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생의 '종합 서비스센터'가 된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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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KBS '편의점 아이들' 연출한 강성민 PD

강성민 KBS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제279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시사교양 부문에 KBS 라디오 <어린이날 특집-편의점의 아이들>이 선정됐다. <편의점 아이들>은 요즘 초등학생들이 편의점에 많이 가는 이유와 더욱 안전한 편의점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담은 라디오 다큐멘터리다. 배우 소유진 씨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지난 12일 <편의점 아이들>을 연출한 강성민 KBS PD를 KBS 본관에서 만나 수상소감과 함께 프로그램 제작 과정을 들었다.

- 이달의 PD상 라디오 시사교양 부문 수상 소감은요
2010년 한국 PD대상 실험정신상을 수상한 적이 있는데, 그 후 이달의 PD상은 처음 받습니다. 작년 5월에 어린이날 특집 프로그램을 이달의 PD상에 출품했는데, 떨어졌어요. 그런데 그 작품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은 받았어요. 그래서 한국PD협회의 이달의 PD상 받기가 더 어렵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PD들이 직접 뽑는 상이라 더 의미있고요.

- <편의점의 아이들>은 어떤 프로그램인가요
요즘은 학교 근처에 문방구나 구멍가게가 없고 다 편의점으로 바뀌었어요. 저는 초등학생 자녀가 없기 때문에 몰랐는데, 어느 학교 선생님이 프로그램에 나와서 요즘 초등학생들은 예전에 문방구 가듯 학교 끝나고 꼭 편의점에 간다고 하더라고요. 문화가 바뀐 것이죠. 그래서 이 부분에 주목했고요. 또 편의점이 생필품이나 과자를 사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기능이 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소가 됐죠. 제가 아는 분의 자녀가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그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장소를 물었더니 편의점이라고 답을 했대요.

- 배우 소유진 씨가 내레이션을 맡았어요
프로그램 처음 기획할 때부터 내레이션을 소유진 씨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그분 자녀가 9살,8살,6살로 나이대가 맞고요. 소유진 씨는 출연료와 상관없이 기획 의도가 좋아 같이 하고 싶다고 매니저한테 이야기했대요. 그래서 섭외가 됐죠.

- 녹음 분위기는 어땠나요.
보통 내레이션하는 분들은 바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그분들 멘트만 따로 녹음하기도 해요. 그러면 감정이 안 나올 것 같아 다 같이 녹음했는데 NG가 거의 안 났어요 한 번도 안 틀리고 할 정도로 내레이션을 잘했어요.

KBS 라디오 '편의점 아이들'
KBS 라디오 '편의점 아이들'

- 초등학생들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구성을 한 이유가 있을까요.
처음 인서트에 아이들 목소리가 나오는데, 편의점이란 말이 안 나와요. "먹을 거나 시원한 거 사러 가는 곳", "학교 끝나면 애들이 거의 우르르 몰려가는 수준이에요", "친구와 약속 장소로 또 이용해요" 등의 말이 나오면 듣는 사람이 ‘이거 뭐지’하면서 관심을 가지는 거죠.

- 초등학생들이 편의점에 가는 건 어떤 점에서 다를까요.
성인들은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편의점에 가잖아요. 그러나 아이들은 주로 친구들하고 같이 가서 과자를 사먹는 사교의 장이에요. 아이들의 사회생활이기도 하죠. 그래서  어떤 친구 생일이면 편의점 가서 한턱 내기도 한다네요.

- 초등학생들은 편의점에서 경제를 배우나 봐요.
사실 옛날하고 크게 다르지는 않아요. 옛날에도 동네 구멍가게에서 돈 주고 물건 사는 걸로 경제활동을 시작하잖아요. 어린아이들이 처음부터 마트에 갈 수 없으니까요. 마트는 크고 계산 시스템도 복잡하죠. 지금은 천 원 가지고 가서 사보는 걸 처음 시작하는 곳이 편의점이죠.

- 어린이들이나 어른들이 편의점에서 많은 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종합 서비스센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교통카드 충전도 하고 ATM기에서 출금도 하고, 공과금을 내기도 해요. 또, 우리 당근 마켓으로 중고 거래할 때 편의점에 맡겨놓고 가는 서비스도 한대요. 그리고 프로그램에서 강조한 부분인데, 전국에 편의점이 약 4만 5천개가 있어서 미니 파출소 역할도 해요. 예를 들어 미아를 발견해 편의점에 데려다주면 자체 연계망으로 금방 찾을 수 있대요. 또 학대 아동도 편의점에서 보호하고 신고할 수 있는 기능도 있어요. 밤길 걷는데 뒤에 누가 따라오는 것 같아 불안할 경우에 편의점에 들어가면 안심되기도 하죠. 지구대나 파출소는 사실 몇 개 없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편의점은 어디나 있잖아요. 그래서 아이들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생활에서 중요한 장소예요.

- 편의점 계산대에 담배가 진열돼 있는 문제는 어떤가요.
사실 그 부분은 당연하게 여겨져서 의식조차 못 했거든요. 그런데 어떤 선생님이 아이들이 담배 진열대를 계속 보면 거부감 없이 담배를 접하게 되니까 문제라는 지적을 했어요. 방송에도 담았죠. 또 에너지 드링크 제품도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카페인 음료이지만, 건강엔 안 좋잖아요. 이런 부분은 어른들이 주의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연출하면서 느낀 점이 있나요.
요즘 아이들은 짠해요. 왜냐하면 가고 싶어서 가는 것도 있지만 할 수 없이 편의점에 가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니까 학교 갔다 학원 가야 되는데 시간이 없지만 배고프니까 뭐라도 먹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어떤 아이가 편의점에 가는 이유를 ‘끼니를 때워야 되니까’라 했어요. 이 말을 듣고 마음아프더라고요. 아이들이 경쟁 사회에 내몰리다 보니까 일찍부터 편의점을 안식처로 생각할 정도에요. 놀이터를 갈 여유는 없는 거죠. 편의점이 아이들한테는 놀이터자 식당이자 대합실이라는 점에 마음이 아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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