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왜 술에 관대할까, 궁금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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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TBN대구 '술,픈 대한민국' 연출한 김수현·박서영 PD 인터뷰

TBN대구 '술,픈 대한민국'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제281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지역 부문에 TBN대구 개국 24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술,픈 대한민국>이 선정됐다. 술의 역사와 함께 한국의 음주 문화와 술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살폈다.

<술,픈 대한민국>을 연출한 박서영 PD는 “음주운전 문제를 다루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술에 관대할까'라는 주제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며 "'삶이 고달파서 술이 고프고, 술 때문에 슬프고'라는 이중적 의미를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 PD와 함께 공동 연출한 김수현 PD는 "취재하면서 전통주도 만들어봤는데, 인간은 옛날부터 술과 떼려야 뗄 수 없었구나 싶다가도, 음주운전 사고로 가족을 잃는 유가족분을 만나거나 주취자로 고생하는 경찰관과 의료진을 취재해보면 진짜 술이 원수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더라"고 했다.

지난 6일 박서영 PD와 김수현 PD와 전화 연결해, <술,픈 대한민국> 제작 이야기를 들었다. 다음은 두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TBN대구 김수현 PD(왼쪽), 박서영 PD(오른쪽)

- 수상소감 부탁드립니다.
김수현 PD(이하 김): “호기심에 시작해서 즐겁게 만든 작품인데, 좋은 결과까지 얻어 기쁩니다. 현장에 다니면서 느낀 점도 많고 또 힘들기도 했는데, 그만큼 보람 많은 작품이라 더 값진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요?
박서영 PD(이하 박): “TBN대구는 교통방송인데요, 잘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기획 초기에는 음주운전의 피해 쪽으로 접근했는데, 문득 술에 대한 근본적인 궁금증이 생겼어요. 그래서 음주운전을 다루면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술에 관대할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고자 했죠."

- 제목을 보면, '술'과 '픈' 사이에 쉼표가 있잖아요. 어떤 의미일까요?
박: “그사이에 함축된 말이 있죠. 사는 게 힘들어서 술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삶이 고달파서 술이 고프고, 술 때문에 슬프고’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싶었어요.”

- 배우들의 상황극도 나와요.
김: “라디오 매체다보니까, 프로그램이 소리 위주죠. 전문가 인터뷰도 나오고 현장음도 있지만,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음주 상황극들을 넣어보면 듣기에 지루하지 않을 것 같아서 연극 배우들과 함께했습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에 술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고해서, 그 부분을 재현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죠."

TBN대구 라디오 스튜디오 ⓒTBN대구

- 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김: “사실 저는 술을 좋아하고 많이 마시기도 하는데요(웃음). 우리는 왜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실까 생각하면서 이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죠.”

- 왜 많이 마실까요?
김: “술이 싼값에 즉각적으로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방법이기 때문 아닐까요(웃음) 그래서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또, 대한민국 사회는 '음주 인프라'가 잘 구축이 돼 있죠.  어딜 가나 술 마시기 좋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 주취자 응급 의료센터라는 게 있나 봐요?
김: 따로 있는 공간은 아니고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내 응급실에 있죠. 혹시 모를 주취자의 난동에 대비해서 경찰관이 상주하고 있어요. 24시간 운영되는데, 주취자를 진료해주고 경찰관이 귀가시켜주는 일까지 한다고 해요. 하루에 한 서너 명 정도 온다네요."

- 술에 대한 미화는 문제겠죠?
김: “문제겠죠(웃음). 그런데 한국 대중문화 속에서 술은 많이 미화되는 편이에요. 예를 들면, ‘취중 진담’ 같은 술에 관한 노래의 가사를 보면 술을 미화하잖아요. 드라마에서도 음주 장면이 자주 나오죠. 또, 유튜브에서 음주를 주제로 한 채널도 많아졌어요. 이런 분위기가 음주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 같아요.

- 제작하면서 느낀 점이 있을까요?
김: “직접 전통주를 만드는 체험을 하면서 인간은 옛날부터 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고 그래서 술을 좋아하는 게 당연한가 싶다가도, 또 음주운전 사고로 가족을 잃는 유가족분을 만나거나 주취자로 고생하는 경찰관과 의료진을 취재해보면 진짜 술이 원수라는 이야기가 절로 나오더라고요. 

박: “저희가 하고 싶었던 말은 사실 '술은 죄가 없다'기도 해요. 술을 마시는 사람이 어떻게 즐기는지에 따라서 술이 변하는 거잖아요. 술 자체는 변하지 않죠. 그러니까 술을 적당히 즐길 정도만 마시면 좋겠고요, 건강도 문제겠지만 음주운전처럼 누군가의 생명을 해할 수 있거든요. 그만큼 무서운 물건이라는 생각을 해주면 좋겠어요."

- 취재했지만, 방송에 안 나온 게 있을까요?
박: “시간적 제약이 있다보니까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유가족 인터뷰를 다 쓰진 못했어요. 술이 가진 무게를 알았으면면 좋겠어요. 한 사람의 실수가 아니라 잘못이고, 그 잘못으로 인해 어떤 한 가정이 무너지는 걸 들으니 마음이 많이 아팠거든요.”

※ 2011년 대구 TBN에 입사한 박서영 PD는 다큐멘터리 <우리 동네가 뜨다, 나는 떠나다> <너의 목소리가 보일 때까지> 등 연출했고 현재 <출발 대구대행진>을 연출하고 있다.

※ 2016년 대구 TBN에 입사한 김수현 PD는 다큐멘터리 <대구, 대한민국의 껍질을 깨다> 등 연출했고 현재 <TBN 차차차>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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