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없는 단양...지역 소멸 심각성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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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KBS청주 '단양 마더스 클럽' 이수진PD

KBS청주 '단양 마더스 클럽'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80회 이달의 PD상 TV 지역부문에 지난 6월 14일에 KBS청주총국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단양 마더스 클럽>이 수상했다. <단양 마더스 클럽>은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없는 충북 단양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다. 저출생 문제와 지역 의료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뤄 주목을 받았다.

<단양 마더스 클럽>을 연출한 KBS청주 이수진PD는 "지역에서 PD로 일하다 보면 '지역 소멸'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라며 "단양에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주제를 제대로 다뤄 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고 했다. 이PD는 산부인과 진료 시설을 갖춘 '버스 산부인과'를 무작정 찾아가 산모들을 만났고, 그들의 이야기를 꼼꼼히 담았다. 

방송 후 일주일에 한 번 소아과 전문의가 찾아오는 변화가 생겼다. 이 PD는 "지역방송이 주민과 지자체, 전문가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만 잘 만들어줘도 쉽게 변화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지역의 작은 문제들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다음은 이수진PD와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전화 통화로 진행되었다. 

KBS청주 이수진PD
KBS청주 이수진PD

- <단양 마더스 클럽>은 어떤 프로그램인가. 
“충북에서 유일하게 산부인과가 없는 단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예요. 출산을 위해서는 가깝게는 제천, 충주 멀게는 강원도 원주, 경북 영주까지 원정을 떠나야 해요. 또 아이가 적다 보니 소아청소년과, 키즈 카페 등 아이를 위한 인프라도 없어요. ‘찾아가는 산부인과’라고 일주일에 두 번, 버스 산부인과가 와서 산모들의 건강을 살피는데, 그것이 유일하게 단양에서 산모가 진료받을 방법이거든요. 그래서 ‘찾아가는 산부인과’가 오는 화요일, 목요일에 맞춰 버스 산부인과 맞은편 단양군보건소에 소통 공간을 마련하고 ‘단양 마더스 클럽’라고 이름을 붙였어요. 이 공간에서 임신, 육아 중인 엄마들이 서로 응원하며 희망을 키워가는 모습을 다큐멘터리에 담았습니다.”

- 이 주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는? 
“맨 처음엔 ‘버스 산부인과’라는 소재 자체에 관심을 가졌어요. 우리가 흔히 보는 관광버스처럼 생겼는데, 그 안에 산부인과 진료를 할 수 있는 시설들이 있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 버스를 찾아오는 산모들과 의료진의 이야기도 궁금했거든요. 또 단양에서 산부인과가 없다고 이야기하려면 산모들을 만나야 했거든요. 지난해 단양에서 태어난 아이가 60명 정도라고 알고 있거든요. 쌍둥이가 있을 수 있다고 가정하면 산모의 수는 이보다 더 적겠죠. 그만큼 엄마들 섭외가 쉽지 않았는데,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알게 되고 일단 거기 가면 누군가는 진료받으러 오겠다고 생각한 거죠.”

- '버스 산부인과'를 찾아가 보니 어땠나요? 
“제가 2021년에 정규 프로그램에서 다루고 2023년에 다시 특집 다큐멘터리로 만들었는데, 2년 사이에 체감적으로 산모의 수가 현저히 줄었어요. 찾아가는 산부인과 운영 시간이 화요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거든요. 2021년 당시엔 하루 종일 있으면 산모들을 못 해도 5~6명씩 만났거든요. 근데 올해 취재 갔을 때는 보통 3~4명 정도고 만나지 못한 날도 있었어요.

또 2021년 취재 당시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19개 있었는데, 올해 방송 나갈 때쯤 다시 조사해 보니 16개로 줄었더라고요. 2년 새 3개의 산부인과가 분만을 포기했다는 건데, 남은 분만 산부인과도 대부분 청주, 그러니까 충북에서 제일 큰 도시에 몰려 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분만 산부인과가 제천에 3개 있었는데, 제가 취재하는 기간 동안 유일하게 하나 있던 산후조리원은 문을 닫았고, 지금은 분만 산부인과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어요. 분만 산부인과가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산모가 줄어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 다큐멘터리 구성을 장별로 나눈 이유가 있을까요.
“총 네 개의 챕터로 나눴는데, 이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면서 작가, 촬영감독과 엄마들의 이야기가 한 편의 영화처럼 보이게 만들자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만큼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처음 촬영을 시작했을 때 남한강이 얼어있었는데, 그 사이 벚꽃이 피었고, 비바람에 꽃이 졌고, 다시 꽃이 피었죠. 이 같은 자연의 변화가 엄마들이 아이를 가지고 고민하며 부딪히고 나아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KBS청주 '단양 마더스 클럽'

- 지역 의료와 저출생 문제를 복합적으로 다뤘는데요.
“지역에서 PD로 일하다 보면 ‘지역 소멸’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주제거든요. 한 번쯤 제대로 지역 소멸 문제를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싶었어요. 몇 년 전 우연히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있다는 말을 듣게 됐어요. 솔직히 제가 서울 출신이라서 산부인과 없다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그럼, 거기 사는 엄마들은 애를 어떻게 낳는 거지?’ 정말 궁금했거든요. 그래서 이 주제를 다루고 싶다는 마음을 오랫동안 갖고 있다가 2021년에 정규 프로그램에서 30분짜리 방송을 만들었는데, 제대로 다루고 싶다는 욕심에 올해 50분짜리 특집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게 됐습니다.”

