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 인터뷰’ 겨냥한 압박, KBS‧MBC에서 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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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생존까지 위협하는 파상공세...어디로 향할지 '미지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유령처럼 떠돌던 정부의 ‘공영방송 민영화’ 방침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가시화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9월 7일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KBS·MBC·JTBC에 ‘내부 팩트체크 시스템’을 점검하여 재승인‧재허가에 반영하겠다고 통보했다. 방통위는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모든 방송사를 향해 ‘원스트라이크 아웃'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했다. 인터넷 독립 언론인 뉴스타파도 예외가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나서서 ‘신문법상 등록 취소’를 거론했다. 법적으로 가능한 일인지 여부를 떠나 인터뷰 하나 보도했다가 많은 언론사들이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대통령실과 여당, 언론은 일제히 이 논란을 민주당이 배후인 ‘대선 공작’으로 규정했다. 여당 대표가 ‘사형’ ‘1급 살인’까지 수위를 높이는 사이,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무마 의혹’ 관련 핵심 당사자 발언의 ‘진위’ 여부는 사라졌다. 아수라장 속에서 검찰은 ‘수사 무마가 없었다’와 ‘김만배 인터뷰는 허위다’라는 2가지 쟁점을 은근슬쩍 사실로 전제한 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수사까지 나아갔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16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대선공작 규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가 16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대선공작 규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떠들썩하지만 쟁점은 간단하다. 첫째, '김만배 인터뷰'에서 나온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의 허위 여부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와 조우형 씨가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에 김만배 씨의 주장은 허위라고 보고있다. 이는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과 그간의 행적에서 확인된 남욱, 유동규, 김만배, 조우형 씨 등 대장동 핵심 인사들의 진술 번복을 간과한 결론이다.

이번 인터뷰 논란의 중심인 조우형 씨조차도 2014년 1월 경찰 조사에서는 2011년 검찰 수사 당시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돈세탁에 관여된 내용으로 수사 받았다. 가족의 모든 계좌 압수수색까지 했는데 혐의 없다고 했다. 대장동 관련 수사도 받았다’고 해놓고는 최근 검찰 조사에선 그런 적이 없다고 진술을 바꿨다. 따라서 ‘김만배 인터뷰’는 당사자 간 엇갈리는 진술 중 하나로 보는 것이 상식적이다. 

수사 무마 의혹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점도 검찰이 너무 쉽게 기각한 ‘검증 대상’이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남욱 변호사는 검찰이 나중에 진술을 번복했다고 한 두 번의  조사에서도 ‘김만배 씨가 2011년 수사 당시 검찰 윗선에 로비를 했다고 들었고 조우형 씨가 실제로 처벌받지 않고 마무리됐다고 했다’는 진술을 유지했다. 남욱 변호사는 2022년 진술 조서에서 로비의 대상으로 2011년 대검 중수부장이던 김홍일, 최재경 등 실명까지 언급했다.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수사 무마 정황 진술’은 여전히 살아있는데도 유독 이번 논란의 김만배 인터뷰만 ‘대선 공작’으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판준비기일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공판준비기일 출석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두 번째 쟁점은 논란의 인터뷰를 보도한 게 민주당이 배후로 있는 ‘대선공작’인지 여부다. 사실 이 쟁점엔 애초 근거가 없다. 9월 10일, 박성중 의원은 ‘대선 공작’의 근거로서 “대선을 3일 앞두고서야 공개했다”는 점과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가 10% 앞서다가 대선 때 25만 표 차이로 좁혀진 것”을 제시했다. 인터뷰에 이르기까지 과정에서 민주당이 개입했다는 증거가 나와야 ‘대선 공작’이 되는데 뜬금없이 인터뷰 보도 전후 지지율 변화를 근거로 댄 것이다. 원인과 결과의 기본적인 선후관계조차 혼동한 주장이다.

검찰은 김만배 씨가 ‘이재명과 한배를 탔다’며 조우형, 남욱 씨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했다는 걸 ‘대선 공작’의 근거로 제시했는데 이 역시 조우형, 남욱 씨의 검찰 진술이다. 일방의 검찰 진술이라는 점을 차치한다고 해도, 김만배 씨의 ‘허위진술 종용’에 민주당의 지시나 개입이 있었는지가 입증된 바 없다.

‘김만배 인터뷰’ 논란의 핵심 쟁점은 여전히 입증이 필요한 상태다. 대장동 의혹이 막 터져나왔던 2021년 10월 당시엔 모든 언론사가 김만배 씨 등 당사자 인터뷰를 따기 위해 동분서주했는데 바로 그 ‘당사자 발언’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유독 특정 방송사들만 생존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건 기이한 현상이다. 조선일보 <단독/“조미료 쳤다” 넘기려던 김만배, 돈거래 나오며 ‘대선 공작’ 드러나>(9.8)의 경우 김만배 씨가 6월 26일 검찰 조사에서 이미 “제가 윤석열을 언급하면서 신학림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은 사실 조미료를 많이 친 것”이라며 논란의 2021년 9월 인터뷰가 허위임을 인정했다는 검찰발 진술을 전했다. 그렇다면 ‘조미료 친 진술’을 김만배 씨의 주장을 보도한 언론사들은 ‘공작의 공범’보다는 ‘과장된 주장에 속은 피해자’에 가깝다.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6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한편 검찰은 지난 5일 '허위 인터뷰' 의혹과 관련해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에게 이날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바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허위 인터뷰'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6일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뉴시스

이런 식이라면 언론은 대선 후보자 의혹을 보도할 수 없다. 엇갈리는 진술 속에서 교차 검증이나 반론 보장이 부족했다는 비판은 가능하지만 그게 ‘대선 공작’이 되려면 면밀하고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 역시 ‘조폭이 전달한 돈’ ‘조폭과 찍은 사진’ 등 조악하게 만들어진 ‘가짜 조폭연루설’ 공세를 받은 바 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이 시작한 공세였고 문화일보 <사설/이재명 ‘조폭 돈’ 의혹 더 구체적 폭로, 충격적이다>(21.10.21)와 같은 기사가 넘쳐났지만 그 누구도 이걸 ‘대선 공작 범죄’로 엄단하자고 하지 않았다. SNS 탐색만 해도 드러날 헐거운 허위 정보였으나 다른 언론사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대선 공작 공범’이라 타박하지도 않았다.

이번 김만배 인터뷰 논란에서 변한 것은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고 주된 공세 대상이 공영방송이라는 점 정도뿐이다. 언론사 생존까지 위협하는 이 파고는 단지 공영방송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다른 언론들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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