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간 속으로’, 우리가 옛 음악을 리메이크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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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라는 리메이크의 의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리메이크가 가진 이중성을 확실히 느끼게 된다. 어떤 곡은 의외로 리메이크가 더 세련되고 그래서 나아보이기도 하지만, 어떤 곡은 아무리 들어도 원곡이 더 낫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물론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듣는 사람에 따라 누구는 원곡이 누구는 리메이크가 더 좋다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너의 시간 속으로> 역시 이 리메이크의 이중성이 확연히 드러난다. 심지어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신드롬을 일으켰던 작품이니만큼 원작과의 비교는 <너의 시간 속으로>의 가장 큰 족쇄이자 장벽이 됐다. 제작 전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나왔고, 공개된 후 며칠도 안되어 찐팬들의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원작의 남자 역할을 연기한 허광한과 그 역할을 리메이크작인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연기한 안효섭은 주요 비교대상이 됐다.

분명 <너의 시간 속으로>가 주는 아쉬움은 있다. 주인공의 이미지 메이킹에 있어서도 그렇고, 중요한 장면에 대한 연출이나 원작이 가진 소외된 청춘들에 대한 위로가 잘 느껴지지 않는 서사도 그렇다. 이런 빈틈들이 비교점이 없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명작으로 이야기되는 <상견니>가 원작으로 떡하니 있으니 더더욱 아쉬움이 커질 수밖에 없다. <상견니>를 ‘인생 드라마’로 각인한 팬들에게는 <너의 시간 속으로>가 마치 그걸 훼손한 것 같은 느낌마저 줄 수 있다.

하지만 리메이크작이라는 걸 강조해서 보자면 <너의 시간 속으로>는 나름 그 정도의 역할을 한 작품으로도 얘기할 수 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이 원작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것도 재밌는데 원작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일까를 궁금해하며 그걸 찾아보게 만드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

<너의 시간 속으로>는 원작도 그렇지만 마치 오토리버스 되는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반복해서 듣는 듯한 작품이다. 타임슬립 설정으로 미래가 과거로 연결되고 그 과거는 다시 미래로 연결됨으로써 작품 남녀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은 무한반복의 궤도 속으로 들어간다. 타임슬립이 일어날 때 남녀 주인공이 카세트테이프로 듣는 음악의 반복은 그런 의미가 깔려 있다. 음악은 실로 순식간에 우리를 그 노래를 들었던 시절로 옮겨 놓는 타임머신 같은 마법을 부리는 존재가 아닌가.

리메이크작인 <너의 시간 속으로>는 그래서 OST를 의도적으로 원곡이 아닌 리메이크로 제작했다. 부활이 불렀던 ‘네버 엔딩 스토리’를 김민석이 리메이크하고, 김연우가 부른 ‘사랑한다는 흔한 말’을 손디아가 리메이크해 부르는 버전을 드라마의 배경음악으로 삼았다. 그래서 그 노래를 들으면 우리는 저마다 부활이 그 노래를 불렀던 2002년이나, 김연우가 그 노래를 부른 2006년의 어떤 기억과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다. 만일 그때 누군가를 사랑해 열병을 앓았던 사람이라면 그 노래가 전하는 감흥은 그 이상이 될 것이다.

우리는 때론 옛 음악을 꺼내 다시금 듣곤 한다. 그러면서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리고 그 시간 속으로 잠시 떠나기도 한다. <너의 시간 속으로>나 그 원작인 <상견니>는 모두, 그 지나간 시간이나 그때 놓쳤던 어떤 것들에 대한 후회, 그리움 같은 것들을 타임슬립이라는 장치를 통해 그려나간 작품이다. 그래서 우리가 음악을 다시 꺼내 듣는 그 정서를 서사 구조가 고스란히 담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아마도 <상견니>를 명작으로 만든 중요한 이유가 됐을 것이다. 이 관점으로 보면 조금은 너그럽게 <너의 시간 속으로>라는 리메이크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작품의 완성도나 호불호를 떠나 그 자체로 기능하는 면은 분명하고 그 의도 자체가 원작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리메이크 작품은 마치 다시 그 노래를 듣고 싶어 누군가의 다른 목소리로 듣는 노래 같다. 그래서 원작과 비교되긴 어렵지만 원작을 처음 봤을 때의 그 시간대로 우리를 데려가 주는 리메이크곡 같은 역할을 해주는 면이 있지 않을까. 물론 원곡이 훨씬 좋다는 평가가 나올 수는 있지만 그 의도만큼은 순수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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