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와 IMF를 지나온 베이비부머 세대의 60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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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YTN 라디오 ‘대한민국 베이비부머 60대 보고서’ 연출한 김혜민 PD

YTN라디오 김혜민 PD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제283회 이달의 PD상 라디오 시사교양 부문에 YTN라디오 <대한민국 베이비부머 60대 보고서> 2부작이 선정되었다. 1955년과 1963년 사이에 태어나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풀며 달려온 베이비부머 세대에 집중해 그들이 만드는 노년의 모습을 조명했다.

<대한민국 베이비부머 60대 보고서>를 연출한 YTN라디오 김혜민 PD는 "이제 60대가 된 베이비부머 세대는 대한민국 성장기와 본인들의 성장기가 일치하는 우리 역사에서 빼려야 뺄 수 없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그동안 노인 문제를 빈곤이나 무임승차, 치매 등 슬픈 면만 다뤘는데, 활기차게 일하면서 좋은 컨디션으로 삶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수상 소감 부탁드려요.
“그동안 제가 만든 다큐멘터리는 애도와 추모 등이라서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이번에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서 즐겁게 만들었는데, 큰 상까지 받게 되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나요?
“2018년도쯤에 서울시가 50플러스센터를 만들면서 조금씩 50대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50대를 위한 방송인 <당신의 전성기, 오늘>을 만들고, 여기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로 <눈 떠보니 50>이라는 책을 냈어요. 그 사람들이 이제 60대거든요.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는데, 여전히 멋있게 살고 있더라고요. 그동안 노인 문제를 빈곤이나 무임승차, 치매 등 슬픈 면만 다뤘잖아요. 늙는다는 게 어둡게만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제 주변의 60대처럼 활기차게 일하면서 좋은 컨디션으로 삶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죠."

- 윤영미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맡았어요. 섭외 이야기가 있나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다큐에 남성 위주의 이야기만 들어갔어요. 베이비부머 세대 중에 지금까지 현역으로 활동하는 여성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저는 방송을 만들 때 여성 패널을 의식적으로 많이 쓰려고 하는데요, 이것이 첫 번째 이유였고요. 윤영미 아나운서는 '생계형 아나운서'예요. 저는 이 부분이 좋았어요. 윤 아나운서가 지난 6월에 <놀 수 있을 때 놀고 볼 수 있을 때 보고 갈 수 있을 때 가고>라는 책을 냈는데요, 책 제목이 베이비부머를 상징한다고 생각해서 특별히 부탁했죠.”

- PD님은 베이비부머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나요?
“베이비부머는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있어요. 20대 때 민주화 운동을 했고, 30~40대 때 IMF를 겪었고, 50대 때 국제금융 위기를 겪었고, 지금은 MZ 세대의 부모여서 청년들과 세대 갈등이 심한 세대죠. 이들의 특징은 대한민국 경제 성장기와 본인들의 성장기가 일치한다는 거예요. 문화적으로도 다양하고요. 대한민국 역사에서 빼려야 뺄 수 없는 의미를 담은 세대죠.”

YTN라디오 ‘대한민국 베이비부머 60대 보고서’ 출연자와 김혜민 PD

- 베이비부머 세대와 86세대의 공통점도 있고 차이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공통점은 일단 민주화 운동이 크죠. 이들은 청년 시절부터 공동체 의식을 고민하며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싸웠잖아요. 제가 대학 가서 처음 본 데모는 등록금 투쟁인데요, 미안한 감정이 들었어요. 선배들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애썼는데, 내 등록금 때문에 싸워야 하나란 생각을 했거든요."

- '베이비부머는 새로운 나라에 이민 온 세대'라는 멘트가 인상 깊어요.
“MZ 세대와 갈등을 줄이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냐는 거죠. 베이비부머는 MZ가 사는 나라에 이민을 온 거고 MZ가 주인이란 거예요. 이민 오면 어떻게 해요? 내가 간 그 나라의 문화와 그 나라의 언어에 맞춰야 되는 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세대 갈등을 극복하기 어렵다는 거죠.”

- 세대 간 갈등을 풀기 위해서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공감과 존중이 중요해요. 그 시대에 내가 살았다고 한번 상상해 보는 거죠. 예를 들면, 저는 이른바 '태극기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죠. 그런데 만약 내 부모나 자식이 전쟁 속에서 죽었다고 상상해봐요. 그러면 북한이라면 치를 떨 것 같아요. 그분들이 겪은 고통과 아픔을 생각하면 그분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겠죠."

- 제작하면서 느낀 점이 있을까요?
“저출생과 고령화가 심각한데 출생률은 끌어올리기 어렵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령 인구가 자신의 역할을 해줘야 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의 핵심을 다큐의 클로징 멘트에 담았어요.

"환갑 잔치 없는 60대를 맞이한 우리 베이비부머들 건강과 여유 성실함과 높은 학력과 경험이라는 자산 위에 30년이라는 역대 가장 긴 노년을 선물받았습니다. 부모들과 다른 노년을 꿈꾸는 우리는 변화의 파도에 주저 없이 올라타려 합니다 (생략) 민주화다 IMF 금융위기다 역사의 거센 파도가 지날 때마다 함께 어깨 두드리며 여기까지 온 우리들이니까요. 우리 안에 축적된 가능성의 싹을 틔우다 보면 청년들에게 넉넉한 그늘이 되어주는 고마운 시니어이자 좋은 어른으로 기록될 겁니다. 그렇게 우리 베이비부머들은 100세 세대라는 변화에 맞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또 한 번 바꿀 겁니다"('대한민국 베이비부머 60대 보고서' 클로징 멘트)

- 시사 방송도 하고 다큐멘터리도 만드는 데 어떤 게 더 좋아요?
“자신의 정체성을 정하는 게 중요해요. 제 직업은 PD지만 작가이기도 하고 진행자이기도 하죠. PD로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요. 저는 제 정체성을 신이 내게 준 재능을 이용해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정했거든요. 그래서 무엇이 됐든 세상에 필요한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아요.”

※ 2011년 YTN 라디오에 입사한 김혜민 PD는 다큐멘터리 <세월호 엄마들의 이야기>, <시, 다시 꽃 피우다>. <검색할 수 없는 두 글자>, <일상으로의 초대> 등을 연출했고 <생생경제>를 제작 및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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