- 다큐에서 '만삭 체험'이라는 게 나와요.
“확실히 지선 씨네 부부가 젊은 부부라선지 지선 씨 남편이 만삭 체험한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더라고요. 저도 그때 처음 만삭 체험이란 걸 알게 됐어요. 지선 씨한테 물어보니까, 사실 지선 씨 남편 관식 씨는 매우 자상한 남편이거든요. 그래서 경험해 보지 않은 거니까 임신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대요. 또 자신뿐만 아니라 관식 씨의 어머님도 당시 이렇게 힘들게 나았다는 것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신청했다고 하더라고요.

방송에는 짧게 나갔지만, 꽤 오랫동안 체험했어요. 외출하려고 하니까 옷부터 뭘 입어야 할지 고민하더라고요. 원래 있던 옷들이 맞지 않으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 옷을 어쩔 수 없이 입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겠다고 말한 게 기억 남아요. 만삭 체험 키트가 7kg 정도 된대요. 관식 씨 말로는 이게 생각보다 더 압박된다고 하더라고요. 안 그래도 결혼하고 살이 쪘는데 만삭 수트까지 입으니까 더 무겁고, 허리도 아프고, 이 상태로 일을 한다면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했어요. 실제로 지선 씨는 만삭의 몸으로도 일을 했죠.”

- '마더스 클럽'은 출연자인 김미진 씨의 생각에서 시작한 건가요.
"2021년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취재할 때 처음 만난 미진 씨에게 단양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뭐가 제일 힘든지 물어보니까 소통할 사람이 없어서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엄마들은 아이를 위한 정보를 얻고 싶잖아요.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아이를 키우는지도 알고 싶고. 또 환경이 힘드니까 더 의지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단양에는 그 흔한 맘카페조차 없다는 거예요. 산모 교실이나 육아 교실 같은 것도 정기적으로 하는 게 없으니, 엄마들과 교류하기 힘들대요. 미진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맘카페가 없으면 우리가 만들자고 생각한 거죠. 엄마끼리 교류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곳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일종의 커뮤니티를 만드려고 했어요.”

- 소아청소년과 부족은 전국적인 문제이기도 한데요. 
“맞아요. 전국적인 문제이긴 해요. 하지만 소아청소년과가 전혀 없는 건 다른 문제예요. 충북에서 단양과 괴산만 소아청소년과가 없어요. 엄마들은 산부인과보다 소아청소년과가 먼저 생겼으면 하더라고요. 한 엄마가 산부인과는 내가 고생해서 타지까지 가면 되지만, 아픈 아이를 데리고 타지를 가는 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더라고요. 5남매인 집을 촬영했는데, 소아과까지 1시간 거리였거든요. 아이가 다섯이니까 자주 갈 때는 일주일에 세 번도 간대요. 그런데 아이들 어머니가 운전을 못 해서 남편이 휴가를 내야지만 병원에 갈 수 있는 거예요. 얘가 아픈데 여러 번 환승해서 병원에 가긴 힘들잖아요? 그렇다고 택시를 타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고. 결국 아이 아빠가 일을 빼고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는데, 참 안타깝더라고요.”

- 제작하면서 느낀 점이 있나요?
“일주일에 한 번 소아과 전문의가 오는 변화가 생겼어요. 그리고 또 엄마들의 단양 마더스 클럽이라는 클럽이 처음에는 방송 얘기로 시작했지만 그 후에도 엄마들끼리 교류가 이어지고 있어요. 최근에는 엄마들끼리 여행도 갔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모임이 유지되는 걸 보면서 뿌듯하죠. 

지역의 작은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책임감도 느꼈어요. 오히려 지역이기 때문에 방송이 주민과 지자체, 전문가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잘 만들어야 변할 수도 있어요. 대부분 사람들이 제가 이걸 취재했다고 하면 ‘산부인과가 없는 데가 있어? 처음 알았어’ 라는 반응이에요. 단양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산부인과가 언제부터 없었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너무 오래된 문제인데 우리가 그만큼 관심을 안 가졌고,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충분히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지역에서도 더 소외되는 작은 지자체에 많은 관심을 가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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