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주기, 3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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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AI와 함께, 김창룡의 미디어 비평③]

​'크러시'의 포스터 ⓒ파라마운트+<br>
​'크러시'의 포스터 ⓒ파라마운트+<br>

[PD저널=김창룡 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1주기 행사장에 끝내 나타나지않았다. 유가족들이 비워놓은 옆자리 대신, 교회를 찾아 추모의 뜻을 전하는 방식을 택했다.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도무지 믿기지 않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건만 수수께끼 같은 의혹은 더 커졌다.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탄핵을 당했던 장관도, 구속됐던 용산구청장도, 경찰책임자도 모두 제자리로 되돌아와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내고 있다. 유가족의 슬픔은 깊어가고 진실과 책임을 요구하는 여론의 목소리는 높아져도 정부의 대응은 요지부동이다.

그 사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의혹은 증폭됐다. 그 첫 번째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159명 사망 사건에 대한 원인과 책임 등 실체적 진실에 대한 의혹이다.

국회에서 탄핵까지 당했던 행정안전부 장관은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9명 전원이 일치된 의견으로 탄핵을 기각함에 따라 이상민 장관은 직무 정지 이후 167일 만에 장관직에 즉각 복귀했다. 국회의 탄핵 의결이 무력화됨으로써 그는 법적으로 일단 면죄부를 받아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단행된 경찰 고위직 전보 인사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유임됐다. 이태원 참사 관련 피의자 신분인 그가 1년 동안 자리를 보전받고 있는 현실도 믿기지않았지만 그에게 유임은 뜻밖의 승전보다.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구속됐다 풀려난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업무에 복귀했다. 유족들이 용산구청을 찾아 사퇴를 촉구했지만 공허했다. 단순한 사고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언론의 공통된 지적이 있었지만 1년이 지나도 이처럼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진실도 없는 미스터리 사건이 됐다.

10.29 이태원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기억의 길에서 시민이 추모메세지를 적고 있다 ⓒ뉴시스
10.29 이태원참사 1주기인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기억의 길에서 시민이 추모메시지를 적고 있다 ⓒ뉴시스

두 번째는 이태원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크러쉬(Crush)>, 왜 한국에선 볼 수 없느냐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미국 파라마운트사가 지난 10월 17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파라마운트+를 통해 공개한 작품이다. 지난해 10월 29일 사망자 159명을 낸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원인을 2부에 나눠 조명했다. 당시 대중이 찍은 휴대폰 영상과 폐쇄회로(CC)TV 영상, 생존자와 목격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한다. 총 1500시간 분량의 영상을 바탕으로 좁은 골목에서 참사가 벌어진 과정을 분석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극의 현장과 참사의 원인 등을 분석한 다큐물이 정작 해당 국가, 국민은 보기 어렵다 것도 미스터리다. 영화 제작사나 배급사가 수요가 많은 시장을 외면한다는 것은 정상적으로 이해되지않기때문이다.

마지막 의혹의 정점은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1주기 행사에 ‘불참했다’는 소식이다. 윤 대통령이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시민단체의 순수한 추모행사가 아닌 정치적 집회가 될 수 있는 행사에는 대통령이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적 아픔을 어루만지고 유가족들을 위로해야 할 행정부 수반, 윤 대통령이 이렇게 중요한 행사에 가지않고 교회를 선택한 것은 정치적 판단이라하더라도 국민이 납득하기 쉽지않다.

유가족이 자리를 마련해 두고 초청하는 데는 가지 않고 교회에 가서 ‘가장 슬픈 날’식으로 위로하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힘들다. 더구나 윤 대통령은 참사 희생자들을 “불의의 사고로 떠나신 분들”로 지칭, 인재(人災)가 아닌 마치 천재(天災)에 의한 사고로 치부하는 용어를 사용했다. 천재든 인재든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않고 만남조차 갖지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10·29 이태원 참사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참사 희생자 고(故) 김재강씨의 아버지 김영백씨가 광주 남구 광주공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참사 희생자 고(故) 김재강씨의 아버지 김영백씨가 광주 남구 광주공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4년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34일째 되던 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교회나 국무회의 석상이 아닌 직접적인 기자회견 형식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이번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며 책임을 통감한다며 눈물까지 흘렸다.

윤 대통령도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지 열흘 만에 “국민은 옳다”며 “민생을 꼼꼼히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당부만 하고 솔선수범하지 않는 대통령. 이태원 참사로 고통받고 있는 유가족, 그들과 아픔을 공유하는 국민, 이 국민은 누구란 말인가.

언론은 이태원 참사 1주기를 맞아 대부분 ‘정부는 없다’ ‘국가는 없었다’라고 제목을 달았다. 참사에 대한 책임자 처벌도 없고 진실에 대한 접근도 보이지않기때문이 아닐까.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21일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이태원 참사' 후속 조치와 관련해 "수사를 통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유족과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유가족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드리기 위해서라도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3년 10월 29일 기준, 이태원 참사 관련 재판은 1심이 진행 중이다. 피고인들은 이태원 클럽의 대표, 관리자, 직원 등 총 12명. 이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 업무상과실치상방조, 소방시설법위반, 화재예방, 소방시설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20여 차례의 공판이 진행되었다. 피고인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나와도 정부의 책임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10·29 이태원 참사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참사 희생자 고(故) 김재강씨의 아버지 김영백씨가 광주 남구 광주공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10·29 이태원 참사를 하루 앞둔 28일 오전 참사 희생자 고(故) 김재강씨의 아버지 김영백씨가 광주 남구 광주공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여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재판에는 행안부, 경찰청, 구청, 소방청 등 직접관할 책임자들에 대한 주요 혐의는 빠졌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실체적 진실에 대한 진정성이 있는지, 대통령의 발언을 의심하는 이유다. 어쩌면 현 정부하에서는 관련 사건 당사자들이 많아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 자체가 힘들 수 있다.

고통 속에서도 이태원 참사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은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유족들과 야4당, 시민단체들은 이태원 참사 관련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별법에는 유족들의 피해 구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유흥업소 등 다중이용시설의 안전 관리 강화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족들과 시민단체들은 이태원 참사 관련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유족들은 참사 당시 정부와 소방당국의 부실한 대응이 참사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특별법을 정부와 여당이 막고 있어 난항을 겪고 있다.

유족들의 아픔을 상기시키는 ‘크러쉬 국내 방영문제’도 구구한 말이 필요없다. 영화는 힘이 세다. 강력한 미디어로 진실을 촉구하는 힘을 갖고 있다. 내레이션 없이 현장 영상과 죽은 자, 산 자의 목소리만으로도 진실을 덮으려는 자들을 압도할 수 있는 힘은 사실, 그 자체에 있다. <크러쉬>는 막아도 일시적일 뿐이다.

권한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준엄한 교훈을 관련 부처는 물론 행정최고 책임자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태원 참사에 대한 중대 의혹은 언젠가 해소되겠지만 유족의 눈물, 국민의 고통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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