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예능 트렌드, '마라맛'과 '자연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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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 신작 '콩콩팥팥', 농촌 에피소드로 순항
독한 리얼리티, '나는 솔로'도 인기

[PD저널=방연주 대중문화평론가] 콘텐츠 홍수 속 예능의 수명이 더욱 중요해졌다. ‘흥행’에 더해 ‘지속성’과 ‘확장성’까지 요구된다. 방송 프로그램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시리즈 및 스핀오프, 유튜브 콘텐츠까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섭외, 포맷, 제작방식까지 변화해야 하는 게 필수다. 최근 예능 판도에서 유효한 승부수는 ‘마라맛’ 혹은 ‘자연스러움’으로 보인다. 이 둘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지만 가짜가 아닌 진짜임을 증명한다는 데 닮아있다. 올해 화제성을 장악한 ENA·SBS Plus<나는 SOLO>의 남규홍 PD는 마라맛의 대표주자, 콘텐츠 격변 속에서도 롱런 중인 나영석 표 예능은 자연스러움의 대표주자다.

나영석 PD는 예능 포맷과 출연진을 꾸준히 활용하며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 <꽃보다> 시리즈부터 <삼시세끼>, <신서유기>, <윤식당> 등을 시즌제로 제작했고, <윤식당>은 <윤스테이>, <서진이네>로 변주해 예능의 수명을 연장했다. 시즌8까지 나온 <신서유기>는 장수 예능이라 할 만하다.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등의 출연자와의 인연도 단발성으로 끝내지 않고 이어간다. 최근에는 웹예능 <소통의 신>과 <출장 십오야>를 합친 <출장 소통의 신 : 서진이네 편>를 선보였다. 나 PD가 연출을 맡은 예능의 출연자, 포맷 등을 한 데 섞으며 나름 세계관을 통합했다. 이러한 나영석 표 예능 대부분이 각을 잡고 연출하기보다 자연스러움을 택한다는 데서 엇비슷해 보이면서도, 예능의 새 얼굴을 발굴하는 기회가 된다.

나 PD가 지난 13일부터 선보인 tvN<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이하<콩콩팥팥>)도 유사하다. 나 PD가 제작발표회에서 “‘밥친구’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 것처럼 인위적인 요소를 걷어냈다. 연출을 위한 기획보다 섭외를 먼저 했다. 연예계 ‘절친’으로 알려진 김우빈, 이광수, 김기방, 도경수 등은 이광수를 제외하고 예능과 거리가 먼 이들이다. 나 PD는 네 친구가 농촌에서 작은 밭을 일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판을 짰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첫 방송은 3.2%(전국 기준)를, 지난 3회 시청률은 4.4%를 기록하며 나 PD가 제작발표회에서 목표로 제시한 시청률인 3%를 넘기며 순항 중이다.

tvN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tvN

<콩콩팥팥>의 제작진 인력은 PD와 작가를 포함해 총 8명. 작은 카메라 4대로 출연자들을 따라다닌다. 사실 <삼시세끼>의 농촌 풍경과 별반 다를 바 없지만, 소소한 재미는 곳곳에서 생긴다. 소수 스태프가 합류하는 ‘가성비’와 ‘절친’ 치트키를 장착하자, 무겁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출연자들의 꾸밈없는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농사가 처음인 만큼 이들의 좌충우돌을 담고 있는데, 최소 인원의 제작진이 움직이니 조명 없이 어두컴컴한 배경이 노출되기도 하고, 그야말로 ‘홈비디오’처럼 흔들리는 캠코더 앵글을 여기저기 들이대 현장감이 살아난다. 예능인 만큼 100% 진짜일 수 없지만, 순도 높은 현장이라는 건 부인할 수 없다.

반면 남규홍 PD의 <나는 SOLO>는 ‘마라맛’으로 진짜를 찾는다. 지난 2021년 방송을 시작해 솔로나라 17번지(17기)까지 나왔다. 한동안 쏟아지던 연애 예능 중에서 유독 인기를 끌고 있다. 돌싱 특집 16기 방송은 최고 시청률 8%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대중의 이목이 쏠릴수록 각종 논란과 구설수가 뒤따르고 있으나, ‘현실 버전’ 연애 예능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나는 SOLO>는 일반인 출연자 섭외부터 출연까지, 그리고 촬영 현장까지 제작진의 손길은 깊숙이 미친다. 그러나 일반인 출연자들의 날 것에 가까운 말과 행동에 집중하며 리얼리티를 재현한다. <짝>, <스트레인저>를 연출했던 남 PD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의 사랑을 보려면 <나는 솔로>를 보면 된다. 가장 사실적으로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요즘 예능이 살아남기 위한 콘텐츠 차별화는 완벽한 새로움이 아닐지도 모른다. 대중이 느끼는 익숙함에 약간의 새로움을 더하는 것. 어떤 방식으로든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축적하는 게 환영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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