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폭주가 우려되는 방심위, 위기의 공영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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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AI와 함께, 김창룡의 미디어 비평 ①]
실체적 진실 나오지 않았는데...성급한 제재에 우려

[PD저널=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공영방송을 비롯한 한국언론이 위기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심층보도와 권력비판, 감시보도에 대한 고소고발이 이어지고 심지어 현역 대통령이 명예훼손이라며 언론을 상대로 소송에 나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소송당사자로 이름을 올리고 이에 보조를 맞추는 법무부와 검찰은 언론압박의 전위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기에 행정부 소속 민간독립기구로 존재해 온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마저 폭주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언론 자유는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방심위(위원장 류희림)가 최근 전체회의를 열고 김만배·신학림 뉴스타파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KBS와 JTBC, YTN에 최고 수위 징계인 ‘과징금’ 의결을 확정했다. 법정제재인 과징금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동관)의 방송사 재허가·재승인 심사 방송평가 점수에서 10점 감점된다.

과징금 제재는 10점이 자동 감점되기 때문에 매년 방송평가를 받아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뉴스제작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기 힘든 자기검열에 빠지게 된다.

과징금 금액은 추후에 결정되겠지만 이미 방송사는 치명상을 입었다. “‘객관성’, ‘공정성’을 이유로 보도 프로그램에 무더기로 과징금 제재를 의결한 사례는 유례없는 수위의 조치”라고 언론전문지 <미디어오늘>이 평가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뉴시스<br>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지난달 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방심위는 왜 이런 조치를 했을까.

방심위는 그 이유를 이렇게 공개했다. "KBS, JTBC, YTN이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하면서 '사실관계 확인이 부실하고, 의혹을 단정적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도 내용이 균형적이지 못하고, 반론보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다.

KBS는 2분 27초짜리 보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내용을 전했고, JTBC는 3분 38초짜리 보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만배 씨에게 '조OO이냐'고 말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됐다'는 내용을 전했다. YTN은 2분 24초짜리 보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내용을 전했다.

구체적 사례로, KBS는 2023년 9월 7일 뉴스9에서 뉴스타파의 보도를 인용하여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만배 씨가 이영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녹취록에서 "윤석열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해줬다"고 보도했다.

KBS는 이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이영렬 전 민정수석의 입장을 각각 전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김만배 씨의 말은 거짓"이라고 밝혔고, 이영렬 전 민정수석은 "김만배 씨의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 내용을 반론보도 차원에서 보도했다.

2022년 3월 7일 KBS <뉴스9> 방송분

KBS의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앵커]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만배 씨가 이영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녹취록에서 "윤석열이 무마해줬다"고 말한 것입니다.

[기자] 김만배 씨와 이영렬 전 민정수석의 녹취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김만배 씨가 "윤석열이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해줬다"고 말한 것입니다.

이 의혹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김만배 씨의 말은 거짓"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영렬 전 민정수석은 "김만배 씨의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KBS는 이 의혹을 "제기됐다"고 표현하며, 의혹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또한, 의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과 이영렬 전 민정수석의 입장을 각각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들이 의혹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방심위의 결정처럼 ‘단정적인 보도’를 하지 않았다. ‘의혹’이라고 보도했다. 실체적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고 그 전 단계로 언론은 의혹 수준의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다.

아직 진실규명이 되지않은 사안을 벌써 가짜뉴스로 규정하는 것 자체가 성급하고 단정적이다. 의혹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반론도 함께 보도했다. 물론 반론보도의 요건이나 보도의 균형성 차원에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김만배 씨와 이영렬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녹취록이라는 물증을 공개하며 의혹을 제기했다. KBS, JTBC, YTN 역시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하면서 '의혹'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의혹 당사자들의 반론도 함께 전했다.

이정도 수준의 보도를 가짜뉴스로 단정하고 방심위가 최고 수준의 징계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방송평가 점수를 감점하는 조치는 한국언론을 위축시키고 저널리즘을 옥죄는 조치로 훗날 수치스러운 결정으로 비판받게 될 것이다.

이런 과도한 언론규제조처는 특정 언론사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고 비판언론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될 것이기에 언론자유를 수호하는 언론사라면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조선일보는 '윤석열 가짜뉴스'라는 주장을 펼치며 방심위의 징계를 옹호했다. 조선일보는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수사를 무마했다는 의혹이라고 주장하며, 이 의혹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9월 26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가 ‘허위’라고 주장하면 허위인가. 누가 실체적 진실을 밝혔는가. 허위 주장과 의혹이 난무할 뿐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않았다.

뉴스타파 보도는 윤석열 대통령이 김만배 씨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저축은행 수사에 개입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뉴스타파 보도의 핵심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조선일보는 2021년 언론사 보도의 책임을 강화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언론징벌법'이라고 비판하며 반대했다. 조선일보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방심위의 이번 징계를 옹호하면서 '선거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조선일보가 인용보도하여 과징금 대상이 되었더라도 이런 식의 방심위 옹호 보도를 했겠는가. 조선일보의 이러한 태도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똑같은 사안을 두고 한겨레는 ‘언론들이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거나 권력자와 관련한 의혹 보도하기 어려워질 거’라고 판단했다.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묻지마식 보도’하는 행태는 마땅히 비판받고 근절돼야 한다.

실체적 진실이 나오기도 전에 성급하게 ‘허위’라고 주장하고 중징계를 내리는 것은 부당하다. 언론사에 재갈을 물리는데 언론사 스스로 정당화 시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독립기관으로 만들어 둔 방심위가 절차를 중시하지않고, 실체적 진실을 기다리지않고 성급하게 강력한 법정제재에 나서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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