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 “정연주 해촉, 민간기구 계약 해지에 불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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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촉처분 집행정지 행정소송 첫 심문에서 법률대리인 주장
정연주 "민주주의 앞날 암담…기이한 해촉처분 멈출 수 있는 건 법정뿐"

정연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 ⓒ뉴시스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 ⓒ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정연주 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7일 해촉처분 집행정지 심문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방심위원장 직위가 박탈되는 과정에서 해촉의 근거도 소명의 기회도 없었다"며 "당연히 지켜야 하는 민주주의 절차마저도 무시하는 권력의 행태를 심판해 달라"고 했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정 전 위원장의 해촉처분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문을 진행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정 전 위원장과 이광복 전 부위원장을 해촉했고, 이들은 이에 불복해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정 전 위원장은 이날 법정에서 해촉 당시 상황을 소상히 밝혔다. 정 전 위원장은 "지난 8월 17일 오후 4시 언론이 일제히 방심위원장 해촉 사실을 보도했을 때 처음으로 해촉을 알게 되었고, 1시간쯤 지나 방심위 직원이 가져온 대통령 명의의 해촉 통지문을 통해 해촉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았다"며 "그러나 해촉 통지문 어디에도 해촉 처분에 이르게 된 구체적 근거는 없었고, 입장을 소명할 청문절차도 철저히 배제되었다"고 했다.

이어 "이런 기이한 해촉 처분을 실효성 있게 멈출 수 있는 건 법정뿐"이라며 "법정에서조차 민주주의의 정당한 절차와 권리를 박탈하는 권력집단의 행패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수많은 희생과 헌신으로 만들어 놓은 이 땅의 민주주의의 앞날은 암담해질 것"이라고 했다. 

15년 전 이명박 정부 시절 KBS 사장에서 해임된 후 해임무효 판결을 받아냈던 정 전 위원장은 "당시에도 해임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4년에 걸친 본안 소송 끝에 해임처분 취소 판정을 받았다"며 "그러나 세월이 지나 실효적 회복은 불가능했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면서 공영방송 사장이 바뀌는 악순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고, 법정이 이 악순환의 사슬을 끊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 선 양측은 해촉 절차와 내용의 정당성을 두고 다퉜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은 대통령의 방심위원장 해촉은 공법상 계약 해지에 불과해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어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은 "방심위는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이 사건 해촉 통지는 양 당사자(대통령과 방심위원장)가 대등한 지위에서 행한 공법상 계약 해지일 뿐이지 행정처의 처분으로 볼 수 없다"며 "행정처분 불복절차가 당연히 적용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정 전 위원장 측 법률대리인은 "헌법재판소는 방심위가 민간기구 형식을 보이지만 그 성격은 행정청으로 보고 있다"며 "방심위는 방송사업자에 대한 제재와 불법정보 심의 등 실질적인 처분을 행사하는 기관으로 단순 민간기구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방심위 설치법'에 심의위원 임기를 3년으로 보장하고 심의위원은 부당한 외부 간섭을 받지 않고 특별한 경우 아니면 의사에 반해 면직되지 않는다고 분명히 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측이 이날 오전 해촉 사유를 담은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해촉 사유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은 "신청인은 오전 9시 이후 출근 오후 6시 이전 퇴근이 상당수 발견됐고, 점심시간에 잦은 회식모임이 지속되어 왔다"며 "특히, 업무추진비로 과도하게 주류를 구매하고 낮술을 권해서 업무를 해태한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전 위원장 측 법률대리인은 "이것은 위원장을 해촉할 만한 사유로 볼 수 없다"며 "업무추진비 유용도 331건 중 13건의 문제가 발생했는데 구체적 경위를 보면 단순 부주의에 그친다"고 했다.

특히, 감사원 감사 결과 국민의힘 추천 황성욱 상임위원의 규정위반이 더 많이 발견된 점을 꼬집었다. 정 전 위원장 측 법률대리인은 "오전 9시 이후 출근 오후 6시 이전 퇴근 비율은 황 상임위원이 정 전 위원장보다 높았고, 업무추진비 위반 금액도 황 상임위원이 더 많았다"며 "그런데도 황 상임위원을 제외하고 신청인만 해촉한 것에 어떠한 합리적 이유도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대통령 측은 방심위의 민원 처리 비율이 감소했고, 라디오 대담 프로그램 패널 불균형에 관한 민원이 다수 제기되었으나 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처리하지 않은 점도 해촉 사유로 꼽았다.

재판부는 9월 20일까지 답변서를 추가로 받아본 뒤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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