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작가 동반 파업...쟁점은 '리지듀얼'과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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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31]

ⓒSAG-AFTRA
ⓒSAG-AFTRA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이 지난 13일 자정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배우의 파업은 1980년 이후 43년 만이고, 5월 2일에 시작한 작가 노조(WGA) 파업과 함께 동시에 진행되는 파업은 1960년 이후 63년 만이다. 그만큼 헐리우드의 콘텐츠 산업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대변한다. SAG-AFTRA은 지난 한 달여 영화·TV제작자연맹(AMPTP)과 협상을 벌였지만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했다. 이번 파업은 어느 정도 예견되었다. 쟁점이 유사해서 그런지 일찍부터 SAG-AFTRA는 WGA의 파업을 지지해 왔기 때문이다.

SAG-AFTRA는 약 16만 명의 배우, 아나운서, 방송 기자, 댄서, DJ, 뉴스 작가, 뉴스 편집자, 프로그램 진행자, 인형극가, 녹음 아티스트, 가수, 스턴트 연기자, 성우 및 기타 미디어 전문가를 대표 거대 노동조합이다. 2012년에 1933년 창립된 영화배우 노조인 SAG와 1937년 설립된 TV와 라디오 노조인 AFTRA가 통합되었다.

SAG-AFTRA 회장 프랜 드레셔는 파업에 돌입하면서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피해자입니다. 우리는 매우 탐욕스러운 AMPTP에 의해 희생당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반면, AMPTP 측은 3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최저 임금을 인상했으며 해외 재상영분배금에 대해서도 76%나 인상했다고 밝혔다. 또한 연금·건강보험료 상한액을 대폭 인상하고, 배우의 디지털 초상권을 보호하는 획기적인 AI 대책을 제안했음에도 배우조합이 파업에 들어갔다고 피력했다.

ⓒSAG-AFTRA

이번 SAG-AFTRA의 파업의 쟁점은 크게 두 개로 WGA 파업에서도 주요 이슈이다. 하나는 OTT에서 리지듀얼(Residuals)이다. 리지듀얼은 영화나 TV 프로그램이 극장 개봉이나 첫 방송 이후에 다른 플랫폼에서 상영하거나 방송될 때 배우, 작가, 감독 등에게 분배되는 금액을 말하며, 국내에서는 주로 재상영분배금이라고 번역한다. 배우들이 넷플릭스, 디즈니+ 등 OTT 업체에 저작권이 귀속되면서 리지듀얼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화제작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의 10명의 단역 배우들은 회당 1,000달러 미만의 출연료를 받았고, 그중 한 명인 마일스의 올해 받은 리지듀얼은 약 20달러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다른 하나는 AI의 사용이다. 배우들은 자신의 외모나 목소리를 AI가 학습하여 유사하게 사용되고, 이에 따라 배우의 역할을 AI가 잠식할 것에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인디아나 존스 5>에서 해리슨 포드의 젊은 시절 얼굴은 AI가 만들었고, 브루스 윌리스를 AI로 합성한 광고가 배우와 합의 없이 제작되기도 했다. 이번 SAG-AFTRA의 협상 대표인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는 “제작사 측은 연기자들이 하루 일당만 받고 촬영하면 그 이미지를 회사가 소유하고 동의나 보상 없이 원하는 작업에서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SAG-AF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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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AFTRA 파업의 의미는 첫째, WGA와 동반 파업이다. 1960년에는 동반 파업이 6주간 이어졌다. 당시 주요 이슈가 영화가 방송 채널에서 상영하는 경우 판매 금액의 일부를 리지듀얼에 포함시킬지의 문제였다. 1960년 1월 16일부터 6월 12일까지 진행된 WGA의 파업은 미국 스튜디오가 영화를 작가에게 적절한 보상 없이 방송사에 판매하는 데에 대한 이의제기였다. 대통령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이 이끈 SAG 파업은 WGA와 동일한 리지듀얼을 이슈로 3월 7일부터 4월 18일까지 지속되었다. 63년 만의 동시 파업이 진행되는 올해도 OTT로 인해 감소한 리지듀얼이 주요 이슈이다. OTT 시대가 되면서 감소한 임금과 보상에 대한 이슈이므로 작가나 배우의 입장에서는 물러서기 어려운 입장이라 두 노조의 동반 파업은 미국의 콘텐츠 제작 자체를 상당 기간 멈출 수 있다.

둘째, 배우 파업에 유명 배우의 합류다.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보면 영향력은 주로 톱 배우나 작가에서 나온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말처럼 이들이 움직일수록 파급력은 커진다. 맷 데이먼, 메릴 스트립, 마크 러팔로, 제니퍼 로렌스, 제시카 차스테인 등이 합류한다고 발표하였기 때문에 노조의 단결력과 힘은 커질 수 있다. 여기에는 최근 OTT 업체의 2022 CEO 연봉이 공개된 것도 한몫했다고 판단한다. 회사는 어렵다고 하면서 CEO의 연봉은 컴캐스트 9,030만 달러, 넷플릭스 7,470만 달러,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5,340만 달러, 월트 디즈니 2,420만 달러, 파라마운트 3,200만 달러였다.

ⓒSAG-AF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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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글로벌 연대다. 오스트리아 제작자 연합 SPA도 SAG-AFTRA 파업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인정하였고, 영국 배우 노조인 에쿼티도 SAG-AFTRA와 연대할 것을 밝혔다. 현대의 제작은 특정 국가에서 특정 국적의 배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배우나 작가가 거의 동일한 상황에 처해 있으므로 글로벌 연대가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넷째, 헐리우드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개봉 예정이었던 <데드풀 3>, <글래디에이터 2>,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속편 등 주요 영화들의 촬영 일정이 모두 중단되었다. 밀컨 연구소에 따르면 이번 동반 파업으로 40억 달러(약 5조 원)가 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럼에도 미국의 스튜디오 경영진은 조만간 작가들과 협상에 나설 계획이 없고, 대신 작가들이 일거리가 없어지면 돈이 바닥나 다시 복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심지어 “노조원들이 아파트나 집을 잃을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미국의 주요 연예 미디어인 데드라인에 말했다고 한다.

1960년 파업에서 SAG는 건강보험과 연금 명복으로 225만 달러(현재 가치 2,300만 달러)를 한 번에 지급받았다. 올해는 제작사가 매우 힘든 상황이므로 타협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콘텐츠가 없이는 영화나 방송의 콘텐츠의 파워가 사라질 것이기 때문에 올해의 연대 파업은 치킨 게임이 되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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