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 입력 2023.10.13 01:00
  • 수정 2023.10.20 11:13

“김성진 씨를 기억하는 게 위로하는 방법이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82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KBS '다큐인사이트' 이인건 PD

KBS '다큐인사이트-아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관하여'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제282회 이달의 PD상 TV 시다큐 부문에 KBS <다큐인사이트-아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관하여>가 선정됐다. 지난 1월 일본 야쿠시마에서 등산하던 중 실종된 청년 김성진 씨를 찾아 나선 그의 부모의 이야기를 담았다. 가족과 동행 취재하며 실종 사건 이후 겪는 아픔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여줬다. 

연출을 맡은 이인건 PD는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는 김성진 씨를 잊지 말고 기억해 주길 바라서였다”며 “이 상으로 인해 더 많이 기억해주면 좋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아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관하여’ 편 제작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5일 서울 공덕역 근처 커피숍에서 이인건 KBS PD를 만났다. 다음은 이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이다.

이인건 KBS PD

- 수상소감 부탁드려요.
“김성진 씨를 아직 찾지 못했는데, 수상했다고 좋아한다는 게 민망한데요. 그래도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가 사람들이 잊지 말고 기억해 주길 바라서였거든요. 김성진 씨를 더 많이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같이 고생해 준 스태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 심사위원회는 "실종자 가족에 집중해 부재의 아픔을 나눴다"고 평가했는데.
“실종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을 보면, 실종 사건 자체에 집중하거나 오랫동안 실종자를 찾지 못한 가족을 이야기하는데, 저는 실종 직후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어요. 사건 직후의 표정하고, 시간이 흐른 뒤의 표정은 비슷하지만 다르거든요."

- 김성진 씨 실종 사건은 어떻게 알게 됐나요?
“주기적으로 실종 사건을 검색했는데요, 김성진 씨 사건은 올해 1월에 벌어졌고, 저는 2주 후에 알게 됐어요. 그때 제가 다른 프로그램으로 바빠서 ‘사건이 났구나’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프로그램 끝나고 찾아보니 후속 기사가 없더라고요. 그러면 아직 못 찾은 거죠. 가족들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이분들을 섭외했죠.”

KBS '다큐인사이트-아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관하여'

- 이 사건 접했을 때 어떤 느낌이었어요?
“사건은 단신 기사로 나와요. 취재가 많이 된 게 아니라 일본 통신사 보도를 그대로 배겨서 한국 언론이 단신으로 내거든요. 그래서 사건 자체를 접했을 때 크게 느낌은 없었어요"

- 기사가 단순하면 찾기가 어렵지 않나요?
“짧은 기사 안에도 정보가 있잖아요. 일본 어디서 실종됐고, 외교부나 대사관은 어떤 이야기를 했다고요. 바로 일본 대사관에 연락했더니 후쿠오카 영사를 소개해주더라고요.”

- 실종자 가족을 처음 만났을 때는 어땠나요?
“엄청난 슬픔과 막막함에 휩싸인 상태라서 공기 자체가 달랐어요. 말 한마디 꺼내기 쉽지 않았죠. 저는 그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명확하게 말씀을 드렸죠. 프로그램 의도에 공감하면서 촬영을 할 수 있게 됐어요.

- 일본 동행은 어땠어요?
“아버지가 먼저 일본에 따라가겠냐고 했죠. 아버지 연세가 70을 넘었고, 험한 산이기 때문에 산에 올라갈 자신은 없었나 봐요. 그런데, 촬영하다보니 산에도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었던 거죠.

- 아버지는 원래 등산하셨나요?
“매일 산에 다니는 분은 아니에요. 김성진 씨가 실종된 산은 평범한 뒷산이 아니라 실종 추정 지점까지 올라가는 데만 8시간이 걸려요. 그정로까지 오르면 1박을 해야하니, 아버지 입장에서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었죠.”

- 등산로가 가팔랐나 봐요?
“가파른 데는 진짜 가팔라요. 거의 암벽 수준으로 네 발로 기어야 되는 곳도 있어요. 여기는 등산로를 따로 만들어 놓지도 않았어요"

KBS '다큐인사이트-아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에 관하여'

- 프롤로그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모습을 교차 편집했는데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랐어요. 어머니는 성격이 차분하고 정적이고, 아버지는 성격이 활발해요. 평소에 여기저기 잘 다니고, 동적입니다. 그래서 애끓는 어머니의 모습과 자기 도리를 다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는 아버지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려 했죠.

- 방송 후 40여 일이 지났는데 달라진 게 있나요?
“실종 사건 해결은 가족이나 언론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정부 당국이 나서야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아쉽네요. 이 사건을 기억하는 게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방법아닐까요.”

- 방송에 안 나온 내용 중에 이야기할 게 있나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사는 동네에 뒷산이 하나 있어요. 한 300m 되는 산인데, 매일 오르세요. 사실, 그 산이 야쿠시마 산보다 더 힘들어요. 자신들이 언제 그 산을 오를지 모르니 체력을 기르는 거죠. 이런 걸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 시사 프로그램도 하시고 다큐멘터리도 하시는 데 어떤 게 더 좋나요?
“좋고 나쁘고는 아니고요. 제가 <추적60분>을 1년 반 정도 했어요. <추적60분>은 사건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해요. 그런데, 시사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가끔은 사건을 보여주는 것보다 사람 보여주는 게 더 의미가 있겠다싶은 순간이 있어요. 그럴 경우 저는 다큐멘터리를 하죠. 그래서 저는 두 개를 왔다 갔다 하면서 하고 있어요"

※ KBS에 2014년 입사한 이인건 PD는 <명견만리>, <요리인류2>, <추적60분>을 연출 했고 현재 <다큐인사이트>를 연출하고 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