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연합회 "서울시·시의회는 'TBS 망치기'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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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서울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서울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TBS와 관련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엄재희 기자] TBS에서 부당해고와 편성개입 논란으로 내홍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PD연합회가 12일 성명을 내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는 'TBS 망치기'를 중단하고 'TBS 살리기'를 새롭게 시작하라"고 주장했다.

PD연합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TBS는 편성위원회에서 표출된 PD들의 반대 의견을 무시하고 <서울, 마이 소울>과 <살 만한 세상 서두원입니다>를 신설했다"며 "이는 방송 자율성의 기본틀인 편성위원회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켜 TBS의 공영성을 파괴한 폭거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TBS는 이강택 사장 시절 라디오제작본부장과 전략기획실장을 맡았던 간부급 사원 2명을 갑자기 해고했다"며 "이미 폐지된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신장식의 신장개업> 제작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PD연합회는 내홍의 원인으로 박노황 TBS 이사장을 지목했다. 이들은 "박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때 연합뉴스 사장으로 ‘편파 보도와 노조 탄압’을 이유로 사원 421명의 퇴진 요구를 받은 인물"이라며 "박 씨가 점령군 사령관처럼 TBS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은 개탄스럽다"고 했다. 이어 박 이사장을 임명한 오세훈 서울시장을 향해 "오 시장이 언론 인터뷰에 서 밝힌 ‘독립되고 공정한 방송’이 이런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전 직원 임금삭감을 감내하며 TBS를 살리고자 노력하는 TBS 구성원들의 진정성을 존중하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성명문 전문이다.

해도해도 너무 한다. 서울시민의 공영방송인 TBS가 처참하게 망가지고 있다. 서울시, 서울시의회가 앞다투어 ‘TBS 망치기’에 나선 결과, TBS는 예상보다 더 큰 상처를 입고 있다. ‘지원금 제로’의 극한 상황에서 TBS를 살리기 위해 희생을 감수해 온 TBS 구성원들은 좌절하고 있다.

TBS는 10월 9일 갑자기 FM라디오 개편을 실시, 편성위원회에서 표출된 PD들의 강력한 반대 의견을 무시한 채 <서울, 마이 소울>을 신설했다. 서울시가 내건 슬로건을 그대로 가져와서 아침 7시부터 2시간 동안 서울시를 홍보하는 프로그램이다. <살 만한 세상 서두원입니다>란 프로그램도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편성했다. 서두원씨는 ‘낙하산 MC’라는 PD들의 격렬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MC로 기용됐다. 이는 방송 자율성의 기본틀인 편성위원회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켜 TBS의 공영성을 파괴한 폭거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두 프로그램 모두 서울시가 협찬 지원한다는 사실이다. 제작비 예산 지원을 중단한 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만 선별해서 지원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공영방송의 원칙을 버리고 ‘간섭에 순응해야 지원한다’는 TBS 장악의 새로운 원칙을 세우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뿐이 아니다. TBS는 이강택 사장 시절 라디오제작본부장과 전략기획실장을 맡았던 간부급 사원 2명을 갑자기 해고했다. TBS 사측은 ‘개인정보’라며 실제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았는데, 이미 폐지된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신장식의 신장개업> 제작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프로그램 관계자의 문책을 요구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를 향한 ‘성의표시’ 아니냐는 것이다. TBS는 한술 더 떠 1년 이상 근속한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고, 전 직원 대상 1개월 무급 휴직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정태익 TBS 대표이사가 지난 6월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서울시의회에 반발한 것을 상기하면 외압 의혹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 당시 정 대표는 “TBS 살리기는 상생이 목표”이며 “구조조정은 이 상생의 취지와 어긋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대표이사의 뜻과 어긋나는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것은 박노황 이사장의 강압이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

박노황 이사장이 누구인가? 그는 박근혜 정부 때 연합뉴스 사장으로 ‘편파 보도와 노조 탄압’을 이유로 사원 421명의 퇴진 요구를 받은 인물이다. 당시 ‘장충기 문자메시지’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과의 유착이 드러나 언론인들에게 자괴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이런 박노황씨가 점령군 사령관처럼 TBS를 좌지우지하는 현실은 개탄스럽다. 지난 8월 그가 5년의 공백 끝에 TBS 이사장에 임명되는 순간 노사관계가 파경에 이를 거라는 우려가 팽배했는데, 이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를 TBS 이사장에 임명한 사람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다. 오 시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독립되고 공정한 방송’이 이런 것인가? 박 이사장을 임명할 때 TBS 구성원들의 진정성과 자존심을 짓밟고 방송 독립성을 유린할 자격을 주기라도 했단 말인가? 박노황 이사장 취임 이후 TBS의 노사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것이 정치인 오세훈에게 득이 된다고 보는가?

TBS가 겪고 있는 수난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예산을 무기로 TBS 구성원의 생존권을 위협하며 “입을 다물라”고 강요한 게 전부가 아니다. 서울시는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를 인용보도했다는 이유로 TBS에 서울시 직원 6명을 파견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아무리 서울시의 출연기관이라도 보도 내용을 지방자치단체가 조사하는 것은 명백한 월권이자 언론 자유 침해가 아닐 수 없다. 서울시는 이 과정에서 최근 3년 간의 TBS 노동조합 회의록을 요구하는 등 몰상식한 위헌적 조치로 잡음을 일으켰다. TBS는 한술 더 떠 김어준씨와 이강택 전 TBS 대표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는데, 이 또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압력이 아니면 생각하기 어려운 조치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 묻는다. TBS 구성원들이 죄인인가? 그들이 전쟁포로인가? 전 직원 임금삭감을 감내하며 TBS를 살리고자 노력하는 이들의 진정성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가? TBS 구성원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지금이라도 책임있게 TBS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라”고 요구했다. TBS 구성원들의 진정성과 자존심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PD를 비롯한 TBS 구성원의 뜻을 존중하라.

이 모든 사태는 TBS 제작비 지원 중단을 몰아붙인 서울시 조례안 폐지에서 비롯됐다. 이대로 가면 TBS는 내년 1월 1일부터 ‘지원금 제로’가 현실화된다. 서울시민의 공영방송 TBS가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고 추락하면 결국 손해는 서울시민의 몫이 된다. 내일 행정법원에서 ‘TBS지원조례 폐지 무효확인소송’ 두 번째 재판이 열린다고 한다. 재판부는 TBS 구성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진정한 TBS 살리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 바란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 서울시의회는 ‘TBS 망치기’를 중단하고 원점에서 ‘TBS 살리기’를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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