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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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관심사 따라가는 언론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소재 선거캠프에서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낙선을 인정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소재 선거캠프에서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낙선을 인정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PD저널=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정치권과 언론이 모두 ‘총선 전초전’ ‘대선급’이라며 띄웠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대법원 판결 3개월 만에 여당 후보를 직접 특별사면 한 대통령의 행보와 맞물려 ‘전국구’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언론의 보도 양상은 정치권 장단에 춤을 췄다. 언론이 대통령실, 즉 권력의 관심사에 따라 ‘선거 보도’를 좌우하는 건 구시대적인 현상이다.

보궐선거 직전까지 1달간 언론의 선거 보도는 여타 선거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9월 10일부터 10월 10일까지 1달간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기준 주요 54개 매체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언급한 총 보도량은 1844건이다. 주간별로 끊어서 보도량을 살펴보면 9월 10일 98건의 보도량으로 시작하여 17일 193건, 24일 365건, 10월 1일 710건까지 치솟은 보도량은 선거 직전인 10월 8일 갑자기 366건으로 직전 주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보통 선거 기간에는 투표일까지 보도량이 정점에 달하는데 이번 보궐선거의 경우 투표일을 10일가량 앞두고 이미 급격한 감소세에 접어든 것이다.

△ 9/10~10/8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언급 보도량 추이(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제공)
 9/10~10/8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언급 보도량 추이(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이 특이한 양상에는 여러 배경이 있겠으나 정부‧여당의 행보와 그에 따른 선거 판세 판단이 언론의 관심도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10월 5일, 주식 파킹 의혹과 여성 인권 부정 발언으로 논란을 겪던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도중 퇴장하여 돌아오지 않으면서 ‘줄행랑’ 파문까지 일으켰다. 본래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대통령이 특별사면까지 해준 힘있는 후보’라는 구호로 ‘이변’을 기대했던 정부‧여당과 ‘이변’이 지닌 화제성을 즐기기 마련인 언론에게 김행 후보자 이슈는 치명타였다. 여당에 대한 여론은 빠르게 식었고 강서구청장 선거의 ‘드라마틱한’ 이변 가능성도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언론 보도는 선거가 아닌 김행 후보자에 쏠렸다. 이는 선거 직전 보도량이 급감하는 이례적인 선거 보도량 추이로 나타났다.

10월 초, 김행 후보자의 청문회 도피 논란 이전까지 정부‧여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관심몰이에 나섰던 시기에는 언론도 함께 보도를 쏟아내며 분위기를 띄웠다. 문제는 언론마저 대체로 정부‧여당 관점을 그대로 따라갔다는 점이다. 선거 한 달 전부터 분위기를 띄운 보도는 매일경제 [‘총선 바로미터’ 강서구청장 보선…김태우 vs 진교훈 맞대결하나]9.10.와 같은 사례다. 선거 기간 내내 나온 가장 흔한 사례인데 김태우 후보를 “구청장직을 상실했으나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구청장을 ‘공익 신고자’로 인정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시켰다”는 정도로 소개하고 “미니 총선”, “검찰 대 경찰 출신 대결” 등의 극적 묘사를 덧붙였다. 그러나 김태우 후보자의 ‘공익신고자’ 자격은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2018년 감찰 무마 의혹 폭로 당시 경찰 수사 개입, 골프 접대 수수 등 자신의 비위를 숨기기 위해 기밀을 누설했다는 게 일부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대부분의 선거보도에서 언급되지 않아 유권자에게 정확한 후보 관련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

8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교회 앞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 선거운동원과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 선거운동원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8일 오전 서울 강서구의 한 교회 앞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강서구청장 후보 선거운동원과 김태우 국민의힘 강서구청장 후보 선거운동원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선거 보도량이 정점에 이른 시기에도 언론 보도는 ‘보궐선거보도’를 가장했을 뿐 중앙정치의 정쟁 이슈로 선거 보도를 채웠다. 대표적인 이슈는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이다. 보궐선거 전체 보도 1844건 중 ‘이재명 구속영장’ 동시 언급 보도가 341건, 18%에 이른다.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은 보궐선거와 직접적 관련이 없지만 선거 보도의 주요 키워드였다. 헤럴드경제 [이재명 구속영장, 발부냐 기각이냐…與 셈법 복잡[이런정치]]9.26와 같은 보도는 “영장이 발부될 경우 국민의힘은 민생 중심의 행보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 “민주당이 내홍에 빠진 사이 ‘민생을 챙기는 집권여당’ 이미지를 강화할 것” “무엇보다 다음 달 11일 치러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를 위한 당 차원 화력을 집중할 것” 등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발부 여부로 ‘여당의 선거 전략’을 예측했다. 야당 대표 구속 여부에 따른 여당의 선거전략은 여당 정치 컨설팅에나 어울릴 정보다. 강서구 유권자의 선택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이재명 대표 구속 여부에 한 눈이 팔린 언론은 급기야 동아일보 [[단독]“강서는요?” 이재명, 영장 기각 후 첫 당무로 ‘강서구청장 선거’ 보고 받고 승리 주문한다]9.27와 같은 황당한 단독 보도까지 내놨다. 이 보도는 “이재명 대표가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 후 첫 당무로 다음 달 치러질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보고를 받을 예정”이라며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전제한 채 “마치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 총선 피습 사건 때 ‘대전은요?’라고 챙겨 선거에 승리를 가져온 것이 연상된다”고 썼다. 벌어지지도 일을 두고, 이재명 대표가 하지도 않은 ‘강서는요?’라는 말을 제목으로 뽑아 ‘박근혜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상상 속 묘사까지 더한 기묘한 사례다.

