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돌 맞은 자유언론실천선언..."언론자유는 후퇴, 재선언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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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 49주년 기념식' 열려
통일언론상 본상에 KBS춘천 '해무', 안종필 자유언론상에 '김보라미 변호사'

[PD저널=엄재희 기자] 1974년 동아일보 언론인들이 박정희 유신정권에 언론자유를 요구하며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한 날과 같은 날인 10월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자유언론실천선언 49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올해는 선언 50주년을 1년 앞두고, 기념사업을 준비하는 '50주년 준비위원회' 후원의밤 행사도 함께 열렸다.

이날 기념식은 "우리는 오늘날 우리사회가 처한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에 있음을 선언한다"는 '자유언론실천선언문'을 낭독하면서 시작했다. 1974년 10월 24일 박정희 정권의 언론통제에 맞서 동아일보 기자 180여 명은 정부의 언론 간섭 배제와 기관원 출입 거부 등을 골자로 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가 벌어지고 정권의 요구에 굴하지 않은 동아일보 기자와 PD, 아나운서 등 110여 명은 강제 해직당했다. 

이날 기념식에 모인 참석자들은 49년 전과 지금 언론의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의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기념사를 통해 "반세기가 흘렀는데도 언론 현실은 50여 년 전과 어찌 이리 판박인지 통탄할 지경"이라며 "총칼을 든 군부독재가 법 기술자인 검찰독재로 바뀌었을 뿐 언론을 옥죄는 것은 단 하나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또 "민주사회 존립의 기본 요건인 언론자유가 초토화되고 있다"며 "'자유언론실천언'의 '재선언'이 절실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정권에 따라 부침이 있긴 했지만 최근의 언론상황은 그야말로 선배들의 자유언론 실천선언 당시로 후퇴한 것만 같아 참담하다"며 "오늘의 현장 언론인들 또한 자유로운 취재환경에서 본연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통일언론상 본상에 KBS춘천 '해무', 안종필 자유언론상에 '김보라미 변호사'
이날 제29회 통일언론상 시상식과 제35회 안종필 자유언론상 시상식도 열렸다.

올해 통일언론상 대상은 KBS춘천 <해무>가 수상했다. 생계를 위해 어업을 하다 북한에 납치돼 '조작간첩'으로 살아온 남북귀환어부와 그 가족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김영경 KBS춘천 PD는 수상소감을 통해 "정전협정 70주년이지만 아직도 주변에는 분단의 아픔을 겪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며 "분단의 비극이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었고, 현재의 이야기라는 점을 시청자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방송 이후인 지난 5월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남북귀환어부 32명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PD는 이를 언급하며 "잘못된 역사를 꾸준히 기록함으로써, 작은 스크래치를 내는 것만으로도 이 사회는 조금씩 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일언론 대상을 수상한 KBS춘천 '해무' 제작팀

특별상은 울산MBC 라디오 다큐멘터리 악극 <울산아가씨> 2부작이 받았다. 울산 지역 민요 '울산아가씨'가 월북작가의 노래이며, 남과북 모두에서 불리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나아가 극동 연해주부터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들까지도 이 민요를 알고 있다는 이야기를 담았다. 심사위원회는 "남과북, 나아가 러시아의 동포들까지 하나의 노래를 통해 민족적 정서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수상사유를 밝혔다. 연출을 맡은 이영훈 울산MBC PD는 "지금 남과북 사이에 정치적인 거리는 멀지만 언젠가는 남한과 북한사람들이, 나아가 지구촌 한민족이 다함께 손잡고 노래를 부를 날이 꼭 오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통일언론 특별상을 수상한 KBS춘천 '해무' 제작팀
통일언론 특별상을 수상한 이영훈 울산MBC PD

올해 안종필 자유언론상 본상 수상자는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다. 2012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정의센터 위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언론개혁시민연대,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위원회 등에서 활동을 해왔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취재하다 여권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장진영 사진작가의 소송 변호를 맡고, 윤석열 정부의 '가짜뉴스 근절대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등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앞장서왔다. 김 변호사는 수상소감에서 "언론인들만으로는 지켜내기 어려울 정도로 밀려 들어오는 언론 및 언론인 안전에 대한 위협과 도전속에서 이를 지키내는 노력을 함께 하자는 고통과 연대의 외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보라미 변호사 ⓒ뉴시스
김보라미 변호사 ⓒ뉴시스

부산일보의 <우키시마호 마지막 행해> 한일기획팀은 안종필 자유언론상 특별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서일본신문과 공동기획으로 1945년 8월에 발생한 강제동원 한국인 귀국선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을 심층 취재했다. 심사위원회는 "역사적으로 긴 시간이 흘러 변변한 기록도 없는 상황에서, 28년 전 증언록을 들고 60일간 전국 곳곳을 돌며 생존자들을 추적해 증언자를 확보하는 과정은 참언론인의 집요함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수상자는 부산일보 이승훈·변은샘·손희문 기자, 김보경·이정 PD, 이지민 에디터, 히라바루 나오코 서일본신문 기자다. 대표로 수상소감을 한 이승훈 기자는 "수천 명의 한국인 강제징용자가 귀향의 꿈을 등진 채 일본 앞바다에 수장된 ‘아픈 역사’였지만, 그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우키시마호 사건이 꼭 역사책에 기록돼 후대들에 알려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부산일보

통일언론상은 한국PD연합회와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가 1995년 평화통일과 남북화해를 위한 보도 제작준칙을 제정하면서 이를 충실히 반영한 자에게 시상하기 위해 마련됐다.

안종필 자유언론상은 1970년대 유신독재에 저항하다 해직된 동아일보 기자들의 모임인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제2대 위원장인 안종필 기자를 기리기 위해 1987년 10월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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