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넷플릭스와 SKB 망사용료 소송 합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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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36

넷플릭스 ⓒPD저널
넷플릭스 ⓒPD저널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제작기획2부)]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이하 SKB)와 넷플릭스는 9월 18일 넷플릭스 코리아 사무실에서 모든 분쟁을 종결하고, “고객 편익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써 2019년에 시작되어 3년 6개월간 진행됐던 넷플릭스와 SKB의 망사용료에 대한 소송이 갑자기 끝났다.

예상치 못한 합의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SKB가 1심에서 승소했고, 법원에서 2심 선고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와 SKB의 소송이 2021년 6월 1심에서 넷플릭스가 패소하였고, 양측이 항소한 2심은 10차까지 변론이 진행되었다. 또한, SKB는 망사용료에 대한 연대를 강화하고 있었다. 합의 소식이 발표되기 일주일 전에 방한한 리사 퍼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 사무총장도 빅테크가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불균형을 고치지 않으면 인터넷 생태계는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하며 SKB에 힘을 실어주었다.

양측의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주된 이유는 상호이익(win-win)이다. 넷플릭스는 이 소송 결과가 글로벌로 확대하는 경우를 우려했고, SKB의 모기업 SKT는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넷플릭스와 제휴가 필요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이 소송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켜본 OTT 연구자로서 양측이 합의한 배경과 함의에 대하여 정리해보고자 한다.

'세기의 소송' SKB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소송 경과
이 소송은 2015년 SKB가 넷플릭스에게 망 이용대가를 협상하자고 요구한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SKB가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를 요청하여 넷플릭스가 응했으나 2020년 넷플릭스는 중재를 거부하고 SKB에 대한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하였다. 2021년 1심에서 넷플릭스는 패소하고 바로 항소했다. 이후 지난 7월 10차까지 변론이 진행되었다. 10차례의 변론 동안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9월 18일 양측이 제기한 민사소송 취하서를 제출하고, SKB는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기한 재정 신청 취하서와 넷플릭스는 동의서를 제출하여 모든 법정 분쟁이 종결되었다.

- 2015년 9월 SKB가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 협상 요구

- 2018년 10월 SKB가 넷플릭스와 망 이용료 정산 논의는 협의사항으로 남겨뒀다고 주장

- 2019년 11월 SKB가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의 망 이용대가 협상 중재 재정 신청

- 2019년 12월 넷플릭스가 방통위에 이견서 등을 제출하여 재정에 응함

- 2020년 4월 방송통신위원회 중재 시도

- 2020년 4월 넷플릭스가 중재를 거부하고 SKB를 상대로 채무 부존재 확인 민사 소송 제기

- 2021년 6월 1심 재판에서 넷플릭스 패소

- 2021년 7월 넷플릭스 항소

- 2021년 9월 SKB가 넷플릭스에게 망 사용료 지불하라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 제기

- 2022년 3월 1차 변론

- 2023년 7월 10차 변론

- 2023년 9월 넷플릭스와 SKB가 합의, 소취하, 방송통신위원회 재정 신청 취하

SKB와 넷플릭스
SKB와 넷플릭스

SKB와 넷플릭스가 합의한 이유는?
SKB가 1심에서 이겼기 때문에 2심에서도 우위에 있다고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소송을 끝낸 데는 넷플릭스가 더 적극적으로 합의를 원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호서대 변상규 교수는 1심 판결을 근거로 1년간 넷플릭스가 지급할 사용료로 1,465억 원이라고 산출하기도 했다. 법원은 10차 변론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의 망 사용대가 감정에 대한 의견을 SKB는 7월 26일, 넷플릭스는 8월 23일까지 제출하도록 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판결을 정리하는 시점이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소송이 끝까지 가서 않고 중간에 합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합의로 끝나는 소송의 장점은 막대한 소송비용을 절감도 하고, 판결의 선례가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이번 소송에서 넷플릭스가 2심에서도 패소했다면 넷플릭스를 상대로 하는 유사한 소송에 주요한 논리를 제공하게 된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일부 언론에서 추정한대로 SKB에 400억 원을 지급하고 소송을 끝내서 선례를 남기지 않는 편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해외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소송을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서 논란이 됐었던 OCA를 SKB에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더욱 넷플릭스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망 사용료와 관련하여 유튜브가 트래픽(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표 2022년 4분기 기준 구글 28.6%, 넷플릭스 5.5%)이 더 많음에도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분쟁을 대변하는 모습에서 탈피하는 효과도 있다.

