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 4명 해임..."방송장악" 반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두 달 새 윤석년·남영진·정미정·권태선 무더기 해임
공영방송 이사 공동 기자회견...언론단체 총력집회 개최

KBS·EBS·방문진 전현직 이사들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공영방송 장악을 당장 멈춰야 합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방통위가 이사 해임을 위해 어떤 조치를 했는지, 해임 절차 진행에 관한 의사결정을 누가, 언제, 어떻게 했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이사들이 해임되고 있습니다"

KBS·EBS·방송문화진흥회 전·현직 이사들이 정부의 잇따른 공영방송 이사 해임에 반발하며 21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렇게 주장했다.

이들은 "방통위는 법적 근거나 절차를 완전히 도외시하고 군사작전하듯 해임을 밀어붙였다"며 "해임 사유에 대한 감사원이나 국민권익위원회 등의 조사가 끝나지 않았지만 무시했고, 당사자들의 방어권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방송통신위원회는 MBC 경영의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다. 지난 7월 12일 윤석년 KBS 이사를 시작으로, 8월 14일 남영진 KBS 이사장과 정미정 EBS 이사까지 방통위는 두 달 새 4명의 공영방송 이사를 해임했다. 내달 초 방통위는 김기중 방문진 이사도 해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5인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는 현재 위원 2명이 결원인 상태고, 김효재 방통위원장 권한대행의 임기는 오는 23일까지임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 이사 해임을 강행하고 있다.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무더기 해임이다.

이에 대해 공영방송 이사들은 공영방송 경영진을 교체하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송장악 음모'라고 주장한다. KBS·EBS·방문진 이사들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들을 공영방송 이사로 앉힌 뒤 사장들을 교체해 '친정부' 일변도의 공영방송을 획책하고 있다고 강하게 의심한다"며 "윤 대통령은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정권이 주인인 공영방송'으로 만들어 언론자유와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려는 '막장극의 제작자'로 불러도 지나치지 않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해임된 권 이사장과 남 이사장은 조만간 법원에 해임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다.

'방송장악위원회'로 변질...방통위 해체 주장
언론시민단체는 방통위가 본래 목적과 기능을 상실했다며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언론노조와 언론시민단체는 21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방송장악위원회 폭주를 멈춰라' 집회를 열고 "방통위는 지난 몇 달간 헌법 위반, 설립 목적 위반, 방송법 위반 등 폭력적 의사결정으로 방송의 자율성과 독립성, 공공성을 송두리째 윤석열 정권에 상납했다"며 "방통위가 아닌 '방송장악위원회'의 어떤 의결도 우리에겐 어떤 적법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가 21일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방송장악위원회 폭주를 멈춰라' 집회를 열고 있다. ⓒPD저널

이들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범죄행위의 공소시효를 대폭 연장하는 특별법 제정도 주문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자유를 파괴하는 이 몰염치한 범죄 혐의자를 단죄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며 "공소시효를 대폭 늘려 이동관, 김효재, 이상인 등이 다시 언론계에 명함을 들이밀지 못하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언론장악 저지 야4당 공동대책위원회'의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언론장악을 시도한 전력이 있는 정치세력이 빼앗긴 정권을 되찾으면, 다시 언론장악에 나설 것이라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며 "지금의 야권이 ‘여권’으로 분류되었던 시절, 우리는 관련 법과 제도부터 재정립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 투쟁 전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반성부터 해야 하는 이유다"고 했다.

방통위, 보궐이사도 속속 임명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무더기 해임 후 보궐이사 임명도 속도전에 나섰다. 9일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에 이어 21일 황근 선문대 교수를 KBS 이사회 이사로 추천했다. 방문진 보궐 이사는 차기환 변호사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류희림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를 위촉했다. 이 과정에서 이사 후보 공개모집 등 일반적인 절차는 생략됐다.

후임으로 임명된 이사의 이력을 두고도 비판이 나온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18일 성명을 내고 황근 교수에 대해 "이명박 정권 시절 사상 초유로 KBS를 통해 '대통령 라디오 주례연설'이 진행되고, 그 내용이 오롯이 당일 저녁 9시 뉴스를 통해 방송된 관제방송이었다"며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권의 방송장악을 막아낼 방법은 '편성규약'인데, 황 교수는 이 편성규약을 무력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정연주 방심위 위원장이 해촉된 지 하루만에 위원장으로 위촉된 류희림 전 YTN 플러스 대표에 대해 "이명박 정부 시절 YTN 해직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YTN 인사 담당자였고, YTN지부로부터 '언론사유화' 논란과 함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한 언론인으로 지목됐다"며 "언론의 독립성 훼손으로 더욱 정부에 충성하라는 의미로, 언론계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 것"이라고 개탄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