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위에 선 방통위·방심위...가짜뉴스 규제 모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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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언론개혁시민연대 '가짜뉴스 근절 방안' 위헌·위법성 검토 토론회
'정보통신망법' 자의적 해석..."총선 전방위 언론 압박으로 이어질 것"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PD저널=엄재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동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가 '가짜뉴스 근절 방안'을 본격 추진하면서 위헌·위법 논란도 커지고 있다. 행정기관이 모호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3일 오전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추진 방안의 위헌성·위법성 검토 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방심위는 인터넷 언론의 '가짜뉴스'를 심의하겠다면서 불법정보의 유통을 금지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7 제1항과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 제8조 '사회질서를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유통해서는 아니된다'는 두 조항을 근거로 내세웠다.

하지만 공포심 유발이나 음란정보 등 불법적 정보의 유통을 금지한 '망법' 제44조의7 제1항을 언론보도에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원 언론노조 정책협력실장은 "'망법' 제44조의7 제1항의 9개 항목 중 인터넷 언론을 심의할 할 수 있는 명확한 규정은 없다"며 "2목인 '명예훼손'을 무리하게 적용한다면,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신청해야하고 방심위 통신소위가 아니라 명예훼손 분쟁조정부가 맡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은 방심위가 제정한 것으로 상위법에 명시되지 않은 '사회질서 저해'를 자의적으로 규정에 포함하는 것은 위법 행위이자 권한 남용"라고 지적했다.

방심위가 11일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인터뷰 보도'를 인터넷 언론 1호 안건으로 심의하면서 제재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현행법상 방심위가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마땅하지 않다. 김 실장은 "방심위가 뉴스타파에 내릴 수 있는 조치는 해당 정보의 삭제 또는 접속차단인데, <뉴스타파>가 거부하면 권한은 방통위에 넘어간다"며 "방통위는 취급거부·정지 또는 제한 명령을 할 수 있지만, 해당 정보가 '불법정보'인 때에 한한다"고 했다. 방통위가 '방통위법' 제25조 1항 2호에 따라 제재조치를 할 수도 있지만, 해당 보도가 '망법' 제44조의7 제1항의 불법정보에 해당하는지는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선거 기간에 특별 운영되는 심의기구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김 실장은 "방심위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등도 위 규정을 활용할 수 있다"며 "<뉴스타파>만의 문제가 아니라 내년 총선에서 모든 언론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조치를 가할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3일 언론노조와 언론개혁시민연대가 '방통위 가짜뉴스 근절 추진방안의 위헌성·위법성 검토 토론회'를 열고 있다. ⓒPD저널

'가짜뉴스' 용어 사용에 신중해야

이번 방심위의 심의는 방통위의 '가짜뉴스 근절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출석한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가짜뉴스 악순환의 사이클은 국기문란행위"라고 언급했고, 방통위는 같은 달 18일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패스트트랙'을 가동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27일 '가짜뉴스 대응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켰다. 방심위도 이에 발맞춰 인터넷 언론 심의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가짜뉴스' 용어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토론회의 토론자로 나선 김민정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가짜뉴스'는 '실수로 제공된 잘못된 정보' '고의성을 띤 허위정보' '풍자' '소문' '정치선전' 등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며 "이러한 다의성과 모호성 때문에 유럽 등은 2018년부터 정부 공식문서에서 'fake news'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이어 "정책상 온라인 허위정보를 논의할 때는 허위조작정보 등의 용어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며 "행정기관의 '가짜뉴스' 용어 사용은 위헌일 뿐 아니라 잘못된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배경에는 정치적 목적이 깔려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 교수는 "언론사가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처럼 매도해 언론 신뢰도를 낮추려는 정치권력의 불순한 의도가 담겨있다"며 "'가짜뉴스 용어 사용은 정치적 효과를 낳기 때문에 문제"라고 주장했다.

EU '디지털서비스법(DSA)' 절차적 정당성에 초점

최근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에서 허위조작정보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지면서 온라인 공간의 정보 규제의 필요성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절차와 방식에 신중 해야 한다. 유럽연합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환경 구축'을 목표로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마련하면서, 절차적 정당성에 초점을 맞췄다. 김 교수는 "DSA는 정부와 플랫폼 사업자의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규제가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절차적인 의무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만들어졌다"며 "예컨대, 플랫폼 사업자는 규제 정책과 기준을 이용자에게 투명하게 밝히고, 집행 실적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국제사회는 허위조작정보 규제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언론·표현의 자유 보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보라미 변호사는(법률사무소 디케) "2018년 UN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보고서에 따르면, 사법부가 아니라 정부기관이 합법적 표현인지 여부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규제모델을 채택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그 판단 책임을 기업에 위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며 "결론적으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은 국제 인권기준에 반하고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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