10월 5일 김행 후보자 청문회 도피 사태로 선거보도량이 급감하던 시기, 언론은 정부‧여당과 함께 ‘조작 스토리’에 빠져들었다. 서울신문 [“中 이겨라” 2000만건… 논란 커진 ‘다음’]10.4. 등 포털사이트 다음의 ‘축구 클릭 응원’ 숫자를 두고 ‘선거여론조작’까지 나아간 여당의 무리한 주장을 보궐선거와 엮어 그대로 전한 보도가 상당수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10월 3일, ‘축구 클릭 응원이 여론조작으로 이어지는 개연성이 뭔가’라는 기자들 질문에 “‘드루킹 사건’ ‘차이나게이트’를 보니 개연성이 있다”고 답했고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자 “그건 다음에”라며 근거가 없음을 실토하기도 했다. 물론 이런 내막을 전한 기사는 미디어오늘 등 극히 일부 매체들뿐이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당선이 확실시 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1일 서울 강서구 소재 선거캠프에서 승리를 기뻐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가 낙선을 인정하며 입장을 말하고 있는 모습.
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서구 발산역에서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투표 바로 전날 국정원이 갑자기 발표한 중앙선관위 보안점검 결과 역시 10월 10일 하루 이슈임에도 32건이나 나왔다. 이는 1달 내내 선거 보도 중 강서구 최대 지역 현안인 ‘전세 사기’ 20건보다도 많은 보도량이다. 서울경제 [유령유권자·투표지 무단인쇄…북 해킹에 국가지도자 바뀔 판]10.10.와 같은 보도는 당장 개표 결과 조작이나 선거인명부 조작이 벌어질 것처럼 묘사하며 심지어 ‘북한 해킹으로 국가지도자가 바뀐다’고 제목을 뽑았다. 선거 전용 보안 드라이버, 투표 참관인, 투표 관리인, 수개표 검토 작업, 육안 검토 절차 등 수많은 실제 절차를 무시한 채 순수하게 PC만 해킹 검사를 한 ‘비현실적’인 점검 결과라는 점은 역시 외면 받았다. 16일엔 국정원과 함께 보안점검을 했던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선거 관리 위험성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는 말까지 했지만 선거 전 언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선거 막판에 이르러 여당으로서는 선거 승리, 언론으로서는 ‘이변’의 가능성이 사라졌다. 정부‧여당으로서는 스스로 한껏 끌어올린 선거에 대한 관심도를 떨어뜨리고 선거 불신을 야기하는 데에 ‘조작’ 이슈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언론까지 그 행보를 따라갔다는 게 문제다. 물론 ‘조작’은 화제성이 충분하다. 그나마 꺼져가는 보궐선거 보도 중 가장 화제가 될 만한 ‘조작 이슈’를 보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화제성을 따라가는 언론이라고 해도 ‘선거 조작’은 면밀히 ‘팩트체크’해야 하는 이슈다. ‘보궐선거’ 보도에서 ‘선거 조작’을 기본적 팩트체크도 없이 받아 쓰는 건 선을 넘은 행태다.

이런 난맥상 속에서도 선거는 문제 없이 치러졌다. 언론은 선거 참패에 혼란 속 쇄신 작업에 들어간 여당과 대통령실 반응을 엿보느라 정신이 없다. 선거 전후, 달라진 게 없다는 의미다. 선거가 끝났으면 최소한 강서구청장의 과제가 뭔지도 보도해줘야 한다. 우리 언론에게 이미 ‘진짜 선거’는 사라진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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