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인 없는 케이팝 시대가 온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성윤의 엔터 ENTER ①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가 함께 진행하는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 ⓒ하이브

[PD저널=원성윤 스포츠서울 경제부 기자] 하이브는 글로벌 걸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더 데뷔: 드림아카데미’(The Debut: Dream Academy)를 통해 2년간 오디션을 진행했다. 세계 각국에서 지원한 참가자들은 무려 12만 명에 달한다. 60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20명의 국적은 12개국이다. 평균 나이 18세에 아시아 6명, 미국 6명, 유럽 4명, 남미 2명, 호주 1명, 필리핀 1명 등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졌듯이 각각의 인재들과 연결된 국가와 문화권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올 하반기에 여자 아이돌그룹 ‘A2K(프로젝트명)’를 선보인다. 미국 현지 기획사와 협업해 전원을 북미권 멤버로 구성하는 프로젝트다. 박진영 PD는 주지하다시피 미국 진출에 공을 들여왔다. 증권가에선 A2K 프로젝트가 흥행하면 JYP 영업이익이 약 5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방시혁과 박진영이라는 한국 엔터계의 상징적인 인물이 2024년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사업이 바로 ‘한국인 없는 케이팝 그룹’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케이팝은 그동안 많은 진화를 거쳐 왔다. 3세대 아이돌로 BTS(방탄소년단), 블랙핑크, 트와이스, 엑소, 레드벨벳을 꼽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국인이다. 블랙핑크 리사만 태국 출신이지만, 그 역시 한국어를 능숙하게 소화하면서 ‘한국’이 주 활동 무대라는 점은 빠지지 않는다.

4세대 아이돌로 뉴진스, 에스파 등을 거쳐, 5세대 아이돌은 ‘다국적’ 그룹으로 진화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를 방증하는 장면 중 하나는 블랙핑크가 지난 4월 미국 CBS <제임스 코든 쇼>의 '카풀 노래방: 시리즈' 코너에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였다. 진행자 제이스 코든이 블랙핑크 <Pink Venom>의 “This that pink venom” 후렴구를 반복하며 제니, 리사, 지수, 로제와 함께 부르는 장면에서 묘한 쾌감이 느껴졌다. ‘뚜루뚜루’의 시그니처 안무인 총도 함께 쏘는 걸 보고서는 ‘초대’만 한 게 아니라, 블랙핑크라는 게스트를 케이팝 아티스트로서의 존중을 담아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는 게 느껴졌다. 이런 블랙핑크의 인기는 2분기 월드투어 콘서트만 16개를 소화했다는 것에서만도 느껴진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에는 이런 인기는 도리어 위기이기도 하다. 바로 재계약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YG는 한국·태국·일본 등 3개 국적 멤버들이 참여한 베이비몬스터가 데뷔하는 것도 ‘넥스트 블랙핑크’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리 데뷔곡 ‘드림’이 석 달 만에 유튜브 조회수 5000만뷰, 구독자 300만을 돌파한 것에서 이미 인기의 조짐이 보인다.

데뷔 예정인 YG엔터테인먼트 7인조 다국적그룹 '베이비몬스터'
데뷔 예정인 YG엔터테인먼트 7인조 다국적그룹 '베이비몬스터' ⓒYG엔터테인먼트

물론, 한국인이 아예 없는 케이팝 시대가 열리지만 않는다. SM엔터테인먼트가 7년 만에 선보이는 보이그룹 라이즈는 은석, 성찬, 원빈, 승한, 소희 등 한국인 멤버와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을 가진 앤톤, 일본인 멤버 쇼타로가 있는 7인조 다국적 그룹이다. 지난 4일 발매된 라이즈 첫 싱글 앨범 <Get A Guitar>는 음반 판매량 집계 사이트 한터차트 기준 초동(발매 후 첫 일주일 판매량) 101만6849장을 기록, 초고속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한국 멜론 차트는 물론 중국 QQ뮤직 급상승 차트 1위, 영국 NME, 클래시, 미국 포브스, 블룸버그, 컨시퀀스 오브 사운드 등 현지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SM 관계자는 “라이즈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장르인 ‘이모셔널 팝’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라며 “SM이 멀티제작센터 도입한 후 처음으로 론칭하는 그룹이자, 기획 단계에서부터 많은 준비를 했기에 해외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5세대 ‘다국적’ 아이돌 그룹은 BTS가 보여줬던, 케이팝 시대와는 또 다른 장면을 선사하게 될 것이다. 일시적 현상이 아닌, 하나의 장르로, 이제는 문화 저변의 깊숙한 뿌리로 영글어 가는 것을 보게 된다는 뜻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