혔다.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지 않았던가. 어떻게 대통령의 입에서 자국 국회의원들을 향해 ‘이 새끼들’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 언어의 품격과 한국정치 수준을 전 세계적으로 망신시킨 사례가 아닌가.

그 분풀이를 엉뚱하게 첫 보도를 한 MBC에 화살을 돌려 취재기자에게 대통령 전용기를 태우지 않은 것은 전 언론사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공분을 살 정도의 사안이었다. 대통령의 이런 언행은 감사원의 무차별 감사행태로 나타나고 있다.

고위 공직자의 무례하고 거친 언행이 감사기관, 수사기관과 손발을 맞추면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공포정치, 압수수색정치가 판을 치게 된다. 겁박 정치는 잠시 움추러들게 할 수 있으나 오래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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