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에선 왜 사연 있는 1% 장애인만 나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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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회 이달의 PD상 수상자 인터뷰] 춘천MBC '스페셜 농구왕' 연출한 최유빈 PD

춘천MBC '스페셜 농구왕'을 연출한 최유빈 PD와 김훈민(좌)·윤수영(우) 선수.
춘천MBC '스페셜 농구왕'을 연출한 최유빈 PD와 김훈민(좌)·윤수영(우) 선수.

[PD저널=이영광 객원기자] 283회 이달의 PD상 디지털 콘텐츠 부문에 춘천MBC가 제작한 <스페셜 농구왕>이 선정됐다. <스페셜 농구왕>은 강원도 춘천의 지적장애인 농구단 ‘반비위너스’가 장애인 전국 체전에 나가기까지의 모습을 담았다.

<스페셜 농구왕>을 연출한 최유빈 PD는 수상소감으로 “디지털 콘텐츠는 시청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인데,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좀더 알려질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스페셜 농구왕>은 제작 과정이 궁금해 지난 20일 <스페셜 농구왕> 연출한 최유빈 PD, 반비위너스의 김훈민·윤수영 선수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수상 소감 부탁드려요. 

최유빈 PD(이하 최): “유튜브 어플을 켜면 누구나 전 세계에 좋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대잖아요. 시청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것인데, 소소한 우리 주변 사람 이야기는 선택받기 쉽지 않아요. <스페셜 농구왕>을 제작하면서 이 콘텐츠를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진짜 들었어요. 수상으로 이야기가 좀 더 알려질 것 같아서 기쁩니다.”

-앞서 <연애가 밥 먹여줘>란 웹예능을 만든 경험이 있는데요. <스페셜 농구왕>와 비교해 보면 유튜브에서 반응이 어떤가요?

최: “<연애가 밥 먹여줘>는 춘천MBC 유튜브 채널에 업로드 했어요. 그래서 조회수 자체는 기존에 그 채널 구독하던 분들이 있으니까 괜찮게 나왔던 것 같아요. <스페셜 농구왕>은 개별 채널로 개설해 초반에는 조회수가 정말 안 나오고 구독자 수도 적었어요. 그런데 농구 대회 장면 같은 경우는 스토리가 없어도 농구 하이라이트 경기 보듯이 시청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영상들의 조회수가 많이 나오면서 구독자도 좀 더 늘어났던 것 같아요.”

-왜 채널을 따로 개설한 거예요?

최: “기획 의도와 연관이 있는데요, 방송사에서 장애인을 출연시킨다고 하면 1%의 장애인처럼 그려내는 게 항상 저는 아쉬웠었어요. 장애인 친구들도 똑같이 평범한 일상을 살고 있잖아요. 근데 TV에 나올 때는 항상 어떤 사연이 있어야 되죠. 항상 다큐멘터리에서 성우가 이들의 삶을 해설해 주면서 전달 되는 게 아쉬웠어요. 제가 반비위너스를 처음 만났을 때 학생들 같고 귀여운 모습이었어요. 그동안 왜 그 모습이 전달 안 됐을지가 아쉬워서 예능이라는 포맷으로 했고요. 

또 방송사가 출연자를 선정해서 주인공으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이들 스스로 자신을 카메라에 담고 보여주는 걸 원했어요. 그게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잖아요. 그래서 웹예능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춘천MBC가 만든 콘텐츠라는 점을 강조하기보다 <스페셜 농구왕>이라는 프로그램을 전면에 노출하고 싶어서 채널도 따로 개설하고 콘텐츠 안에서도 방송사 얘기는 최대한 안 하려고 했어요.”

'스페셜 농구왕' 22번째 에피소드 영상 갈무리.
'스페셜 농구왕' 22번째 에피소드 영상 갈무리.

-<스페셜 농구왕>을 찍어보자고 제안했을 때 반비위너스 선수들 반응은 어땠나요?

최: “일단은 주장 권이삭 선수를 통해서 제안을 전달해달라고 했어요. 생각할 시간이 걸릴 거로 생각했는데, 너무 금방 좋다고 해서 반신반의하며 촬영하러 갔죠. 대부분 새로운 시도에 대해 좋게 생각했던 것 같고 흔쾌히 해줘서 고마웠어요. 당시에는 이렇게 길게 찍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겠지만요.”

-선수들은 처음에 촬영하자는 얘기 들었을 때 어땠어요?

김훈민 선수(이하 김): “인기가 없을 것 같았어요.”

-왜요?

김: “한국에서 농구는 인기가 많이 없잖아요. 농구보다 축구가 인식이 커서 시청하는 시청자가 그렇게 없을 것 같았어요.”

-윤수영 선수는 처음 유튜브 하자고 했을 때 어땠어요?

윤수영 선수(이하 윤): “저도 처음에는 많이 떨렸고 반비위너스가 과연 전국적으로 알려질까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시청하고 관심을 가진 사람도 있으니까 기쁩니다.”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참여해보니까 어때요?

윤: “되게 뿌듯하고요. 주변 사람들도 유튜브를 통해 알아보니까 제가 조금 유명해진 것 같기도 한 기분이 들어요.”

-몰랐는데 장애인 전국체전도 있나 봐요?

최: “올림픽 끝나고 패럴림픽을 하듯이 장애인 체전이 있고요. 동호인부와 선수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지적장애인 농구팀은 동호인부에 있어요. 반비위너스 선수들이 기존에 하던 농구도 거의 생활체육으로 항상 분류되거든요. 그래서 전국 체전에서도 동호인부로 출전합니다.”

-반비위너스 선수들은 직업이 따로 있나 봐요?

