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살고 있나'란 문자에 철학 코너 기획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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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TBS라디오 '네 시 상륙작전, 최장군입니다' 양승창 PD

양승창 PD
TBS 양승창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TBS라디오 <네 시 상륙작전, 최장군입니다>의 월요일 코너 ‘박구용 왔구용’이 제280회 이달의 PD상 라디오시사·교양 부분에 선정됐다. 이 코너는 박구용 전남대 교수가 출연해 철학을 주제로 대담을 나눈다.

<네 시 상륙작전, 최장군입니다>를 연출하는 양승창 TBS PD는 '박구용 왔구용' 코너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작년 말 어느 청취자가 ‘어느덧 50이 넘었는데 문득 내가 잘살고 있냐는 생각이 들어요’라는 문자를 보냈다"며 "방송 내용과 상관없이 본인의 감정을 맥락 없이 이야기한 건데, 이런 청취자를 위해 철학을 이야기하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철학이라는 학문이 소수의 학생만 탐구하는 닫힌 강의가 아니라 공간의 학문이라는 것을 라디오로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13일 양승창 TBS PD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났다. 다음은 양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TBS라디오 '네 시 상륙작전, 최장군입니다'

- 수상소감 부탁드려요.
“철학이라는 학문이 소수의 학생만 탐구하는 닫힌 강의가 아니라 공간의 학문이라는 것을 라디오로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제작진의 노력을 다른 PD분들로부터 인정받은 것 같아 뜻깊었습니다.”

- ‘박구용 왔구용’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작년 말에 어느 청취자가 ‘어느덧 50이 넘었는데 문득 내가 잘살고 있냐는 생각이 들어요’라는 문자를 보냈어요. 방송 내용과 상관없이 본인의 감정을 얘기한 건데, 그 문자를 어떤 맥락도 없이 그냥 보내주신 점이 눈에 띄었던 거죠. 이런 생각을 가진 청취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드리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그것은 '철학'이라고 생각했어요.”

- 왜 그렇게 생각했어요?
“'철학'은 보통 관념적이고 일반인들이 다가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철학은 생각을 하는 학문이잖아요. 그래서 이런 문자를 보내준 분들한테 삶의 의미와 문제를 생각할 시간을 드리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철학과 교수 중 박구용 교수를 섭외한 이유는? 
“박구용 교수의 철학 이야기는 현학적이고 어렵지 않고 일반인들이 들어도 편하게 이해할 수 있어요. 또, 기억에 남는 인상 깊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세요. 쉬운 언어로 이야기하고, 전달력도 좋아서 출연을 오랜 기간 요청했어요.”

- ‘철’ 없는 어른들의 인생‘학’교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프로그램의 콘셉트가 예능과 오락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철학이라는 단어를 저희 방식으로 풀어써 본 거예요. 철학이란 건 어렵다거나 딱딱하다는 이미지가 있죠. 그래서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기 위해 장벽을 낮춰보려고 네이밍한 거죠.

- 10년 전 즈음에는 방송에서 철학을 다룬 적이 있었는데, ‘박구용,왔구용’이 다시 살린 거 같아요. 지금 철학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사회가 깊게 고민하기보다는 즉흥적이고 재미있는 콘텐츠들 위주로 가고 있잖아요. 유튜브에서는 1분 내외로 짧게 해야지만 사람들이 열광하고요. 그것에서 벗어나 조금 천천히 가서 느린 호흡이지만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를 직접 해보고 싶었어요. 사람들이 들었을 때 바로바로 와닿지는 않더라도 한번 곱씹어 보는 콘텐츠를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 최근에는 인간의 '불안'을 다루었는데 왜 인간의 '불안'에 집중했나요?
“저희가 다뤄봤던 주제 중에 '공간'이라는 것도 있었고요. '인간이란 무엇인가'와 '인간의 사고란 무엇'인지도 다뤄봤고, '욕망'을 주제로 청취자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을 향해 ’쟤는 불안에 예민해‘라고 말하면서 한 개인의 불안의 원인을 그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개인이 느끼는 불안도 그 근원을 따져보면 그 개인이 속한 사회 전체의 시스템에서 오는 불안이죠. 따라서 그 해결책도 사회 전체적인 시스템적으로 모색해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불안' 편을 통해 청취자에게도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 연출자 스스로도 불안이 있을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하죠. ‘오늘,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내일도 사람들이 좋아해 주실까’라는 불안이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이제 50이 되어가는데 잘 살고 있는지, 앞으로 남은 생은 어떻게 생활하지라는 불안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청취자들이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있어요. 그 결과로 이달의 PD상이라는 큰 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저희 프로그램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애청해 주고 함께 철학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이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2004년 4월에 라디오 PD로 입사한 양승창 PD는 <힘내라 2시>, <4시를 잡아라>, <9595쇼> 외 다수 프로그램을 연출했고 현재 <네 시 상륙작전, 최장군입니다>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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