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파업 기간 존재감 커진 방송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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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건식의 OTT 세상 40] 148일 만에 종료한 美 작가·배우 파업
신규 OTT 콘텐츠 전면 중단에 방송 콘텐츠 의존도 상승 효과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아마존 스튜디오 부지 밖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할리우드와 TV 작가 1만여 명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WGA 지도부는 "공정한 거래를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우리의 제안에 대한 스튜디오의 반응은 불충분했다"라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AP/뉴시스
미국작가조합(WGA) 회원들이 지난 5월 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컬버시티의 아마존 스튜디오 부지 밖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할리우드와 TV 작가 1만여 명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WGA 지도부는 "공정한 거래를 위해 협상을 벌였으나 우리의 제안에 대한 스튜디오의 반응은 불충분했다"라며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AP/뉴시스

[PD저널=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시청자서비스부)] 2023년 할리우드 파업이 모두 끝났다. 작가 노조(WGA) 파업은 2007년 이후 16년 만인 지난 5월 2일 시작해 9월 27일까지 148일간 진행됐다. 지난 7월 시작한 배우 노조(SAG-AFTRA) 파업은 11월 9일까지 118일간 지속됐다.

1960년 이후 두 노조가 처음으로 동반해 벌인 파업으로 할리우드의 콘텐츠 생산이 6개월 이상 멈췄다. 파업의 주요 쟁점은 OTT의 성장에 따른 리지듀얼(재상영분배금) 확대와 AI의 사용금지였다. 안건이 첨예한 만큼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라 파업이 길어졌고, 결국 제작사 연합(AMPTP)의 완패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두 노조의 파업 동안 방송 콘텐츠가 빛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를 측정하는 패럿 어낼리틱스(Parrot Analytics)가 9월에 발표한 '파업 동안 편성이 어떻게 변화했나' 보고서는 파업 동안의 콘텐츠의 흐름을 보여 준다. 패럿 어낼리틱스는 전 세계 20억 명 이상의 소비자의 소셜 미디어, 소셜 비디오, 시청 소비, 검색 등을 취합해 콘텐츠에 대한 수요를 파악한다. 적극적인 시청이나 참여 등이 가중치가 높다. 공급(supply)은 실제로 해당 플랫폼에서 공급된 콘텐츠를 의미한다.

첫째, OTT가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방송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보고서를 보면,  2023년 7월 기준으로 NBC유니버설이 운영하는 피콕이 방송 콘텐츠의 수요 비중이 42%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훌루 33.8%, 파라마운트+ 30.1%, 디즈니+ 15%, 프라임 비디오 8.9%, 넷플릭스 6.1% 순이다.

미국 미디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2023년에 스트리밍 오리지널 공급이 감소하고 있었는데, 올해 1960년 이후 처음 일어난 작가와 배우의 동시 파업은 신규 콘텐츠의 공급을 전면 중단시켰다. 2023년 7월 기준으로 맥스의 콘텐츠(언스크립트 TV쇼 장르) 수요는 31.6%인데 공급은 53.8%로 가장 많은 차이가 난다. 넷플릭스 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11.6%, 공급은 24.0%로 집계됐다. 피콕은 수요 29.6%에 공급 35.8%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 언스크립트 TV쇼에 대한 수요와 공급(2023년 7월)을 분석한 패럿 어낼리틱스 보고서.
미국 언스크립트 TV쇼에 대한 수요와 공급(2023년 7월)을 분석한 패럿 어낼리틱스 보고서.

둘째, 非미국 콘텐츠 수요의 증가다. 비용 측면과 로컬 제작을 강조하면서 비영어권 콘텐츠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파업 동안에는 非미국 콘텐츠에 대한 의존도가 더 커졌다. 넷플릭스는 타이틀 기준으로 비영어권 콘텐츠의 비중이 60.5%, 수요는 27.3%였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각각 60.3%와 26.2%이다. 훌루는 각각 35.0%와 18.6%이다. 미국에서 K-콘텐츠의 인기가 상승한 효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OTT 오리지널이 인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방송 콘텐츠의 힘은 여전하다. 펀덱스(FUNdex)를 발표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상반기 드라마의 화제성 결산을 하면서 “대형 홈런 한방은 OTT가 쳤지만, 타율은 TV가 앞섰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1월부터 5월까지의 화제성을 조사한 결과 주 평균 순위에서 1위와 2위는 넷플릭스의 <더 글로리> 파트1과 파트2가 차지했다. 그러나 3~10위는 <일타 스캔들>, <낭만닥터 김사부 3>, <닥터 차정숙>, <모범택시2>, <구미호 뎐 1938>, <나쁜엄마>, <사랑의 이해>, <대행사> 순으로 모두 방송 프로그램이다. 

코로나19가 끝나도 완전히 이전과 돌아가지 않았듯이 미국의 작가와 배우 노조 파업 이후도 그 결과와 대응 등을 통해 또 다른 뉴노멀이 펼쳐질 것이다. 특히 AI가 더 많은 영향을 주는 인공지능 시대에는 틱톡의 추천 작동 방식으로 알려진 팔로잉-팔로워 구조의 ‘콘텐츠 그래프’가 중요해진다고 한다. 콘텐츠를 볼 수 있는 곳이 다양하고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는 사회에서는 콘텐츠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제작비가 너무 증가해 방송사에서는 드라마 편수를 축소하고 있는데, 이보다는 적절한 제작비를 투입해 다양한 드라마를 제작하는 방식의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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