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해고에 편성개입 논란까지...TBS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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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택 전 사장 체제 보직간부 2명 해고 통보
내부 반대에도 서울시 홍보성 프로그램 신설 등 논란

TBS 전경
TBS 전경

[PD저널=엄재희 기자] 서울지역공영방송 TBS에서 직원 2명이 돌연 해고 통보를 받고, 편성위원회가 반대한 프로그램의 신설이 강행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지원조례 폐지로 내년 1월 1일부터 지원금 '0원'이 되는 TBS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임명한 박노황 이사장 취임 이후 노사갈등마저 고조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TBS지부는 10일 기자회견을 통해 TBS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해고·부당감사·편성개입 문제를 제기했다.

TBS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영 당시 라디오제작본부장과 전략기획실장을 맡은 간부 2명을 6일 해고했다. TBS는 사내 구성원들에게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6월 서울시의회는 TBS 추경안을 부결하면서 공정성 논란을 초래한 직원 징계 등 인사혁신을 요구했고, TBS는 김어준 씨와 이강택 전 TBS 대표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주용진 TBS PD협회 부회장은 "TBS에서 언론인이 해고되는 학살이 시작됐다"며 "공영방송을 위해 쌓아온 그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예산을 무기로 TBS 구성원의 생존권을 흔들며 '입을 다물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TBS는 현재 1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전 직원 대상 1개월 무급 휴직 등 사실상 구조조정도 앞두고 있다.

'방송 편성 개입' 논란도 일고 있다. TBS는 9일 내부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FM라디오 개편을 단행하고 프로그램 2편을 신설했다. 아침 출근길 프로그램 <서울, 마이 소울>이 오전 7시부터 2시간 동안 방송되고, SBS 보도국장 출신 서두원 진행자가 맡은 <살 만한 세상 서두원입니다>가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전파를 탄다. 두 프로그램은 서울시가 협찬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 시간대를 대신하는 <서울, 마이 소울>은 서울시가 지난 8월 새롭게 정한 도시브랜드인 'SEOUL MY SOUL'과 같은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서울시의 정책 및 소식을 전달하는 '동행뉴스'를 비롯 서울시 주요 사업 담당자가 직접 출연해 서울시 사업을 소개하는 코너 등으로 구성됐다. 진행은 송정애 TBS 아나운서가 맡는다.

송지연 TBS지부장은 "서울시가 내건 슬로건을 그대로 가져와서 서울시를 홍보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원칙이 아니라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가 간섭해야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TBS지부가 10일 언론노조 회의실서 '부당감사! 부당해고! 부당방송개입! TBS를 어디까지 망가뜨릴 셈인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교양 프로그램으로 신설된 <살 만한 세상 서두원입니다>는 '낙하산 진행자' 논란에 휩싸였다. 박노황 이사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서 진행자는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SBS 보도본부장을 맡았다. 지난 9월 열린 TBS 편성위원회에서 제작PD들은 서 진행자 선정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PD협회 TBS지회는 "방송편성권을 침해하는 낙하산 MC"라고 반발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은 "서두원 씨는 SBS 보도본부장 시절 최순실 사태가 터진 와중에 편파보도를 일삼다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그 이후 SBS는 축소왜곡 보도를 공식 사과했는데, 이런 인물이 진행자를 맡는 것은 TBS의 정상화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는 현재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를 TBS가 인용보도했다는 이유로 서울시 직원 6명을 파견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감사 자료 제출 목록에 노동조합의 최근 3년간의 회의록을 요구하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장은 "부당감사와 편성개입, 구조조정까지 TBS 죽이기가 본질"이라며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은 오세훈 서울시장에 있고, 지역공영방송을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게 길들이거나 망가뜨린다면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오는 13일 TBS 구성원들이 제기한 'TBS지원조례 폐지 무효확인소송' 두 번째 재판이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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