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엄재희 기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18일 이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은 해소되지 못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국정원의 언론장악 문건과 아들의 하나고 담임 교사의 진술이 추가로 나오면서 야당의 추궁이 이어졌지만, 이 후보자가 개인정보를 이유로 하나고 전학결정 자료, 생활기록부 등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여당의 반발로 채택된 증인과 참고인은 한 명도 없었다.
후보자의 언론관 보여준 청문회
이 후보자는 언론장악 논란과 관련하여 관여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기본 직무'라고 주장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작성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편파방송 실태 및 고려사항' 문건에 대해 보고 받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이것은 모니터 보고서 수준 아닌가. 좌우간 저는 보고받거나 지시한 일이 없다"고 답했다. 언론에 공개된 해당 문건은 일부 좌편향 PD와 진행자들이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4대강과 세종시 등 국정현안에 대한 악의적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적시되어 있다. 문건 상단에는 '12.18 홍보수석 요청자료'라는 문구가 써 있다. 이에 고 의원이 "MB정부 시절 이동관 홍보수석은 이런 정도의 모니터를 했나"라고 되묻자, 이 후보자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민형배 민주당 의원이 2010년 5월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YTN 보도리스트' 문건을 두고 "밥 먹듯이 방송에 개입했다는 것이다"고 추궁하자, 이 후보자는 "이 정도의 협조 요청은 기본 직무다"라고 했다. 해당 문건은 당시 한중일 정상회담 후 YTN 보도에 대해 "정상회담 관련 부정적 반응 보도"라며 조치를 해야 할 대상으로 삼았다. 문건 하단 '조치결과'란에는 "10시 뉴스 이후부터 해당 기사 비보도"라고 적혀있다. 민 의원은 "정권의 편에 들도록 협조요청을 하는 그런 인식이 후보자의 가장 큰 문제다"고 지적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조선일보 보도를 관리한 사실이 있냐’고 질문하자 이 후보자는 “우호적 보도가 나오도록 노력하는 건 홍보 라인에 있는 사람의 기본 직무”라고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일부 보수적 목소리를 내는 언론인에게 전화해 격려한 '프레스 프렌들리' 논란에 대해선 "이 정도 일은 다 하는 것이다. 미국 백악관에서도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또 여당 측 정재원 과방위 위원장이 일각에서 후보자를 '방송장악 기술자'라고 모욕하는 데 참담함을 느낀다고 하자, 이 후보자는 "저는 방송장악 기술자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부끄럽다"며 "방송장악이 제대로 됐다면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세월호 고의좌초설,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까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나"고 했다.
이 후보자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공영언론사에 설치된 '적폐청산위원회'에 대해 "이른바 홍위병 운동과 유사한 성격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학폭의혹엔 모르쇠..."새빨간 거짓말"
이 후보자는 아들 학폭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잘못된 행동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학폭 무마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상담교사와 한 (피해) 진술 내용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이 후보자는 "일부 진실이 담겨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자는 학폭위가 열리지 않은 것에 대해 “내 책임이 아니”라며 하나고에 책임을 떠넘겼다. 또, 김승유 하나고 이사장에게 전화를 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오해를 불러일으켰다면 유감이지만, 당시로서는 절박한 학부모 심정에 아는 분에게 전화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야당은 이 후보자의 아들의 1학년 담임을 맡았던 당시 하나고 교사를 참고인으로 부르자고 요청했지만 여당의 반발에 무산되기도 했다. 피해 학생과 상담도 했던 이 교사는 청문회 당일 공개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후보자 아들과 피해 학생들이 진술서를 쓰기 전 화해했다는 주장은 수긍할 수 없다”며 “지금 기준으로 따지면 학교폭력위원회가 여러 번은 열렸을 사안"이라고 했다. 그동안 이 후보자는 아들과 피해 학생이 화해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전면 부정하는 진술이 당일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그 양반(담임교사)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을 얘기하는 것”이라며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해당 담임 교사가 이 후보자의 부인이 두 차례 이상 전화해 아들의 지각 기록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고 인터뷰한 내용을 질문하자, 이 후보자는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 후보자는 방송사 재허가 제도에 대해 "민영방송은 어떤 기준을 넘으면 재허가 제도를 굳이 이렇게 운영할 필요가 있을까,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고, '가짜뉴스'와 '포탈 문제'에 대해서는 "가짜뉴스의 확산, 포털 알고리즘의 편향성 등 새로운 형태의 피해로부터 이용자 보호를 강화해야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이날 7시부터 국회 정문 맞은편에서 '이동관 후보자 임명 저지를 위한 만민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방송장악 시도, 언론보도 개입, 불법사찰 등 부적절한 처신에도 꿋꿋이 후보자로 앉아있는 이 후보자를 시민의 힘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