최: “반비위너스에는 농구만 있는 건 아니고 다양한 스포츠 클럽이 있어요. 쉽게 말하면 동호회죠. 농구단에는 12명 정도의 20대 성인 친구들이 참여하고 있어요. 여기에 참여하는 친구들은 각자 다양하게 자기 삶을 살고 있어요. 직장을 다니기도, 학교에 다니기도 해요.”

김: “저는 집에서 간단한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요. 업무는  채용 공고 모아 회사에서 몇 개씩 보내는 일을 하고 있어요.”

윤: “춘천에 있는 특수학교에서 전공과를 다니고 있고요. 장애인들이 취업하기 위한 훈련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일하면서 농구하는 게 힘들지 않아요?

윤: “전혀 힘들지 않고 오히려 저 같은 경우 일상에서 가장 재밌는 게 농구예요. 그냥 제 인생 절반이 농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에 녹화할 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윤: “처음에는 <스페셜 농구왕>을 통해 반비위너스를 소개하겠다는 마음에 좀 떨렸어요.”

김: “선생님(최유빈 PD)이 처음 올 때 분위기가 약간 조용한 느낌이 들었고요. 점차 분위기가 시끌벅적해진 거 같아요.”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춘천MBC 최 PD.
이달의 PD상을 수상한 춘천MBC 최유빈 PD.

-반비위너스 선수들에게 최 PD님이 자전거를 배웠잖아요. 어땠어요?

최: “친구들이 저를 쌤이라고 부르거든요. 저는 그게 너무 좋은 거예요. 왜냐면 방송 PD란 직업은 사실 누구와 감정적으로 교류하면서 서로 같이 성장하고 누군가의 선생님이 되는 직업은 아니잖아요. 근데 촬영하면서 애들이 저를 쌤이라고 불러주는 게 너무 특별하고 좋았는데 반대로 친구들을 내가 쌤이라고 부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중에 또 영길이와 지호가 자전거를 즐겨 타요. 제가 자전거를 타지 못하니 배워봐야겠다 해서 자전거 배우기 편이 나온 거예요. 물론 시청자들이 제가 느낀 특별함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려웠겠지만 그래도 이 친구들이 자기가 잘하는 걸 재능 기부하는 편이었던 걸로 받아들여진다면 기획 의도가 잘 전달된 것 같습니다.”

-열한 번째 에피소드에서 반비위너스 선수들이 초등학생과 만나 지적 장애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어떤 의도가 있었을까요?

최: “22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가장 공들여 준비했던 편인데요. 반비위너스를 방송에 소개하면  장애인이라고 얘기 안 하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아요. 사실 장애나 비장애의 모습에 어떤 정답이 있는 건 아닌데 기존 TV나 영화에서는 너무 발달장애인의 모습을 우리가 상상하던 모습만으로 보여주고 있잖아요.

그게 너무 안타까우니까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카메라 속에 그 모습을 보는 인물을 넣자는 거예요. 그래서 반비위너스 선수들이 스스로 어떤 장애가 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하는데 그 말을 듣는 사람이 바로 앞에 있도록 기획했고요. 초등학생은 가장 순수하고 편견이 없는 친구들이잖아요. 그래서 편견 없이 서로 소개하고 대화가 진행될 수 있게 ‘초등학생에게 지적장애 설명하기’ 콘텐츠를 준비했어요.

처음에는 지적장애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초등학생이 나올 거니까 그래도 이들 사이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게 공통점은 있어야겠다고 해서 똑같이 빙상부 친구들을 섭외하게 됐고요. 실제로 초등학생들은 반비위너스 선수들이 장애가 있다는 설명을 들은 이후에 키는 어떻게 컸는지 게임을 하고 싶을 때는 어떻게 했는지 공부하기 싫을 땐 어떻게 했는지 등을 궁금해하고 물어봤어요. 제가 원했던 방향대로 정말 편견 없이 서로를 소개하는 이야기가 잘 나왔던 것 같아요.”

-편집할 때 중점을 둔 부분은 뭐였나요?

최: “이 친구들이 제 눈엔 정말 다 귀엽거든요. 그래서 귀엽게 보일 수 있게 많이 신경 썼던 것 같고요. 또 아이들이 말할 때 잠시 멈춰 생각하느라 말 중간에 쉼이 길어질 수 있잖아요. 그런 걸 너무 끊지 않고 오롯이 그 친구의 한 문장이 이어지게 했어요. 그것도 어떻게 보면 존중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서 편집은 그런 걸 신경 써서 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최: “사실 <스페셜 농구왕>은 2023년 22부작으로 예정이 되어 있었고 지금 22개 에피소드가 다 공개됐어요. 아직 내년도 제작에 대해서 확정이 된 건 없지만 저도 내년 초까지 기획을 열심히 해서 시즌2라고 이름 붙이지 않아도 다음 에피소드가 이어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스페셜 농구왕>을 제작하며 느끼는 게 있을까요?

최: “댓글 중에 사람들이 배려심이 많았다면 굳이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지 않았을 거라는 글을 봤어요. 저는 많이 공감했었고요. 장애와 비장애 사이에 차이가 없지 않겠죠. 장애인에게 필요한 교육, 활동, 적합한 직장이 있고 관련된 제도들도 분명히 필요합니다. 우리가 똑같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어떤 장애가 있다는 걸 같이 말해줘야 차이가 줄어들고 이해도 가능하겠다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 2021년 춘천MBC에 입사한 최유빈 PD는 특집 다큐 <프로. 끝나지 않을 90분>, 웹예능 <연애가 밥 먹어줘>을 제작했고, 현재 <강원365>, <스페셜 농구왕>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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