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김동전’ 머니게임의 하이퍼리얼 예능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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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KBS '홍김동전' 박인석 PD

KBS '홍김동전'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제280회 이달의PD상 TV예능 부문에 지난 6월 방송된 KBS <홍김동전> ‘수저 게임 리턴즈’ 편이 수상했다. 금·은·동·흙·무수저로 표현되는 각각의 경제계급의 삶 속에서 출연진이 게임을 펼치는 ‘수저 게임 리턴즈’ 편은 계급상승을 위한 몸부림을 현실 풍자와 적절히 조합해 호평받았다.

<홍김동전>을 연출한 박인석 PD는 "결과물에 리얼리티를 넣으려면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기획회의 할 때부터 PD와 작가들이 둘러앉아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또 어떻게 썼는지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수저 게임 리턴즈'는 지금 시대의 현실을 제대로 풍자하며 '수저 게임에 인생이 다 녹아있다'는 극찬을 받았다. '하이퍼리얼리즘 예능'을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박 PD는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선택을 받으려면 정공법으로는 승부가 안 날 것 같았다"며 "늘 이상하게 만들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남들과 다르게 하려는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다음은 박인석 PD와의 일문일답이다. 인터뷰는 전화 통화로 진행되었다. 

KBS 박인석 PD
KBS 박인석 PD

- 수상 소감 부탁드려요.
“매회 최선을 다해 만들었고, 특히 ‘수저 게임’ 시리즈는 더 정성을 쏟아서 만들었어요.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저를 포함해 팀원들이 영광스럽고 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 ‘수저 게임’ 어떻게 기획하셨나요.
“<홍김동전>은 간단히 말해서 웃기려고 만든 프로그램이에요. 그런데 요즘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OTT나 유튜브에 훨씬 많죠. 그래서 지난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선택을 받으려면 정공법으로는 승부가 안 날 것 같다. 늘 이상하게 만들려고 하고 조금이라도 남들과 다르게 하려는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죠. ‘수저 게임’도 우리 식으로 바꿔서 엉망진창으로 한번 만들어 보자고 했어요. 회의 중에 유튜브에서 흥행한 <머니 게임> 이야기가 나왔는데, 원작 <머니 게임>이 돈을 둘러싼 진지한 접근이라면 <홍김동전>은 엉망으로 망가뜨린 예능 버전으로 만들어보자고 했죠"

- 대출이나 월세, 결혼 등 우리 사회를 디테일하게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어요.
“결과물에 리얼리티가 들어있으려면 우리의 이야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기획 회의할 때 제작진이 둘러앉아 이런 이야기부터 했어요. 각자 인생에서 돈을 어떻게 벌었는지, 어떻게까지 했는지, 그리고 어디에 제일 많이 쓰는지, 그다음에 돈 때문에 소위 말해 '현타'가 온 순간은 언제였냐 등등. 자신들의 이야기부터 하면서 돈에 대한 얘기를 나눠봤거든요. 그러다 보니 대출과 월세 때문에 고민없는 작가가 없더라고요. 개인적으로 결혼 이후에 애를 키우면서 재정적 부담이 확 늘었고요. 또 없는 살림에도 누군가는 아이돌 덕질하는 데 아낌없이 쓰고, 로또를 사기도 하고요. 우리들의 이야기에서 기획을 시작해서 프로그램에 담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 노동해서 돈을 버는 콘셉트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잖아요. 요즘에는 대출을 받고 주식 쪽에 또 투자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실제 현실의 원리를 적용하다 보니까 노동을 일단 첫 번째로 생각했고요. 다만, <홍김동전>은 웃기려고 만드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실제 진지한 노동이라기보다는 예능적인 것으로 바꿔서 연출했습니다.”

KBS '홍김동전' 제작 현장
KBS '홍김동전' 제작 현장

- <홍김동전>은 '동전 던지기'가 중요한데, 이건 운 아닌가요?
“동전 던지기는 운이죠. 하지만 ‘수저 게임’ 연출하면서 느꼈는데요, 우리 사회에서 운이 개입되지 않는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회의할 때 ‘돈을 내고 황금카드 뽑아서 좋은 게 나오면 쓸 수 있게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었거든요. 그런데 열심히 노력한다고 결과가 다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당연히 될 곳에 투자한다고 해서 꼭 수익이 나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것처럼 운 앞에서 무기력해지는 게 또 인생이라는 생각을 했고요. 물론 그 운이라는 것도 이루어지기까지 노력하고 버티는 사람에게 그 운이 찾아오는 것이죠"

- ‘수저’게임‘은 계급이 아닌 재산으로 우승자를 가리는데, 의도가 있나요.
“금수저로 안 살아봐서 모르겠지만 계급은 때로 허상일 때도 있는 것 같아요. 겉으로는 좋아 보이지만 사실은 껍데기일 때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금수저로 사는 사람이 사는 집과 입고 있는 옷만큼 모든 걸 과연 가졌을지 의문이 들어요. 그리고 서민 갑부라는 말도 있잖아요. 우리 주변에 흙수저에서 시작한 인물이 큰 성공을 거두고 넉넉히 사는 경우도 있죠. 이 또한 어떻게 보면 예능적인 그림인 거 같아요. 잘 사는 사람이라고 해서 꼭 잘 사는 게 아니고 겉으로 봤을 때 옷이 후줄근한데 사실은 굉장히 남부럽지 않게 모든 걸 가진 사람들도 있죠. 게임을 다 마쳤을 때 겉으로 보이는 계급들은 바로 드러나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실제 승자는 누구일지 알 수 없는 거죠. 그게 리얼리티와 더 가깝고 예능적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갖고 있는 동전으로 최종 우승자 가리기로 했습니다.”

- 머리싸움이 치열해 보여요.
“보통 예능을 잘하는 사람은 똑똑하잖아요. 저희 출연자들이 머리 쓰는 게임에 잘 맞더라고요. 특히 주우재라는 캐릭터가 예전부터 뇌섹남이라고 똑똑한 걸로 유명한데 주우재 씨를 비롯한 모든 멤버들이 치열하게 머리싸움과 심리 싸움 하면서 재미있게 녹화했던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PD라는 직업이나 작가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예능 만드는 사람들은 매주 성적표가 공개되는 직업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시청률이 잘 안 나오면 괜히 위축되도 우울하기도 해요. 그런데 <홍김동전>은 시청률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우울하진 않거든요. 그 이유는 보여드리는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홍김동전>을 좋아해 주는 시청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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