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남긴 마지막 지구의 모습, KBS '지구 위 블랙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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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아카이브 콘서트…최정훈·YB·김윤아·르세라핌 출연

KBS 창립 50주년 대기획 '지구 위 블랙박스' ⓒKBS

[PD저널=엄재희 기자] KBS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후 위기에 경종을 울리는 <지구 위 블랙박스>를 선보인다. 2049년 인류가 거주할 수 없게 된 미래의 지구에서 2023년 푸른 지구의 아티스트들이 남긴 콘서트 영상을 발견하게 되는 스토리로, SF드라마가 콘서트로 이어지는 크로스오버 작품이다.

<지구 위 블랙박스>를 연출한 구민정 PD는 5일 서울 용산구 G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지구는 빠르게 나빠지고 기후 위기는 선명하게 보이지만, 그에 비해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다"면서 "머리로 이해하기보다 감정을 울릴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고 생각했고, 배우와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지구 위 블랙박스>는 2049년 이후 '거주 불능' 상태가 된 지구를 배경으로 소수의 생존 인류는 방공호에 탑승하고, 한 명의 '기록자'만이 지구의 '데이터 센터 블랙박스'에 남아 지구 기록을 확인하는 설정으로 한다. 배우 김신록, 박병은, 김건우가 각각 2054년, 2080년, 2123년 '기록자' 역할을 열연했다. 지구에 홀로 남은 이들은 "나는 기후위기를 방관했다"며 눈물로 고백한다. 이들은 기록을 확인하던 중 2023년 푸른 지구에서 열린 '기후 위기 아카이브 콘서트' 영상을 찾아내면서 화면은 아티스트들의 무대로 이어진다.

아티스트들은 기후변화로 파괴돼 가는 국내외 6곳에서 무대를 펼쳤다. 밴드 잔나비의 보컬 최정훈은 관측 이래 최저 면적을 기록한 남극의 해빙 위에서 감미로운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불 품 없지만'을 불렀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매년 축구장 18개 크기의 백사장이 사라지는 동해안에선 YB가 바닷물이 점점 차오르는 수조 안에 들어가 '흰수염고래'를 열창하고, 푸른 섬 제주를 배경으로 아이돌 그룹 르세라핌이 'Unforgiven' 무대를 선보인다.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로 최악의 자연 재난을 맞이한 스페인에서 김윤아와 댄서 모니카X립제이가 특별한 공연을 펼치고, 난개발로 파괴된 태국의 맹그로브 숲에선 가수 정재형과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가 보트를 타고 물 위에서 연주를 선보인다. 아이돌 그룹 세븐틴의 호시는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댄서 30명과 강렬한 '호랑이' 공연을 펼친다.

밴드 잔나비 최정훈, 밴드 YB 윤도현, 댄서 모니카, 립제이,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배우 김신록, 김건우와 구민정 PD가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KBS 공사 창립 50주년 대기획 '지구 위 블랙박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밴드 잔나비 최정훈, 밴드 YB 윤도현, 댄서 모니카, 립제이,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배우 김신록, 김건우와 구민정 PD가 5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KBS 공사 창립 50주년 대기획 '지구 위 블랙박스'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BS

기후 위기 현장에서 무대를 가진 아티스트들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최정훈은 "남극에 갈 때 방한 장비를 가져갔지만 날씨가 따뜻해 니트를 입고 라이브를 했다"며 "라이브를 하는 동안에도 빙벽이 녹아내리는 소리가 들렸고 시종일관 천둥치는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YB는 "해수면 상승으로 해변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말로만 들었는데, 직접 가서보니 심각성을 느꼈다"면서 "심지어 도로까지 유실된 곳을 보고 지구 온난화가 큰 문제라고 느꼈다"고 했다.

대니 구는 "항상 공연장에서 주목받는데 맹그로브 숲에서 연주하니 우리가 작게 느껴졌다"며 "숲이 계속 없어지는 장면을 봤는데, 미안한 마음도 생기고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시청자의 몰입을 돕기 위해 열연한 배우 김신록은 "드라마 구조 안에 콘서트 공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다큐나 예능의 영역이 아니라 드라마 구조로 안착시키는 브릿지 역할을 잘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기후 위기를 다룬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에게 높은 관심을 받기가 쉽지 않다. 구 PD는 "환경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어떤 예능이나 드라마보다 재밌게 만들었다"며 "용을 쓰고 기획했다. 관심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4부작으로 구성된 <지구 위 블랙박스>는 KBS 2TV에서 10월 9일 밤 9시 40분에 첫 방송된다. 이어 16일, 23일, 24일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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