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스트리밍 플랫폼', 'AI가 지배한 영화계'...AFM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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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을 가다

[PD저널=한정훈 다이렉트미디어랩 대표] 매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 해변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필름 마켓(AFM)은 북미 지역 최대 영화 견본시다. 이곳에서 매년 수많은 영화들이 사고 팔린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팬데믹 영향이 완전히 사라진 올해는 현장 이벤트의 매력이 완전히 살아났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영화 제작이 주춤해진 상황을 반영하듯, 현장이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다.

다시 돌아온 AFM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미국 배우 조합의 파업과 생성AI의 파고 속에서 열린 올해 행사는 어수선했다. 그러나 열기만은 뜨거웠다. 영화와 TV시리즈의 판매와 거래, 현장 시사가 열렸다. 네트워크 파티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영화 관계자들이 많은 화제를 만들었다. 실제 네트워크 파티에서 더 많은 거래가 일어난다.

새로운 점도 많았다. 우선, 새로운 전시관(Le Méridien Delfina Santa Monica)에서 열렸다. 또 글로벌 미디어 시장 변화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마켓플레이스였지만, 스트리밍 서비스 광고가 속속 눈에 띈 것이다. 팬데믹 이후 영화 개봉 주도권이 스트리밍에 넘어간 현실을 반영한 장면이었다. 각 나라에서 온 프로덕션이나 유통 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스트리밍을 통해 유통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 NBC유니버셜의 피콕(Peacock)은 AFM내부 소식지에 홍보 기사를 올렸다.

특히, 한국은 AFM 현장에서 아예 스트리밍 서비스를 홍보하는 전시관을 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AFM 메인 전시관 2층에 ‘코리아 스트리밍 플랫폼(Korean Streaming Platform)’ 부스를 오픈했다. 한국 정부가 스트리밍 플랫폼의 해외 진출과 콘텐츠 확산을 지원하기 위해 홍보관을 오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2023 아메리칸 필름 마켓 현장 

코리아 스트리밍 플랫폼을 찾은 바이어들
2023년 AFM은 전 세계 70개국에서 245개 회사가 참석했다. 이들 회사의 7,000여 명의 바이어와 영화 관계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메인 행사장은 5층 규모의 호텔인 '르 메르디앙 델피나 산타 모니카'. 과기정통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한국 스트리밍 플랫폼 전시관은 호텔 2층에 자리 잡았다. 공식 행사가 열리기 전날인 10월 31일 문을 연 K-스트리밍 플랫폼 전시관은 K-플랫폼의 상징으로 가득 찼다. 글로벌 최대 K-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 코코와(Kocowa+)와 티빙(TVING)이 각 사 드라마, 예능 콘텐츠의 하이라이트를 계속 보여줬고 판매 책자와 기념품들도 현장을 채웠다.

영화의 홍보가 주력인 AFM에서 스트리밍 플랫폼 홍보는 어색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AFM현장을 찾은 바이어들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찾기 위해 자연스럽게 ‘코리안 스트리밍 플랫폼 관’을 찾았다. 영화의 주된 유통 장소가 스트리밍으로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버라이어티가 2022년 미국 성인들의 ‘영화 시청 선호 플랫폼’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1만 2,700명)의 27%가 스트리밍 플랫폼을 꼽았다. 극장을 선택한 고객들이 32%인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없다.

여기에 한국 콘텐츠의 미국 내 인기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 수요 분석을 진행하는 패럿애널리스틱스에 따르면, 한국 콘텐츠의 수요와 공급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2022년 들어 공급이 수요를 약간 앞서고 있지만 ‘미국인들의 한국 콘텐츠 소비’는 높아지고 있다. 한국 콘텐츠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 내 한국 콘텐츠 수요ⓒ패럿애널리스틱스
미국 내 한국 콘텐츠 수요ⓒ패럿애널리스틱스

AFM이 주관한 ‘AFM나이츠’에서는 한국 스트리밍 플랫폼의 우수성이 소개됐다. 한국 영화 제작, 유통사들도 현장을 찾았다. CJ ENM과 K-무비 엔터테인먼트 등은 ‘범죄도시4’ 등 내년(2024년)도 글로벌 시장에 공개할 작품들을 들고 현장에 나왔다.

