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해임 이사장 집행정지 첫 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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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선 방문진 전 이사장 “사법부가 정의 구현하길 기대”
“절차 내용 모두 부당...방송의 독립, 헌법 가치 훼손” 주장

권태선 전 방문진 이사장이 31일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 심문 전에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PD저널

[PD저널=엄재희 기자] 권태선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31일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 심문기일에 출석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는 공영방송 이사와 경영진의 불법적 교체의 악순환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며 “대한민국 사법부가 정의를 구현해주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행정5부는 이날 오전 11시 50분 권 전 이사장이 자신의 해임이 부당하다며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문을 진행했다. 

권 전 이사장은 이날 11시 20분쯤 기자들과 만나 "제가 해임되면 MBC 장악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공영방송 체제 붕괴로 이어질 것임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며 "이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는 공영방송의 이사 임기를 두텁게 보장하는 판결을 내려왔지만, 이것은 본안 소송에서였을 뿐이고 집행정지 요청은 받아들인 적이 없다”며 “그 결과 본안 소송에서 승리하더라도 이미 방송의 자유와 독립은 유린당해 우리 사회가 입은 피해는 결코 회복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권 전 이사장 측은 이날 심문에서 해임절차의 위법성, 해임사유의 부당성, 집행정지의 필요성을 주요 신청 사유로 제시했다.

권 전 이사장 측 법률대리인은 “논란이 있는 사유로 전임 방통위원장을 면직해 5인 체제로 운영되던 방통위는 해임 당시 3명으로 운영되어 의결의 민주성도 없었고 충분한 토론과 심의도 불가능했다"며 "해임 절차 개시에 대해선 아무런 심의와 의결도 없었고 행정절차법에서 정한 신청인의 권리도 모두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해임사유에 대해서도 ”방문진법을 검토하면 해임 사유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고, 일부 해임 사유는 신청인이 취임하기 전의 일이거나 감사원도 혐의가 확실하다고 인정하지않은 사안“이라며며 ”결국, 해임의 목적은 방문진 구성을 편법으로 바꿔 인사권을 무기로 공영방송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전 이사장 측은 방통위가 김기중 방문진 이사에 대한 해임 청문회를 여는 다음 달 10일 전에 판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김 이사가 해임되면 여야 3대6이던 방문진 이사회 구성은 5대4로 바뀌면서 MBC 경영진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권 전 이사장 법률대리인은 신속히 결론을 내려야 집행정지의 목적이 달성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 측 법률대리인은 "권 전 이사장은 자신의 역할을 방임하고 위법행위를 저질러 방문진의 공정성과 신뢰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했다"며 "이사가 직무 수행이 어려워 보이는 객관적 사유가 발생하면 해임처분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9월 중순에는 결정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서로 간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다.

한편, 보수 성향의 MBC노동조합(제3노조) 조합원들은 행정법원 앞을 찾아와 ‘권태선은 물러가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남영진 KBS 이사장 심문도 진행


이날 서울중앙지법 행정2부는 남영진 전 KBS 이사장의 해임 처분취소 가처분 신청 심문도 진행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4일 남 전 이사장의 해임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청했고,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재가했다. 여권 성향 이사 주도로 재편된 KBS 이사회는 30일 김의철 KBS 사장 해임 제청안을 긴급 안건으로 상정했다.

이날 남 전 이사장 측 법률대리인은 권 전 이사장과 마찬가지로 절차적 위법성, 해임사유의 부당성 등을 주장했다. 남 전 이사장 법률대리인은 “회의 개최 2일 전에 당사자에게 통지해야하는데 그렇지 않았고, 청문 절차에 대해서도 당사자에게 송달하지 않았다"며 "김효재 권한대행 대한 기피신청 심의는 김 권한대행이 주도해 공정성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른 해임처분의 사유를 보면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구체적인 비위행위가 지적되는데, 신청인에 대한 해임 처분은 개인적인 비위가 밝혀지거나 확인된 것이 하나도 없다"며 "법인카드 의혹제기 등 추상적 이유만으로 해임 처분이 유지되는 것은 공공복리를 크게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피신청인인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은 “집행정지가 인용되면 대통령의 인사권의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8일까지 신청인과 피신청인의 추가 답변서를 제출받은 뒤 결정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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