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 독식하는 플랫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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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38]

'넷플릭스 서울 사랑방' 행사가 열린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행사에 참여한 취재진들이 넷플릭스 업무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PD저널
'넷플릭스 서울 사랑방' 행사가 열린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에서 행사에 참여한 취재진들이 넷플릭스 업무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 ⓒPD저널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시청자서비스부)]  지난 18일 넷플릭스가 2023년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OTT 시장이 거의 포화 상태에 달한 상황임에도 넷플릭스의 가입자는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많은 가입자인 876만이 증가하였다. 또한,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넷플릭스의 이용료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실시간으로 골프 대회도 중계하겠다는 넷플릭스 행보를 보면서 ‘플랫폼 경제에서는 1등이 독식한다’라거나 ‘플랫폼 사업은 승자독식 구조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플랫폼 사업은 양면시장으로서 고객이 많이 몰릴수록 공급자도 증가하게 된다. 공급자가 증가하면 다시 가입자가 증가하여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선순환에 먼저 들어선 플랫폼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넷플릭스의 3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OTT 가입자가 포화 상태에 가까운 상태에서 876만 명이나 증가하여 총 2억 4,715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경쟁이 치열한 미국과 유럽에서의 가입자 증가가 눈에 띈다.

넷플릭스 분기별 가입증 증감 현황

3분기 매출은 85.2억 달러를 예상했는데 실제는 85.4억 달러였고, 영업이익도 18.9억 달러를 예상했는데 19.2억 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률도 22.4%나 된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데는 5월부터 시작한 작가노조(WGA)의 파업과 7월부터 시작한 배우노조(SAG-AFTRA)의 파업으로 제작비 집행이 안 된 부분이 주요 요인으로 보인다. 이런 경영 성과를 통해 현금흐름이 올해 급격히 좋아졌다. 2022년 3분기 4.7억 달러에 비해 올해 3분기에 18.9억 달러였다. 주가도 실적발표인 이후 10월 20일까지 54.77달러나 상승하여 400.96달러(10월 18일 346.19달러)가 되었다. 다만, 작가노조 파업이 끝났고, 진행중인 배우 노조 파업도 곧 종료되면 제작비를 집행해야 하므로 4분기 영업이익을 11.6억 달러로 크게 낮춰 잡았다.

넷플릭스는 2022년 11월 광고모델을 도입하여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2분기보다 3분기 광고 가입자가 70% 증가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전략은 월 구독료를 비싸게 유지하면서도 광고 모델로 유도하고 있다. 광고 모델의 높은 효율성 때문에 구독모델의 요금 정책은 양극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충성도가 높은 고객은 구독료가 비싸도 구독을 유지하고, 요금이 부담되는 가입자는 광고 모델을 선택한다고 내부에서 판단한 결과일 것이다. 미국과 영국, 캐나다에서는 지난 6월부터 신규 가입자는 베이직 요금제를 선택할 수 없고, 기존 가입자에 대해서도 10월부터 11.99달러로 2달러를 인상하였다. 프리미엄 가입자는 19.99달러에서 22.99달러로 3달러나 인상하였다. 그야말로 스트림플레이션(Streamflation)이 일어나고 있다.

넷플릭스 ⓒPD저널
넷플릭스 ⓒPD저널

넷플릭스의 독주는 단연 돋보인다. 2022년에 넷플릭스의 매출이 316억 달러인데, 디즈니는 디즈니+, ESPN+, 훌루 합쳐서 202억 달러에 불과하고, 3위인 맥스(Max)는 73억 달러로 뒤처진다. 이 상황은 올해 상반기에도 유사하다. 영업이익을 보면 더 심하다. 넷플릭스가 2022년 56.3억임에 비해 디즈니는 45억 달러 적자, 맥스는 16억 달러 적자다. 국내의 OTT 서비스인 웨이브도 지난해 1,217억 원의 적자, 티빙도 1,19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렇게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넷플릭슨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첫째, 게임의 확산이다. 빅히트한 쇼를 바탕으로 만든 <기묘한 이야기: 1984>, <퀴즈 겜빗: 체스> 등 77개의 게임이 등록되어 있다. 둘째, 스포츠 중계도 진출한다. 11월 14일에 라스베가에서 열리는 ‘더 넷플릭스 컵’ 골프대회를 열고, 넷플릭스로 중계할 예정이다. PGA 투어 선수 1명과 F1 드라이버 1명으로 구성된 4팀이 8홀 대결을 펼친 뒤 상위 2개 팀이 최종 홀에서 우승을 가린다. 셋째, 오프라인 비즈니스이다. 전 세계 20개 도시에서 ‘퀸스 볼: 브리저튼 익스피리언스’ 등 40개의 팝업 팬 체험관도 운영했다. 올해 초에는 로스앤젤레스에 넷플릭스 요리 프로그램 출신 셰프가 만든 음식과 음료를 제공하는 팝업 레스토랑도 열었다. 이러한 경험을 토대로 2025년에 미국에 ‘넷플릭스 하우스(Netflix House)’를 두 곳 오픈할 예정이다. 팬들이 넷플릭스의 좋아하는 TV를 즐기고 테마 의상을 구매하고, 테마 음식을 먹고, <오징어 게임>에 나오는 장애물 코스에도 도전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셰프의 테이블’ 등 오리지널 콘텐츠에 출연한 요리사들의 요리를 맛볼수 있는 팝업 레스토랑 ‘Netflix Bites’를 지난 6월 LA에서 선보였다.&nbsp;
넷플릭스는 ‘셰프의 테이블’ 등 오리지널 콘텐츠에 출연한 요리사들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팝업 레스토랑 ‘Netflix Bites’를 지난 6월 LA에서 선보였다. ⓒ넷플릭스

넷째, 극장 사업이다. 헐리우드의 상징적인 ‘이집트 극장’을 2020년 인수 계약을 한 후 3년간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11월에 스트리머 시상식에 맞춰 재개관할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헐리우드의 랜드마크를 인수했지만, 이집트 극장은 미국 독립 비영리 문화단체인 아메리칸 시테마테크(American Cinematheque)의 홈 기능은 유지한다.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예술단체가 독립적으로 사용하고, 넷플릭스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영화 상영과 시사회 등에 사용한다. 다섯째, 스낵 사업이다. 최근 흥미로운 과자를 발견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넷플릭스 세션에 갔다가 넷플릭스 ‘트러플 팝콘’을 받았다. 단순히 홍보영 과자인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콤보팝콘’, ‘블랙타이거새우’, 배스킨라빈스와 협업한 ‘투둠 초코릿 프레첼’, 제주맥주와 협업한 ‘제주라거’도 있다.

시장에서 독점은 좋지 않다.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시장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1890년부터 강력한 반독점법을 제정하여 규제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처음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비싼 유료 시청자를 코드커팅하도록 유인해놓고 가격을 올리고 있다.

넷플릭스만 흑자이고 나머지는 엄청난 적자 속에서 국내 OTT 산업과 미디어 산업은 넷플릭스에 대한 종속이 더 심화될 듯하다. 최근의 넷플릭스 실적 발표와 행보를 보면서 국내 미디어 기업의 적극적인 대처와 함께 정부와 국회의 국내 미디어 산업이 지속가능하도록 대응할 방안 마련과 실행안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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