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과 KBS, 그곳을 지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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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도 악당도 없는 세상 18]

지난 12일(현지시각)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팔레스타인 의료 종사자들이 가자지구 의료 붕괴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해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AP/뉴시스
지난 12일(현지시각)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팔레스타인 의료 종사자들이 가자지구 의료 붕괴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석해 이스라엘을 비난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AP/뉴시스

[PD저널=박정욱 MBC PD] 이 글은 2023년 11월 15일에 작성했다. 시점을 밝혀두는 이유는 아래에 언급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진입해 지상작전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급한 병원들이 언제 문을 닫게 될 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북쪽 접경지역인 베이트라히야에 '인도네시아 병원'이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원해 2016년도에 가자지구에 세워진 병원이다. 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가자지구를 돕기 위한 이슬람국가들 간의 연대 차원으로 설립되었다. 평소 하루에 300명 이상의 가자지구 환자를 돌보았다. 이곳의 의료진 가운데 3명은 인도네시아에서 파견된 자원봉사자이다. 

가자지구의 주요 병원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해 있는 인도네시아 병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이 벌어진 이후 줄곧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인근에서 끊임 없이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포격이 이루어졌다. 전쟁이 격화될수록 더 많은 병원이 문을 닫고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작전으로 인해 외부에서 의약품과 연료, 식량 등이 반입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병원 운영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그에 비례해 전쟁으로 다친 환자들, 일반 질병에 걸린 환자들은 더 많이 인도네시아 병원으로 밀려들고 있다. 병상이 부족해 병원 바닥과 복도에 임시 베드를 설치해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지만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병원의 의료진들은 환자를 돌보는 일 이외에도 의약품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병원 밖으로 돌아다녀야 한다. 그나마 이스라엘군이 공격을 피해주기를 기대하면서 구급차를 이용해 전장 사이를 이동한다.

약이 없으니 치료와 수술도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마취제도 없이 절단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병원은 예비발전기를 가동해 중환자 시설과 수술실 조명 등을 공급하고 있지만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시신들도 문제이다. 부족한 전력으로 인해 병원의 시신저장고는 더 이상 가동할 수 없다. 병원에 모인 피난민들은 의료진을 도와 병원 인근에 땅을 파 시신들을 매장했다. 이러한 움직임 역시 이스라엘군의 오인 폭격을 받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면서 이루어졌다.

하크씨 인터뷰 영상 갈무리.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접경지역에 있는 인도네시아 병원에 파견된 의사 하크씨 인터뷰 영상 갈무리.

인도네시아에서 파견된 의사 3명은 본국으로 돌아가길 거부하고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인도네시아 병원에 남기로 결심했다. 그들 중 한 명인 피크리 로피울 하크(Fikri Rofiul Haq)씨는 지난 금요일 언론과 인터뷰한 이후 연락이 끊겼다. 그의 인스타그램 역시 지난 토요일에 올린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더이상 사진이나 글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가자지구의 상황이 빼곡하게 올라왔었다.

하크씨를 비롯한 인도네시아 병원의 의료진들의 안전이 걱정된다. 더불어 알시파 병원과 알쿠드스 병원 등 가자지구의 대형병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병원 알시파 병원과 알쿠드스 병원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병원 시설 일부가 망가졌다. 환자와 시신은 끊임없이 밀려들지만 지상작전을 전개한 이스라엘군은 해당 병원을 비우고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경고를 한다. 물론 그럴 경우 많은 환자들이 이동 중 사망할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병원에 대한 공격이 가해지기 때문에 병원도 위험하다. 병원 밖의 가족들도 위험하고, 병원 운영에 필요한 물품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밖을 돌아다니는 것도 위험하다. 실제로 그 과정에서 의료진들이 사망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아직 현장을 지키고 있다. 인도네시아 병원도, 알시파 병원도, 알쿠드스 병원도 환자와 더불어 현장에 남겠다고 결심한 이들에 의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 언론 인터뷰를 보면 그들도 겁에 질려있다. 하지만 물러설 수는 없다고, 차마 환자들을 두고 도망갈 수는 없다고 굳게 마음을 다잡은 것이다.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진행된 박민 KBS 신임 사장 대국민 기자회견장 앞에서 규탄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뉴시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 아트홀에서 진행된 박민 KBS 신임 사장 대국민 기자회견장 앞에서 규탄 손피켓을 들고 서 있다.©뉴시스

문득 이 글을 쓰기 직전 새 사장이 임명된 KBS의 모습이 겹친다. 사장 임명 직후 KBS에는 폭풍이 몰아쳤다. 예고도 없이 시사프로그램이 간판을 내렸다. 진행자가 바뀌고, 뉴스 앵커가 교체됐다.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프로그램을 개편하고 진행자를 교체해도 되는 것을 이렇게 비상식적으로 편성을 망가뜨리는 이유는 뭘까. 누군가는 당황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화가 났을 것이며, 누군가는 상처 받았을 것이다. 수신료 분리 징수 이후 KBS는 여러 어려움을 맞닥뜨리고 있다. 어찌 보면 앞으로가 더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꿋꿋하게 자신의 터전을 지키며 해야 할 일을 할 것이다. 그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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