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있는 인물의 숨겨진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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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EBS '인물사담회' 제작진

EBS '인물사담회' 제작진(왼쪽부터 전성훈 PD, 최수진 PD, 김지영 PD, 최현선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4월부터 방영 중인 EBS <인물사담회>가 제279회 이달의 PD상 TV예능 부문에 선정됐다.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란 부제가 달린 <인물사담회>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인물의 몰랐던 이야기를 전문가와 함께 풀어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수상소감과 함께 <인물사담회>의 인물 선정 등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7월 26일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EBS 사옥에서 <인물사담회> 제작을 맡은 최수진, 전성훈, 최현선, 김지영 PD와 만났다.

- 수상소감 부탁드려요.
최수진 PD(이하 수): 방송 시간이 늦는데도 불구하고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또, <인물사담회> 프로그램 의도를 알아봐 주고 상을 주신 이달의 PD상 관계자에게도 감사 인사 전합니다.

- 인물 이야기를 토크로 풀어내는 방식을 택한 이유가 있나요.
전성훈 PD(이하 전): 다른 사람의 몰랐던 이야기를 들으면 흥미롭잖아요. 어떤 한 사람의 일생을 정보로만 접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삶에 담겨 있는 스토리를 들으면 정보와 재미를 둘 다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토크 형식을 채택했어요. 그 인물과 관련한 사담을 나눈다고 해서 <인물사담회>가 됐죠.

- 시청자 반응은 어때요.
김지영 PD(이하 김): 유튜브에도 방송을 올리는데요, 댓글을 보면 일단 한 인물을 자세히 이야기하는 것을 신선하게 받아들여요. 고정 출연자들이 편하고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서 몰입이 잘 된다고도 하고요.

EBS '인물사담회'

- MC에 대한 고민도 하셨나요.
전: 누구에게 메인 MC를 맡길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중후함도 있고 지식도 있는 사람이 필요했죠. 시청자를 대변해 질문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인가도 고민했어요. 내부회의에서 이야기 나온 사람은 장도연 씨였어요. 장도연 씨는 여러 교양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고,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는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새로운 견해를 말하는 거에도 적합하다고 봤고요.

김: 배성재 씨는 EBS 파일럿 프로그램 <누구 세탁소>를 진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어요. 초반에 배성재 씨가 스포츠 캐스터처럼 인물을 소개하는 구성도 있었어요. 그런 식으로 인물을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MC를 찾았죠.

최현선 PD(이하 현): 곽재식 박사는 '올라운더'로 나오는데, 곽 박사는 여러 분야의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중간중간에 ‘곽재식의 과학쇼’를 넣어서 미술에 대해 다룰 때도 과학으로 접근한 이야기를 하죠.

- 단순 인물 일대기의 나열은 아닌 거 같아요
김: 초기에는 어렸을 때부터 죽기 전까지의 일대기를 다루기도 했는데, 지금은 한 사건에 대해 더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요. 예컨대 오펜하이머가 젊은 대학원생 시절에 독사과로 교수를 독살하려고 했거든요, 문제아였던 이 인물이 어떻게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이끄는 리더로 변했는지를 인물의 한 면모에 초점을 맞춰 설명했죠.

- 인물과 관련한 영화를 잘 활용하는 거 같아요.
현: 유명한 인물을 다루다 보니까 이미 관련 영화가 나와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테슬라는 <커런트 워>라는 작품이 있고, 프리다 칼로는 <프리다>라는 작품이 있죠. 오펜하이머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동명 영화 <오펜하이머>가 있어요. 제작사의 도움 받아서 영화 장면을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었죠.

 

- 다루고 싶었는데 방송하지 못한 인물이 있나요.
전: 고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준비했었죠. 아베가 재밌는 인물이거든요. 정치인 말고 사람으로서의 스토리가 재밌었는데 방송 아이템으로 되진 못했죠.

김: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중에서 하고 싶던 인물이 있어요. 다만, 시즌1은 해외에 유명한 인물에 먼저 초점을 맞추다 보니까 하진 못했죠.

