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유종훈 PD "살아있는 권력에 비판의 날 세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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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추적 60분' 유종훈 PD
현장에 가서 '따박따박' 확인...'힘없는 서민의 마지막 창구' 역할
검찰 특활비,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 다룬 방송 준비중

KBS '추적 60분' 유종훈 PD

[PD저널=엄재희 기자] <추적 60분>이 돌아왔다. 2019년 <시사직격>으로 개편된 후 3년 9개월 만에 다시 <추적 60분>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12명의 PD가 현장 밀착에 특화된 프로그램의 명맥을 이어간다. 7일 첫 방송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현장을 찾았고, 14일은 청소년에게 마약을 판매하는 텔레그렘방에 잠입해 화제를 모았다. 

19일 KBS에서 만난 유종훈 <추적 60분> PD는 "PD가 현장에 가서 '따박따박' 확인하는 힘이 다시 필요하다고 보고 <추적 60분>을 재론칭했다"고 밝혔다. 그는 살아있는 권력 감시를 강조하면서 검찰 특활비,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다루는 방송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2019년 KBS는 <추적 60분>과 <KBS스폐셜>을 통폐합해 다큐멘터리와 탐사보도 역할을 동시에 하는 <시사직격>을 만들었다. 유 PD는 "당시 매체 환경과 고발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고민하다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시사직격>을 론칭했다"며 "4년 가까이 방송하면서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진정성 있는 방송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만, 시대에 맞게 60분짜리 탐사 프로그램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했다.

'왜 다시 <추적 60분>인가'라는 질문에 유 PD는 "매체는 더 다양해졌고, 분석과 의견이 쏟아지는데 그 준거를 제시하는 매체는 드물다"며 "팩트가 흔들리면 가짜뉴스를 제어할 기반도 무너지기 때문에, 현장에 카메라를 밀착해서 '따박따박' 확인하는 힘이 다시 필요하다"고 했다.

7일 첫 방송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다뤘다. <추적 60분> PD 2명이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를 직접 찾아갔다.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 여야 정치권 공방이 치열하면서 깊게 다루기 어려웠던 주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유 PD는 "오염수 방류 문제가 첨예한 진영논리 한복판에 있어서 정쟁에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기본 원칙은 뉴스가 있으면 현장에 가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적 60분> 팀은 두 달  전부터 방송을 준비하면서 IAEA 사무총장이 일본에 방문하는 7월 초 방송할 계획을 세웠다. <추적 60분> 첫 방송과 일정이 겹치면서 부담은 커졌지만, 그렇다고 방송을 안 할 수는 없었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편 방송 이후 여권과 보수성향 시민단체는 '괴담 선동'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방류 반대 의견을 집중 부각해 국민 불안만 키웠다는 것이다. 유 PD는 "진영과 이념을 떠나 방송을 보고 잘못을 지적했다면 당연히 귀담아들어야 하고, KBS는 사안을 균형있게 다루려고 한다"며 "제작진이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성심껏 노력했다면 충분하지 않나"고 했다.

후쿠시마 원전 앞 바다를 찾아간 KBS '추적 60분'
후쿠시마 원전 앞 바다를 찾은 KBS '추적 60분'

앞으로 <추적 60분>은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유 PD는 "<추적 60분>을 오래 맡은 구수환 PD가 '<추적 60분>은 호소도 해보고 소송도 해봤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힘없는 서민들이 마지막에 찾는 창구'라고 했는데,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말"이라며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했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비판도 강조했다. 그는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거대한 힘을 가진 집단에 대한 감시가 언론의 본령"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를 '이권 카르텔'이라고 주장하는 시기에 <추적 60분>이 비판하겠다는 권력은 무엇일까. 유 PD는 "우리가 눈을 치켜세우고 감시해야하는 권력은 당대에 힘 있는 권력인 집권여당과 대통령"이라며 "자본권력은 시대를 초월한 힘을 가지고 있고, 점점 세련되고 교묘하게 힘을 키우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감시도 등한시해선 안 된다"고 했다.

특히, '검찰권력' 감시를 핵심으로 꼽았다. 유 PD는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됐고, 검사 출신은 여러 요직에 앉아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검찰이 주도하고 있다"며 "그러다보니 검찰권력에 비판의 날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지상파 탐사 프로그램의 역할은 다른 언론은 쉽게 건들기 힘든 검찰권력에 대한 묵직한 검증이다"고 했다. 유 PD는 최근 불거진 검찰 특활비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는 방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문제도 검증 대상이다. 그는 "변경된 고속도로 종점에 영부인과 그 가족 소유의 땅이 있다는 게 문제인데 정쟁화 되어 있다"며 "결국 답은 현장에 있고, 양평을 찾아 '따박따박' 확인해 볼 것"이라고 했다.

<추적 60분> 유튜브 영상 댓글에는 '오랜만에 KBS가 공영방송다운 역할을 했다'는 댓글이 달렸다. 탐사 보도가 새로운 활력을 찾고 있다. 유 PD는 <추적 60분>에 기대를 거는 시청자에게 제보를 부탁했다. 그는 "시사프로그램의 힘은 결국 제보에서 나오는데, 제보자의 정보를 토대로 제보자 대신 현장을 뛰고 궁금한 것을 파헤치기 때문"이라며 "KBS는 현장에 가서 확인할 수 있는 힘을 가졌고, 시청자들이 이것을 충분히 활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매주 금요일 밤 10시에 방영되는 <추적 60분>은 오는 21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호우 피해를 다룬 방송을 긴급 편성했다. 일상에서 왜 사람들이 죽어야했는지를 깊게 들여다볼 예정이다. 

