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 후쿠시마 원전사고 본질 비껴간 '더 데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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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사고는 ‘천재지변’... ‘인재’와 ‘책임’의 영역은 안 보여
공개 일정 연기 논란...열어보니 알맹이는 없어

*이 칼럼에는 넷플릭스 <더 데이스>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넷플릭스 '더 데이스'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 최근 넷플릭스<더 데이스>를 둘러싸고 잡음이 일었다. <더 데이스>는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일주일간의 이야기를 다룬 시리즈다. 넷플릭스가 지난달 1일 전 세계 76개국에서 공개한 작품인데 한국에서 서비스가 늦어졌다. 공지 없이 공개를 미루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돼 있지 않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더 데이스>의 실제 배경인 도쿄전력은 지난 7일 외신에 후쿠시마 원전 설비 취재를 제안했는데, 한국 언론 중 원전에 비판적인 일부 언론사를 배제해 논란을 일으켰다. 안팎으로 말이 많았던 <더 데이스>는 지난 20일 뒤늦게 공개된 가운데 논란이 아닌 화제의 중심이 설까.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로 인해 위기에 직면했다. 원전 전력이 끊기면서 핵연료를 식히지 못해 폭발로 이어졌고, 다량의 방사능이 누출됐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 관련 사망자는 3500여 명, 피난민은 16만 4000명이 발생했다. 방사능 피폭으로 인한 피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두고 “단순한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고 입을 모은다. 사고가 터졌을 때 주변국의 도움을 외면했고, 초동 대처에 미진했다. 무엇보다 일본 관료 사회에 자리한 ‘낙하산 인사’와 ‘학벌’이 발전소의 안전 관리에 구멍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넷플릭스 '더 데이스'
넷플릭스 '더 데이스'

<더 데이스>는 재난을 ‘천재지변’과 ‘인재’라는 양자택일로 바라봤다. 둘 다 떼려야 뗄 수 없지만, 전자를 택했다. 도입부에 실화 바탕임을 언급하며 지진과 쓰나미에 따른 원전 사고라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 총리와 도쿄전력의 이름만 바꿨을 뿐 선전이 두드러진다. 실화를 재현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각색한 드라마라는 점을 고려해도 <더 데이스>는 노골적이다. 최종회에서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의 패배를 딛고 경제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했다고 설명한다. 원자력 발전소의 역사와 일련의 과정을 약 15분가량 내레이션으로 대체한다. 당시 원전 사고를 둘러싼 진실 은폐 및 왜곡에 관한 내용은 축소하고 “미래의 에너지(원자력)에서 희망의 빛을 봤다”라며 원전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영화<후쿠시마 50>처럼 사고의 본질보다 도쿄전력의 이미지를 세탁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타난다.

<더 데이스>는 HBO<체르노빌>(5부작)을 떠오르게 한다. 지난 2019년 공개된 <체르노빌>은 1986년 4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드라마다. 실제 사고 당사자가 인정할 만큼 촘촘한 자료조사와 고증을 통해 시대적 상황을 재현했다. 실존 인물인 발레리 레가소프 원자력 연구소 부소장과 가상 인물인 사건 수습을 위해 힘쓰는 여성 과학자 울리야나 호뮤크를 내세워 방대한 상황을 축약하되 드라마의 핵심을 파고들었다. 또 정치인과 발전소 직원을 비롯해 사고 수습에 참여한 소방관, 군인, 주민 등의 시선을 복합적으로 담아냈다. 무엇보다 원전 찬반 논쟁보다 위기에 대응하는 인간 군상을 통해 진실과 거짓, 소명과 책임에 관한 물음을 던졌다. <체르노빌>은 “유일한 단점은 실화라는 것”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넷플릭스 '더 데이스'
넷플릭스 '더 데이스'

<더 데이스>는 선전성에 치중하면서 원전 사고를 바라보는 시선도 제한적으로 그린다. 도오전력 직원들의 모습을 영웅담처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인근 지역에서 피해당한 주민들, 살아온 집을 버리고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게 된 사람들의 입장은 극히 적게 다루고 있다. 물론 갑작스러운 원전 사고에 따른 정부의 난맥상을 일부 꼬집고 있지만, 도오전력이 사고를 은폐‧축소했던 사실(실화)은 축소하고, 국위 선양과 직원의 희생정신을 극대화하는 데 그친다. 정작 도오전력의 잘못이 무엇인지 찾아보기 어렵다. 드라마 말미 소장이 원전 사고를 회고하면서 “인간은 자연 앞에서 무력하다”라는 내레이션은 초국가적 재난이 ‘천재지변’이었을 뿐 ‘인재’와 ‘책임’의 영역은 아니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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