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만한 권력과 언론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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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AI와 함께, 김창룡의 미디어 비평②]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툥령의 용기와 결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용기와 결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언론의 권력감시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사명이다. 언론이 어떤 형식으로든 제 역할을 못 할 때 국민은 진실, 정의에서 멀어지고 그릇된 판단을 하게 된다.

새정치를 한다면서 구태정치를 재현하는 정치인과 스스로 양두구육을 내세워 선거 때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한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언론이 감시와 견제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그런데 언론은 현상만 요란하게 보도하는 모양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눈물이 다시 화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집권 이후 지난 17개월 동안 있었던 오류를 인정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흔히들 검사가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더는 대통령에게 이런 요구를 하는 것을 시도하지 말자고 이야기한다"며 "하지만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검사가 아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대선 승리 후 ‘양두구육’이란 표현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평가했다. 그러나 그의 기자회견이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대통령은 그의 말에 미동이라도 할지 여부는 차지하고 그는 다시 징계대상이 됐다. 그의 정치적 앙숙으로 불리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해당 행위를 이유로 이준석 전 대표를 당 윤리위원회에 제소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을 맡았던 안 의원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가장 먼저 가짜뉴스를 퍼뜨렸다”고 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10일 라디오에 출연, 안 의원이 9일 강서구청장 지원 유세에서 ‘XX하고 자빠졌죠’라며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막말로 비판해 선거를 망쳤다고 주장했던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준석 전 대표 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의 다툼이라는 현상은 요란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새정치를 표방했던 안 의원은 ‘손가락 발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안철수 대통령 후보는 ‘손가락을 자른다’고 한 2022년 2월 23일 울산 중앙전통시장 유세 발언에서 ‘윤석열’을 정확하게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언론들은 해당 발언이 윤 후보를 비판한 것으로 분석해 보도했다. 이 같은 상황과 맥락을 반영해 안철수 후보의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없기 때문에 손가락 자른다는 발언은 왜곡이다”라는 발언은 ‘대체로 사실아님’으로 판단(뉴스톱)했다.

안 의원은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 후보시절 그를 ‘무능한 비전문가’로 비판하고 단일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내 길을 가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심지어 “내수용 법률가는 그런 일 못 하고 과거를 응징하는 일만 한다”고 윤 대통령을 비판했다. 놀랍게도 이런 자신의 말을 하루아침에 뒤집어 윤 대통령과 단일화에 합의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안 의원과 이 전 대표의 공통점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는 점이다. 한 사람은 자신의 믿음마저 저버렸고, 또 한 사람은 자신의 말을 부정하면서까지 그의 당선을 위해 헌신했다.

그 결과 윤 후보는 가까스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선 후 국민과의 소통을 내세워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겼다. 도어스테핑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기자들과 대화한다고 하고는 돌연 중단했다. 뿐만아니다. 비판언론사, 기자에 대해서는 소송과 압수수색으로 일관하고 있다. 장관과 대통령이 앞서서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하고 방통위와 방통심의위는 ‘가짜뉴스’의 정의나 개념도 모호한 단어를 앞세워 MBC, YTN 등 방송사, 뉴스타파 같은 인터넷 방송사에 법정제재와 과징금 부과 등의 중징계를 내리고 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뉴시스<br>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대선 개입 여론 조작 사건' 특별수사팀 관계자들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뉴스타파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 상황에서 이 전 대표의 눈물은 진정 무엇을 위한 눈물인가. 그의 눈물은 새로운 결단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새정치를 표방했던 안 의원의 이 전 대표 윤리위 제소는 변죽이나 울리는 식이 아닌가. 강서구청장 재보궐선거는 윤 대통령에 의한, 윤 대통령을 위한, 윤 대통령의 선거 아니던가. 대법원 유죄판결 잉크도 마르지않은 범죄자 후보를 서둘러 사면복권시켜 또다시 후보로 내보낸 것은 다름 아닌 윤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만큼 유권자를 농락하고 오만한 사면권 남발이 있을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의 이런 불통과 오만의 행태는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분명해졌다. 야당 대표와 소통을 거부하고 적대시하며 범죄자 취급한다. 언론과 인터뷰는 물론 대통령 연초기자회견, 국민과의 대화도 갖지않는다. 과거 같았으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단체로 대통령과의 기자회견 등을 요구했을 법 하지만 지금의 언론은 입을 다물고 있다. 내부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는지는 몰라도 외견상 대통령의 일방통행에 언론 스스로 권력감시는 손을 놓은 모양새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의 침묵 속에 윤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정말 그렇게 술을 날마다 마시는지, 정말 국민과의 대화, 기자들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런 오만한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안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충성은 이제 서로에게 손가락질하며 충성경쟁을 하는 모양새다. 국민의 주권, 국민의 알권리를 수호해야 할 언론은 지금 어디에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언론의 자유, 진실에 대한 집념은 스스로 지키기 위해 노력할 때 국민도 함께한다는 평범한 말을 강조한다. 정치인들의 거짓말, 눈물 등 단순히 현상만 보도하는 데 그치지 말고, 그 진위에 묻고 따지고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언론이 조금 마음에 안들더라도 권력의 오만과 불통을 견제하는 데 앞장서도록 응원하고 지지해야 한다. 언론이 권력의 오만과 불통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와 참여가 중요하지만, 언론 스스로도 권력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진실과 정의에 대한 집념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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