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정치의 장이 된 ‘환경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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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학회 ‘후쿠시마 오염수 언론보도‘ 주제 세미나
정치성향에 따라 정해지는 ‘결론’...과학적 근거는 뒷전

성일종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이 지난 7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긴급 토론회 '후쿠시마 괴담 어떻게 확산되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성일종 우리바다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이 지난 7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 오염 처리수 긴급 토론회 '후쿠시마 괴담 어떻게 확산되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정치 쟁점화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방송학회 환경커뮤니케이션 연구회와 방송저널리즘 연구회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같은 '환경 문제'가 어떻게 정치 담론으로 전환되는지 짚어보는 '후쿠시마 오염수 언론보도와 환경 담론의 정치성’ 세미나를 15일 상연재 콘퍼런스룸에서 열었다. 

이날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는 모두발언에서 “2023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는 시민들의 생존 쟁투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지배 권력들이 권력 재생산을 위한 쟁투의 장으로 변질되었다”며 "환경 문제가 정치화되면서 대중들은 과학적 진리에 무관심해지고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하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정치 담론으로 전환되는지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발제를 맡은 이종혁 경희대 교수는 포털사이트 댓글 반응을 분석해 환경 문제의 정치 담론화 현상은 드러냈다. 이 교수는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난달 24일 전후 5일간 8개 언론사(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KBS·MBC·SBS)의 네이버 포털 뉴스 댓글 24만여 건을 분석했다. 

댓글 내용을 12가지 주제로 나눠서 살펴보니, 정부의 오염수 대응 능력을 비판하는 댓글이 12.2%로 가장 많았고, 일본의 오염수 방류 동조와 굴종 외교에 대한 비판은 10.5%로 뒤를 이었다. 반면, 삼중수소 등 방사능 물질의 영향과 예상 피해를 다룬 내용은 5.6%로 가장 낮았다. 뉴스 소비자들이 환경 담론보다는 정치 담론에 더 많은 반응을 보인 것이다.

특히, '방류 허용' 입장의 댓글은 반대 주장을 비과학적인 '괴담'이라고 비판한 내용이 많았다. 전체 92,963개의 '방류 허용' 댓글 중 17.2%인 15,992개가 '괴담' 선동을 주요 논점으로 삼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기사 댓글에 '괴담' 선동 담론이 상대적으로 많은 결과도 나왔다.

언론사별 댓글 성향에도 차이가 났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7개 언론사 댓글에서 방류반대(62.1%)가 방류허용(37.9%)보다 많이 나타났지만, <조선일보>는 방류허용(57.2%)이 방류반대(42.7%)보다 많았다.

이 교수는 "위험물질이나 수산업 관련 토픽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정치적·이념적 대립이 나타나났다”며 “또, 언론사의 정치성향에 따른 담론 구성과 대립에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고 했다. 이어 "'방류 허용' 입장은 상대의 위험 의견이 비과학적이라며 야당과 비판집단을 '괴담'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주로 반박했다"며 “이번 연구에서 가장 강렬한 단어는 ‘괴담’이었고, 보수 진영의 이 '짧은 용어' 프레임은 유효했다"고 분석했다.

15일 상연재 컨퍼런스룸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환경커뮤니케이션연구회와 방송저널리즘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후쿠시마 오염수 언론보도와 환경 담론의 정치성" 세미나 ⓒPD저널
15일 상연재 콘퍼런스룸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환경커뮤니케이션연구회와 방송저널리즘연구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후쿠시마 오염수 언론보도와 환경 담론의 정치성" 세미나 ⓒPD저널

유튜브 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영상 296개를 분석한 홍주현 국민대 교수는 “분석 결과 가짜뉴스나 괴담이 다른 의제에 비해 쟁점화되지는 않았다”고 했다. 조사 대상 유튜브 영상의 84.1%은 방송사 영상이 차지했고, 개인 방송은 4.4%에 불과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 등 방송사 영상을 더 자주 추천하기 때문으로 일각에서 SNS를 통해 괴담이 유포되고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정치 성향 별로 분석하면 중립 성향이 86.5%, 진보 성향이 9.4%, 보수 성향은 4.1%로 나타났다. 홍 교수는 “조사 대상 영상 중 보수 종편의 영상은 7개에 불과했다"며 "방사능 이슈의 특성상 찬성 입장이나 정부의 오염수 방류 관련 동조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토론에 나선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시민 대다수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고 있지만, 여당이 이것을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있다"며 “오염수를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괴담 유포자’가 되니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워졌다”고 했다.

정낙원 서울여대 교수는 “광우병 사태와 세월호 참사에 이어 환경 문제도 정치적 쟁점이되면서 이를 비판하는 시각이 많지만, 사실 이 문제는 정치의 영역이고 근본적으로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지금 정치에 기대하긴 어려워졌고, 언론이 과학 저널리즘을 바탕으로 국민들에게 자세한 정보를 주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정수린 서강대 교수는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낮고 개인적 대응 방법이 없다면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에 따라 루머가 생기는 건 자연스러운 사회 현상"이라며 “언론이 심리학·사회학 전문가를 통해 루머가 생겨나는 요인을 짚는 발전적인 보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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