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개콘', 대중의 관심 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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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주요 시청층과 ‘MZ세대'에 통하는 코미디 코드 찾아야

KBS '개그 콘서트'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방송사들은 꽤 오랫동안 간판 예능인 개그 프로그램의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콘텐츠 홍수 속에서 표류하던 코미디 프로그램은 시청자의 외면을 받은 데 이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으로 인해 폐지 수순을 밟았다. 1999년부터 방영된 KBS <개그 콘서트>는 인기가 사그라들며 지난 2020년 결국 막을 내렸고, 얼마 가지 않아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도 종영했다. <개그 콘서트> 폐지 이후에도 굳건히 자리를 지켰던 tvN <코미디 빅리그>도 지난 13일부터 12년 만에 기약 없는 휴지기에 들어갔다. 방송가에서 찬밥 신세인 코미디가 유튜브에서 화제의 콘텐츠라는 점은 참 아이러니하다. 이러한 가운데 KBS가 <개그 콘서트2>를 내달 5일부터 방송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과연 대중의 관심을 살 수 있을까.

방송가에 그 많던 개그맨들이 향한 곳은 따로 있다. 일부 개그맨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유튜브로 무대를 옮겼다. <피식대학>이 대표적이다. KBS와 SBS 공채 개그맨 출신인 김민수, 이용주, 정재형이 의기투합해 2019년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을 개설했다. 현재 구독자 수는 242만 명을 확보하며 두터운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누적 조회 수 5억 뷰를 돌파했다. 이들은 ‘05학번이즈백’ ‘한사랑산악회’ ‘B대면데이트’ 같은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공감할 법한 캐릭터와 ‘하이퍼 리얼리즘’ 상황극이 흥행을 이끌었다. 최근엔 미국 유명 토크쇼를 오마주한 ‘피식쇼’로 화제를 낳고 있다. 한국어를 섞은 엉터리 영어로 대화하면서 화려한 미국식 추임새를 남발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백악관 셰프 안드레 러시와 배우 강동원, 축구선수 손흥민 등이 출연했다. 올해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예능 작품상까지 수상했을 정도다.

<피식대학> '피식쇼'

유튜브에서는 여성 개그우먼들의 활약도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여성 개그맨들의 역할이 다소 제한적이었다. 예쁜 여자 혹은 못생긴 여자 등 외모에 국한해 웃음 소재로 활용하기 일쑤였다. 반면, 유튜브에서는 개그우먼들이 적극적으로 ‘부캐’를 드러내면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 <코미디 빅리그>에서 활동했던 이은지는 피식대학에서 걸스힙합마니아 ‘길은지’로 분해 Y2K 감성을 한껏 강조해 웃음을 선사했다. KBS 공채 출신인 ‘엄지렐라’ 엄지윤은 누군가의 누나 혹은 여자친구 등의 모습을 현실감 있게 연기해 인기를 얻고 있다. 공채가 아닌 개그우먼으로 10년가량 무명시절을 보냈던 박세미는 신도시에 사는 젊은 엄마 ‘서준맘’ 캐릭터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푼수 같지만, 정 많고 마음이 여린 모습으로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대세’ 방송인으로 떠올랐다.

이 가운데 코미디 프로그램의 부활을 예고한 <개그 콘서트>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주요 시청층이 원하는 코미디와 이른바 유튜브와 숏폼 콘텐츠에 익숙한 ‘MZ세대’가 원하는 코미디 코드를 잘 찾아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개그 콘서트>는 폐지되기 전까지 장장 21년 동안 한국 대표 개그 프로그램으로 방송되며 많은 스타 개그맨을 배출하고, 수많은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한편 시대적 흐름에서 어긋나거나, 다소 뒤처진 소재로 논란에 휩싸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만큼 코미디쇼의 특색인 다양한 캐릭터를 내세운 콩트 포맷에 더해 코미디의 구성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특히, 개그맨과 개그우먼들이 방송사에 비해 심의에서 자유로운 유튜브에서 마음껏 끼를 펼치고 있는 만큼 내부적으로 방송사의 코미디쇼가 지닌 지향점을 되짚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또 방송사의 개그맨 공채 시스템이 신인 개그맨을 키우는 등용문 역할을 하는 동시에 예능에 적합한 신선한 얼굴을 발굴하는 장이 됐다. 이제는 신인 개그맨(크루)들을 방송 프로그램에 국한하지 않고, 다변화된 플랫폼에서의 ‘코미디쇼 실험’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한다면 멀어졌던 대중과 좀 더 유쾌하게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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