유종후 KBS PD
유종훈 KBS PD ⓒPD저널

아래는 유종훈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왜 다시 추적60분인가?
2019년에 매체 환경과 고발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고민하다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추적 60분>을 종영하고, <시사직격>을 론칭했다. 3년 9개월을 하면서 처음 가졌던 기획의도가 잘 구현되고 있는지 돌아봤고, <시사직격>이 나름의 색깔을 가지고 진정성 있는 방송을 만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시대에 맞게 60분짜리 탐사프로그램을 바꿨느냐에 대해선 여러 의견이 있었다. 4년 전과 지금의 매체환경은 또 달라졌다. 매체는 더 다양해졌고, 분석과 의견이 쏟아지는데 그 준거를 제시하는 매체는 드물다. 팩트가 흔들리면 가짜뉴스를 제어할 기반도 무너지기 때문에, 현장에 카메라를 밀착해서 '따박따박' 확인하는 힘이 다시 필요하다.

- <시사직격>과 <추적 60분>은 무엇이 다른가?
<시사직격>은 '따뜻한 이미지'를 가졌다. MC를 맡은 임재성 변호사는 사회적 약자에 소홀하지 않았다. 이건 탐사 프로그램의 본령이기도 하다. 공영방송이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면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매체가 몇 곳이나 될까. 그리고 권력감시도 마찬가지다. 정치권력이든 자본권력이든 거대한 힘을 가진 집단에 대한 감시도 본령이다. <시사직격>이 쭉해왔던 것에서 약화되는 것은 없다. 오히려 강화할 것이다. 단지 <시사직격>과 차별화되는 것은 <시사직격>이 다큐멘터리의 작법을 차용했다면 <추적 60분>은 오서독스한 날것의 현장에 방점을 찍는다는 점이다. 장치나 토크보다는 현장으로 가겠다. 

-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첫 번째 아이템으로 선택한 이유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첨예한 진영논리 한복판에 있어서 정쟁에 휘말리지는 않을까 하는 부담감은 있었다. 또 과학과 검증의 영역이라 쉽지 않은 주제이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 원칙은 뉴스가 있으면 현장으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최소한 지상파 탐사 프로그램은 외면해선 안 된다. 이미 두 달전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를 준비하고 있었고, IAEA 사무총장이 일본에 방문하는 7월 첫째 주 방송을 하겠다는 로드맵을 짜놓았다. <추적 60분> 첫 방송과 시기적으로 겹쳤을 뿐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부담스럽다고 방송을 안 할 순 없다.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편에 여권이나 보수성향 시민단체는 위험성만 부각시켰다며 비판한다. 이런 지적은 어떻게 받아들이나?
지적들은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영과 이념을 떠나 방송을 보고 잘못을 지적한다면 당연히 들어야 한다. 정치색을 가진 비판이라고 웃어넘기진 않는다. KBS는 진영을 떠나 사안을 균형있게 다루려고 노력한다. 한쪽 이야기는 소홀하게 다루진 않았는지, 반론 기회를 주었는지 하나하나 따져본다. 비난은 사양하지만 비평은 환영한다. 그렇다고 기계적 중립에 빠지진 않는다. 기계적 중립을 따지기 시작하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다루는 것 자체가 중립적인지 묻게 된다. 제작진의 양심에 따라 취재하고 성심껏 노력하면 그 정도로 충분하지 않나.

KBS '추적 60분'

- 반대로 후쿠시마를 현장 취재한 <추적60분>을 칭찬하기도 한다. 국민이 요구하는 <추적60분>의 모습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베이징 특파원으로 가있을 때 <추적60분>을 오래한 구수환 PD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추적 60분>은 호소도 해보고 소송도 해봤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힘없는 서민들이 마지막에 찾는 창구"고. 이것이 <추적60분>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 윤석열 대통령은 ‘이권카르텔’이라며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보조금 문제를 건든다. <추적60분>은 어떤 권력을 비판하겠다는 것인가?
우리가 눈을 치켜세우고 감시해야하는 권력은 당대에 힘있는 권력이다. 지금은 집권여당이고 대통령이다. 민주당 정부시절에는 민주당이었을 것이다. 또 자본권력은 시대를 초월한 힘을 가지고 있다. 점점 세련되고 교묘하게 힘을 키우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감시를 등한시해선 안 된다. 물론,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가 잘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

그중 검찰권력은 핵심이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됐고, 검사 출신은 여러 요직에 앉아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검찰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검찰권력에 비판의 날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지상파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핵심 역할은 다른 언론은 건들기 힘든 검찰권력에 대한 묵직한 검증이다.

- 검찰 특활비 문제를 다룰 준비를 하고 있나.
최근 검찰 특활비 문제가 불거졌다. 검찰권력에 대해서는 언론 권력이 견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을 꾸려 깊이있게 들여다보고 있다.

-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제보를 받고 있는데 관련 아이템을 준비 중인가? 
뉴스가 되면 현장에 간다. 변경된 고속도로 종점에 영부인과 그 가족 소유의 땅이 있다는 게 문제인데 정쟁화 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 가서 '따박따박' 확인하면 된다. 물론, 민주당이 문제를 잘못 제기했을 수도 있고, 이것도 검증해야 한다. 하지만 궁금한 게 더 많다. 양평주민뿐만 아니라 서울을 포함한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영향은 없는지, 국가 도로망종합계획이 있을텐데 장관이 엎겠다고하면 엎을 수 있는 거버너스인지 확인하고 취재해야 한다. 

- <추적60분>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제보를 부탁드린다. 시사 프로그램의 힘은 제보에서 나온다. 제보자의 정보를 토대로 제보자 대신 현장을 뛰고 궁금한 것을 파헤치기 때문이다. KBS는 생각 이상으로 든든한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 현장에 가서 확인할 힘이 있다. 이러한 KBS의 힘을 활용해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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