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PPL 시도한 미국판 '복면가왕'…돌파구 찾는 美 미디어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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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 어려워진 미디어 기업들 감원 지속 실시
광고 시장 침체 당분간 지속 전망 속 광고 전략도 변화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아마존 스튜디오 부지 밖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할리우드와 TV 작가 1만여 명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WGA 지도부는 "공정한 거래를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우리의 제안에 대한 스튜디오의 반응은 불충분했다"라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AP/뉴시스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지난 5월 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아마존 스튜디오 부지 밖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AP/뉴시스

[PD저널=한정훈 다이렉트미디어랩 대표] 글로벌 경기 침체로 미국 미디어 회사들이 지속적으로 감원을 실시하고 있다. 고금리와 투자자들의 회의적인 시선이 겹쳐지면서 미디어 기업들은 더 이상 단기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미디어 기업들은 광고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단기로 운전자금을 빌려왔지만 이런 흐름이 힘들어진 것이다.

팬데믹 당시에는 미국 정부가 기업들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해 긴급 운전 자금(PPP) 등과 같은 보조금을 제공했지만 이 역시도 더 이상 공급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미디어 스튜디오와 관련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 '리커런트 벤처스'는 지난 13일 <파퓰러 사이언스>, <드라이브&도미노> 등 잡지의 취재인력을 포함한  50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했다. 

블룸버그의 관계사이자 전문가들을 위한 규제 기관 관련 동향을 제공하는 블룸버그 인더스트리 그룹도 최근 14명이 넘는 직원을 해고했다. 이 회사에는 14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데, 워싱턴 D.C에 있는 사무실도 폐쇄됐다. 관계사인 블룸버그뉴스도 지난해 10월 20명이 넘는 기자 등 직원을 해고한 바 있다.

이에 앞서 G/O미디어(G/O Media), 바이스 미디어(Vice Media), CNBC디지털(CNBC Digital), 콘테 나스트(Condé Nast) 등의 미디어들도 최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CNBC는 전체 인력의 3%에 달하는 인력을 줄였고 바이스 미디어는  지난해 파산을 신청한 데 이어 올해 11월 초에 5개 사업부를 2개로 감축했다. 이번 구조조정으로 바이스미디어는 100명이 넘는 직원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스 미디어는 한 때 기업가치가 57억 달러에 달했지만, 현재는 3억 달러 중반으로 가치가 하락했다. 

2023년에 2만 여 명 정리해고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Challenger, Gray & Christmas)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23년 이후 2만 명이 넘는 직원이 정리해고됐다. 1년 전인 2022년과 비교해 6배가 넘는 규모다. 빅테크 기업의 광고 시장 회복은 언론 미디어 기업에는 해당 사항이 되지 않았다.

미디어 구조 변화로 언론 미디어들의 광고 매출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뉴미디어 언론사 버즈피드는 1년 사이 광고 매출이 35%나 감소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모기업 다우존스 역시 3%의 광고가 감소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도 정리해고를 피해갈 수 없다. 2023년 11월 현재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이 끝났지만 3분기는 파업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아야했다. 일단 맥쿼리에 따르면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컴캐스트/NBC유니버설, 파라마운트, 폭스, 디즈니 등은 2023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평균 12%가 넘는 실시간 광고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 디즈니는 광고 매출 하락에 콘텐츠 투자비를 20억 달러 이상 감축했다. 디즈니의 스트리밍 부문 적자는 3억 4,700만 달러로 1년 전에 14억 달러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사업 적자로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다.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 파업이 미디어 기업의 정리해고와 광고 침체의 주된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구조적인 변화가 미디어 기업의 실적 회복을 방해하고 있다는 보는 게 맞다. 예산에 민감한 기업들은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 대신, AI를 접목한 틱톡, 메타, 알파벳과 같은 빅테크에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 미국 미디어 광고 시장은 TV에서 인터넷, 스트리밍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 

지난 15일 방송된 미국 폭스 '더 마스크드 싱어' 유튜브 영상 갈무리.
지난 15일 방송된 미국 폭스 '더 마스크드 싱어' 유튜브 영상 갈무리.

바뀌는 광고 전략, '마스크드 싱어'도 PPL

광고 시장 침체로 레거시 미디어들의 광고 전략도 바뀌고 있다. 한국 예능 <복면가왕>의 포맷으로 유명한 <더 마스크드 싱어>는 처음으로 PPL을 편성했다. 최근 방송된 폭스의 <마스크드 싱어>는 11월 말 개봉 예정인 유니버설 신작 영화 <트롤 밴드 투게더>와 연계해 특집으로 꾸며졌다. <마스크드 싱어>는 <보이스>나 <아메리칸 아이돌> 등 다른 음악 경연 프로그램과는 달리, 행사장에 등장하는 현장 PPL(on-screen product placements)을 한번도 편성하지 않았다. 현장 PPL은 판정단의 책상위에 자연스럽게 놓여있는 음료 등으로 표출된다. 

<마스크드 싱어>는 미국에서도 인기 있는 예능 프로그램인데, 특히 주로 가족들이 함께 시청한다. 닐슨에 따르면 <마스키드 싱어>는 2~11세 사이 시청자가 가장 즐겨보는 엔터테인먼트 프로그램이다. 폭스엔터테인먼트 광고 담당 부대표 수잔 설리반은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시청하는 <마스크드 싱어> 주요 시청층에 애니매에션 영화 <트롤>이 딱 맞는다”고 말했다.

유니버설은 <마스크드 싱어> 실시간 시청률이 높은 만큼 영화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스크드 싱어> 30초짜리 광고비는 7만 5,000만 달러에서 10만 달러가량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니버설은 PPL과 함께 트롤을 위한 일반 광고도 편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버설은 <마스키드 싱어>의 단골 광고주인데, 2023년에만 1,050만 달러를 집행했다고 광고 트래커 비빅스(Vivvix)가 밝혔다. 

그러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마스크드 싱어>도 본방 시청률 하락으로 광고 지출이 줄어드는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 비빅스에 따르면 광고주들은 2022년에 마스크드 싱어에 약 6,370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도 1억 2,380만 달러에 비해 50%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2022년 30초 광고의 평균 비용은 9만 3,675달러로, 2021년 11만 3,877달러에 비해 약 18% 하락했다.

폭스는 21세기 스튜디오를 디즈니에 매각한 이후 그동안 스포츠와 예능, 뉴스 등 실시간 방송에 올인해왔다. 폭스는 실시간에 특화된 프로그램은 지상파 방송으로 편성하고 나머지는 FAST나 스트리밍 서비스에 편성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스크드 싱어> 경우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 등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스트리밍 시대, 방송사들은 광고 도달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할 때도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단일 시즌이 아니라, 2~3개 시즌을 함께 묶어 판매하고 있다. 미디어 기업들의 광고 시장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스트리밍, FAST 등으로의 전환도 급속도로 이뤄지는 만큼,  앞으로 미디어 기업들의 고난의 행군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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