현: 일론 머스크를 다뤄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살아있는 인물이고 지금 시점에서 평가를 제대로 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서, 대신에 니콜라 테슬라로 진행했는데요. <인물사담회>는 고인이 된 인물을 주로 다루잖아요. 이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사후에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도 들어요. 앞서 지영 PD가 말한 것처럼 한국 인물을 다루기는 어려운 부분도 아쉽죠.

 

- 기억에 남는 인물이 있나요.
현: 제가 연출한 프리다 칼로요. 제3세계 거장 여성 화가인 프리다 칼로는 사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겪던 고통의 여왕이라는 평가를 받았어요. 그런데 <인물사담회>는 이와 다르게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희망의 아이콘으로 재해석했죠. 특히, 어느 중학교에서 다 같이 이 편을 보고 후기를 남겼는데요, 그 피드백을 보고 많이 뿌듯했어요.

김 : 제가 연출한 오펜하이머 편을 꼽고 싶어요. 일단 시청자 반응이 많았어요. 아무래도 김상욱 교수가 출연하고 영화 개봉도 맞물려 있다보니 더 많은 시청자가 봐주고 댓글도 달았어요. 그런데 댓글을 보면 의견이 다양하더라고요. 일본 원자폭탄 투하 사건에 시청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줘서 한 주제를 다룰 때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잘 구성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전: 저는 두 개 있는데요. 하나는 제가 연출했던 '제갈량 편'이에요. 방송 이후에 커뮤니티에서 사람들이 방송 내용을 가지고 토론을 하더라고요. 이것이 미디어의 순기능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에게 대화할 수 있는 주제를 던져주는 게 좋은 프로그램이지 않을까요. 또, '아는 사람 모르는 이야기'라는 취지를 가장 잘 보여준 건 '나이팅게일 편'이죠.

- 어떤 점에서요.
전: 저의 동년배들은 나이팅게일을 백의의 천사로만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 나이팅게일은 사실 통계학자이기도 해요. 백의의 천사로 활동하는 게 왜 대단한 것인지 그 시절의 관점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알려줘서 의미있고요. 또, 대형 병원에 가면 현재 쓰고 있는 시스템이나 건물의 모양들 대부분이 나이팅게일의 의견과 생각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어요. 이런 이야기를 알 수 있다는 것이 <인물사담회>의 장점이죠. 

EBS '인물사담회'

- 오는 31일 16부를 끝으로 종영하는데요, 시즌2를 기대해도 되나요.
수: 제작진 사이에서 시즌제에 대한 요구가 커요. 그러나 EBS의 상황이랄지 이런 것을 보면 당장은 힘들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더 강력하게 성원해 주시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돌아올 수 있겠죠.

- 시즌2를 하면 하고 싶은 게 있나요.
수: 새 시즌을 하면 출연진을 다채롭게 구성하고 싶어요. 고정적인 출연자 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사람들이 출연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고 싶어요. 사실 '무하마드 알리 편'에서 박종팔 선수라든지, '팔라비 편'에서 유학생 키미야라든지 새로운 게스트가 나오긴 했는데요, 이런 것을 더 잘 활용해서 시청자들이 다양한 사람들의 재미있는 의견을 들어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현 : 다양한 인물을 다뤄보고 싶어요. 나혜석이나 엘비스 프레슬리, 파블로 에스코바르, 레이건, 다이애나 왕세자빈, 만델라, 파바로티, 흥선대원군을 다뤄보고 싶어요.

김: 저는 국내 역대 대통령을 해보고 싶었어요. 한국의 시청자에게 더 친숙한 인물을 한번 다뤄보고 싶네요.

전: 돈을 많이 버신 기업가의 이야기도 궁금해 하실 거 같아요. 어떻게 해야 저 사람만큼 돈을 벌 수 있을까 이야기해보는 거죠. 저렇게 성공하는 데에는 어떤 노력이 있을까 살펴보면 재미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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