2023년 AFM은 스릴러와 국가관
올해 AFM에서 가장 흔한 영화 장르는 스릴러였다.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스튜디오들도 스릴러 영화와 드라마를 대거 들고 나왔다. 이와 함께 국가관의 부활도 또한 눈에 띄었다. 중국 영화 공동 제작 협회(China Film Co-Production Corporation)는 중국 내 영화 스튜디오들의 모든 정보를 담은 책자를 현장에 들고 나와 큰 히트를 쳤다. 이 책자에는 중국 영화 트렌드와 시장 규모는 물론, 현재 주요 중국 영화 스튜디오들이 만들거나 배급하고 있는 콘텐츠 정보와 연락처가 담겼다. 협회 관계자는 책자를 공급하며 이 책에는 현재 제작 중이거나 해외 수출을 기다리는 모든 콘텐츠가 담겨있다며 개별 회사나 협회에 연락할 경우 바로 연결해주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영화 스튜디오와 협회는 AFM 공간도 장악했다. 각 협회와 스튜디오 부스들이 5층에 모두 모여, 영화를 홍보해 통일성과 규모감을 선사했다. 중국 영화 파빌리온(China Film Pavilion)은 중국을 상징하는 붉은 색 장신구로 통일성을 줬다.

현장에 부스를 설치한 중국 영화협회
한국 영화 스튜디오들도 해외 진출 기지개를 폈다. CJ ENM은 사우디아라비아 콘텐츠 회사 만가 프로덕션(Manga Productions)과 공동 제작 및 유통 계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합작 계약에 따라 애니메이션과 TV시리즈, 영화, 웹툰 등 다양한 장르에서 협업하기로 했다. 두 회사는 이번 파트너십이 "인재와 인적 자원을 상호 강화"하는 데도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미국 각 주들도 팬데믹 이후 늘어나고 있는 현장 제작 수요를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내놓고 미국 내외 바이어들에게 자신들을 홍보했다. 현장 영화 투자금과 관련한 세금 감면 혜택과 각종 촬영 지원책 등도 공개됐다. 미국 각 주들이 콘텐츠 스튜디오 구애에 나선 이유는 영화나 드라마 촬영 시 주에 가져다주는 경제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캘리포니아에 콘텐츠 촬영 수요가 몰렸지만, 팬데믹 이후로 지형이 많이 넓어졌다. 미국 네바다(Nevada) 주도 매우 적극적으로 전세계 영화 관계자들에게 방문 촬영을 구애해하고 나섰다. 특히, 라스베이거스의 새로운 명물이 된 LED 컨셉트의 공연 전시장 베네치안 스피어(Sphere)를 적극 홍보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열린 2023 아메리칸 필름 마켓

AFM에도 AI가 침투
주어진 명령에 따라 텍스트와 이미지, 비디오를 만들어내는 생성AI는 AFM도 흔들었다. AFM에 생성AI관련 세션도 마련됐다. AFM이 주로 영화 바이어들이 방문하는 행사지만, 이들이 들을 만한 강의 세션들도 현장에서 공개되고 있다. ‘Producers Pitching Their Projects, powered by AI Forecasts’ 등은 영화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 AI 기술과 트렌드를 담은 세션이어서 행사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쏠렸다.

주관한 뉴질랜드 AI 프로덕션 테크놀로지 기업 라르고 ai는 생성AI를 기반으로 영화, 드라마 캐릭터의 성공 가능성을 분석하고 작품의 스토리텔링이 보다 흥미로울 수 있도록 분석한다. 또 드라마 촬영, 제작 등의 작업에 AI를 적용해 비용을 최적화하고 작업 효용성을 높이는 ‘토탈 AI 제작 지원 솔루션이다. 한국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이미 AI가 적용되고 있다. 웨이브의 글로벌 서비스 코코와는 AI검색과 키워드 추천 기능을 도입한 ‘코코와 키토크AI’를 내놨다. '코코와 키토크AI'는 콘텐츠에 대한 예상 질문에 대한 답을 AI로 작성해 보다 상세하고 친절한 콘텐츠 추천이 가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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