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공영방송 이사 무더기 ‘묻지마 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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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장 ·EBS 이사 한꺼번에 해임…MBC 방문진 이사장 해임 절차 16일

김효재 방통위원장 권한대행 ⓒ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영방송 KBS 이사장과 EBS 이사를 결국 해임했다. 현 정부의 방송장악 비판은 물론이고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거듭됐음에도 김효재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은 본인의 임기가 열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해임 절차를 강행했다. 방통위는 정미정 EBS 이사 해임안도 의결한 데 이어 16일에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 해임 제청안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14일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 제청안을 의결했다.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으로 신뢰를 잃었고 KBS 경영 감독 의무를 해태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남 이사장의 법인카드 부정사용 의혹을 조사 중인 국민권익위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해임에 이를정도의 관리감독 소홀이 있었는지 등 해임의 정당성에 의문이 남는다. 법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 해임된 강규형 전 KBS 이사의 해임은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이사로서 적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이유로 임기 만료 전 해임하는 것은, 이사로서 직무수행 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 관계가 상실된 경우와 같이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 이사장 '원천무효'...언론계 반발거세
방통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남영진 KBS 이사장은 의결 직후 입장문을 내 "방통위 해임건의안 의결은 법적 절차와 근거를 완전히 무시한 것으로 원천 무효"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위법한 해임건의를 수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이사장은 윤 대통령의 해임안 재가가 있을 경우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김효재 방통위원장 권한대행과 이상인 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하겠다고 밝혀 향후 법적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KBS·방문진·EBS의 야권 성향 이사들은 방통위 전체회의에 앞서 같은날 오전 9시 과천 정부종합청사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공영방송 장악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도를 넘은 폭주는 이 정부의 속셈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국민이 주인인 진정한 공영방송’은 거추장스러울 뿐이며 오직 ‘정권이 주인인 허울뿐인 공영방송’을 원한다는 말”이라며 “지금 윤석열 정부의 행태는 ‘야만’이라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공영방송에 대한 위협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단체도 이날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가 현재 3인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들어 해임 절차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 등은 "김효재·이상인 단 두 명의 방통위 상임위원이 해임 건의를 진행했다"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망나니 칼부림으로 공영방송 이사회를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 상임위원은 남 이사장이 방통위의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제출한 기피 신청이 법률자문과 유권해석 없이 기각되었다며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 수순
윤석년 KBS이사에 이어 남영진 이사장도 해임되면서 KBS 이사회의 여야 구도가 사실상 뒤집어질 전망이어서 여권 성향의 이사가 다수를 점하게 됨에 따라 KBS 이사회는 KBS 사장 해임 절차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임된 두 명의 야권 성향 이사 자리에 여권 추천 이사 2인이 새롭게 임명되면 KBS 이사회 여야 구성은 기존 4대 7에서 5대 6으로 역전돼 경영진 교체도 가능하다. 

방통위는 지난 10일 윤석년 이사 후임으로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을 보궐이사로 추천하는 등 'KBS 이사회 재편' 작업은 순차대로 진행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고 그동안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할 때 공모 기간을 두고 후보자의 지원을 받던 절차도 생략됐다. 추천받은 서기석 전 재판관은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명으로 헌법재판관을 지낸 인물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서 재판관이 2008년 서울고법 부장판사 때 이건희 삼성 회장의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에 무죄를 선고하는 등 '삼성괸리판사'라며 "서 이사 추천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졸속인사"라고 비판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과 김기중 이사 해임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를 여권 성향 이사로 채우면 여야구성이 3대 6인 방문진도 5대 4로 뒤바뀐다. MBC 경영진 교체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 방문진 보궐이사로 임명된 차기환 변호사를 두고는 노골적인 방송장악 신호탄이란 지적도 나왔다. 여권 성향 임정환 이사가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사퇴한 뒤 보궐로 임명된 차 변호사는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시기에 방문진과 KBS 이사를 지냈다. 그는 세월호진상조사위원을 지내면서 유족을 비하하고,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북한군 침투설을 유포하는 등 '극우편향'으로 지탄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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