SK 입장에서도 합의가 나을 수 있다. 2심에서도 이긴다고 해도 분명히 넷플릭스는 상고를 할 것이기 때문에 또 대법원에서 지난하게 논리 싸움을 펼쳐야 한다. 그러는 동안 SKT와 SKB는 한국의 통신 시장과 IPTV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도 어렵고 성장성에 근본적인 한계를 갖게 된다. 또한, 넷플릭스가 일정 금액의 비용을 지급한다면 더 이상의 소송이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여 SKB의 모기업인 SKT가 직접 나서서 합의를 주도하였을 것이다.

SKT와 SKB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우선 SK 그룹내의 통신과 IPTV의 시장 확대이다. SKT와 SKB가 밝힌대로 2024년 상반기부터 SK의 고객이 스마트폰, IPTV(B tv) 등에서 넷플릭스를 편리하게 시청하고 결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번들 요금제를 비롯한 다양한 상품을 마련할 수 있다. 번들요금제에는 넷플릭스를 SKT 요금제, SKB의 IPTV 상품, SKT의 구독 상품 T우주 등과 결합하는 요금제가 해당된다. 또한, 더 많은 고객들이 넷플릭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넷플릭스가 최근 출시한 광고형 요금제 관련 상품도 내놓을 수 있다. 그리고 SKT와 SKB는 넷플릭스와 그동안 축적해 온 대화형 UX, 맞춤형 개인화 가이드 등 AI 기술로 소비자 친화적인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만들 수 있다.

SKB
SKB

'소송보단 협력'...소송 취하에 담긴 의미와 영향
이번 합의는 여러 가지 의미도 갖고 국내외 미디어 지형에 영향도 미칠 것이다. 첫째, 망 사용료는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망 사용료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변상규 교수가 계산한 연간 1,465억 원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넷플릭스는 SKB에게 400억 원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된다. 컨설팅 업체 스트란드 컨설트(Strand Consult)는 합의 발표 이후 “넷플릭스의 합의 결정은 다른 네트워크를 무료로 사용할 권리가 있고 데이터 교환 및 정산이 무료라는 넷플릭스의 주장이 정당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한다. ... 동영상 스트리밍과 관련된 비용은 실제 비용이며 반드시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은 남아 있다.”고 밝혔다.

둘째, 망 사용료에 대한 국내 입법 추진의 동력이 사라졌다. 전혜숙 의원 등이 발의한 7건이 발의되어 있는데, 이제 분쟁이 종결되어 입법의 우선순위에 밀리게 되면서 21대 국회에서 과연 처리될지 의문이다.

셋째, 글로벌 망 사용료 논의의 확산이다. 소송이 합의로 끝나 최종 판례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나온 논의는 국내에서 구글, 해외에서 빅테크의 망 사용료와 관련하여 분쟁이 지속될 것이고 이 소송은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할 것이다. 실제로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넷플릭스·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들의 망 투자 비용 분담을 골자로 한 가칭 ‘기가비트연결법(Gigabit Connectivity Act)’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넷째, 국내에서 넷플릭스의 위치가 공고화하고 국내 제작사의 넷플릭스 의존도가 심화될 것이다. 넷플릭스는 해외에 진출할 때 약한 고리깨기 전략을 편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를 보면 넷플릭스는 딜라이브, CJ헬로, LGU+, 올레TV와 순차적으로 공략을 했고, 이제 마지막 남은 SKB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국내 OTT의 가입자와 이용자수, 매출 등에서 절대 지존이 되었다. 콘텐츠 공급에 있어서도 국내 방송사의 경영 악화에 따라 드라마 편성을 감소시키고 있어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도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결국 국내 지상파도 MBC가 <피지컬: 100>이나 <나는 신이다>를 공급했듯이 넷플릭스에 드라마 공급을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야말로 세기의 소송이 끝났다. 양사가 합의하고 소를 취하했으니 아름다운 마무리라고 할 수 있다. 비즈니스는 서로 도움이 되어야 한다. 소송이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이용자의 부담으로 올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용자의 복지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진행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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