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OTT 시대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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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33]

ⓒ넷플릭스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최근 OTT 서비스들이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미국에서 7월부터 베이직 요금제를 없애 실질적인 인상을 했고, HBO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하여 6월부터 맥스(Max)로 통합하면서 4K 영상을 볼 수 있는 얼티메이트(Ultimate) 요금제를 19.99달러에 출시하였으며, 디즈니+는 10월에 프리미엄을 3달러나 올릴 예정이다.

유료TV를 끊고 OTT로 옮겨가는 주요 이유가 콘텐츠를 이용하는 비용이 너무 비싼 데 있었다. 이제는 결코 OTT 요금이 저렴하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CNN에서는 “저렴한 스트리밍의 시대는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넷플릭스는 2007년 구독료만 내면 광고 없이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SVOD 모델을 출시하여 화제를 모았다. 그것도 월 7.99달러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영화와 TV쇼를 즐길 수 있었다. 올해 미국 케이블TV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평균 케이블TV 요금은 83달러와 비교하면 10분 1 가격이다. 점차 가격을 인상하여 프리미엄은 월 19.99달러로 초기에 비해 12달러나 증가하였고, 도입하지 않을 것 같던 광고 요금제까지 도입했다. 거기에다 7월에는 혼자 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인 베이직 요금제를 없애버렸다. 앞으로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는 저렴한 광고 요금제에 가입하거나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 넷플릭스 요금제 변화

디즈니도 디즈니+, ESPN+, 훌루의 구독 가격을 급격히 올리고 있다. 디즈니+가 출시되었을 때는 요금제가 단순했다. 디즈니+만 볼 때는 월 6.99달러의 SVOD였고, 훌루(광고)와 ESPN+으로 구성된 번들 상품을 선택할 때는 월 12.99달러였다. 2021년 번들 상품에서 광고를 없애 19.99달러의 가장 비싼 상품을 출시했다. 디즈니+는 지난해 10월 큰 변화를 주었는데, 광고 모델을 도입한 것이다. 광고 모델은 7.99달러로 하고 광고가 없는 모델은 3달러 인상하여 10.99달러로 올렸다. 올해 10월에는 디즈니+ 프리미엄을 3달러나 올려 13.99달러로 인상되고, 광고가 전혀 없는 프리미엄은 24.99달러로 인상된다. 기본요금제는 처음보다 7달러가 인상되고, 번들도 12.99달러에서 24.99달러로 12달러나 인상된다. 이번 구독료 인상은 20%가 넘으며, 4년 전 출시 가격의 2배나 된다. 이번 인상의 특징은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수익성이 더 높은 광고 지원 요금제를 활성화하려는 밥 아이거의 뜻으로 읽힌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밥 아이거는 스트리밍 광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유선 TV 광고 시장보다 더 낫기 때문에 디즈니+와 훌루의 광고 모델이 전망성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광고 지원 모델을 도입한 이후 디즈니+의 매출은 4% 증가한 반면 구독자 감소는 1%에 불과했다.

미국 디즈니+ 요금제 변화

HBO 맥스는 2020년에 14.99달러 단일 가격만 출시하였는데, 지난해 11월 9.99달러의 광고 모델을 출시하였다.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하면서 올해 6월부터 OTT 서비스인 HBO 맥스와 디스커버리+를 통합하여 맥스(Max) 브랜드로 출시하면서 기존 광고 모델(Ad-Lite)은 9.99달러, 광고 없는 모델(Ad-Free)은 15.99달러 그래이지만, 4K 영상을 볼 수 있는 얼티메이트(Ultimate) 요금제를 19.99달러에 출시하여 결국 4달러가 인상된 셈이다.

파라마운트+는 올해 6월 광고 지원 모델은 4.99달러에서 5.99달러로 인상하였고, 프리미엄은 9.99달러에서 11.99달러로 인상하였다. 피콕도 올해 7월 프리미엄은 4.99달러에서 5.99달러로 인상하였고, 프리미엄+는 9.99달러에서 11.99달러로 인상하였다.

OTT의 초기에는 가격의 저렴함이 강점이었는데 이제는 아니다. OTT 서비스별로 구독 금액을 인상한 미국 OTT 구독료 평균 금액이 87달러로 높아져 유료TV 83달러보다 높아지게 된다. OTT의 저렴함이 종말을 고하게 된다. 가격을 올리는 이유는 서비스마다 조금 다르다. 넷플릭스는 막대한 콘텐츠 제작과 수급에 소요되는 비용을 조달하고, 그동안 가격을 인상하여도 가입자 이탈이 거의 일어나지 않은 것에 자신감을 얻어 수익성을 높이고자 함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를 제외한 OTT 플랫폼은 가입자 증가의 한계를 느끼고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가격을 인상한다고 생각한다.

기존 미디어 기업들의 최근 움직임 중의 하나가 소유하고 있는 라이브러리를 독점적으로 서비스하지 않겠다는 밝힌 점이다. 한동안 라이브러리는 가입자를 유지하는 주요 요소라고 하였다. 그러나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는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최근의 OTT 플랫폼들의 월 구독료 인상은 스트리밍의 인기를 이끈 초기의 저렴함이란 매력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용자는 월평균 2~3개의 SVOD 서비스를 구독하는데, OTT는 이용료가 비싸져 유료TV 요금에 비해 더 이상 경쟁력이 갖지 못하게 되었다. 또한 모든 OTT가 광고 지원 모델을 출시하여 더 이상 기존 플랫폼과의 차별성도 사라지게 되었다.

웨이브나 티빙과 같은 국내 OTT를 운영하는 미디어 기업의 상황도 디즈니가 처한 환경과 동일하다. 우선 1,2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축소하기 위해서는 구독료를 인상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현재도 넷플릭스가 압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쿠팡플레이가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가입자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웨이브와 티빙 합병설이 나오고 있으나, CJ ENM이 2분기 실적발표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것처럼 현실성은 없다. 위기일수록 투자를 통해 개선이 필요하지만, 국내 OTT 시장의 규모로만 볼 때 성장성이 높지 않아 실행하기 어려운 전략이다. 위기에 처한 국내 미디어 기업의 위기 상황을 타개할 대응책을 수립하여 극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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