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폭주하는 방통위…붕괴되는 방송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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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 교체 이어 YTN 연합뉴스TV 최대주주 변경 심사 속전속결

YTN 사옥.
YTN 사옥.

[PD저널=김창룡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한국의 방송정책이 사회적 논의와 합의없이 일방적인 정치권의 논리로 빠르게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공영방송 KBS의 사장을 바꿔 ‘땡윤뉴스’로 만든 뒤 서둘러 24시간 뉴스전문채널 YTN과 연합뉴스 TV도 장악해나가고 있다.

정치권력의 비호 아래 방송통신위원회가 합의정신, 절차적 정당성, 법적 타당성 등을 무시한 채 공공성이 중시되는 보도전문채널마저 개인 민간업자에게 넘기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제대로 된 심사조차 의문시되는 졸속 과정 논란 속에 마치 전광석화처럼 행정 처리를 하고 있어 이것이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한 일인지 특정 정치집단을 위한 일인지 의문이다.

방통위는 최근 유진그룹이 신청한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 심사 계획을 의결하고 심사에 돌입했다. 유진그룹이 한전KDN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지 7일 만이며 방통위에 심사 신청서를 제출한 지 하루 만이다. 방통위가 최대주주 변경 신청을 받은 지 하루 만에 기본계획을 의결한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방통위의 속전속결은 오는 30일로 예고된 이동관 위원장의 탄핵소추 전 YTN 매각 절차를 끝내겠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최대주주 신청에서부터 방통위의 승인까지 최소 60일 이상이 소요됐다.

구체적으로 방통위의 최대주주 변경승인까지 TBC(신청인 귀뚜라미)는 62일, 광주방송(신청인 광주방송)은 89일, 경인방송(신청인 서울미래포럼)은 134일 걸렸다. 모두 내가 방통위원으로 재직할 때 이뤄진 주주변경 승인 사안들이다.

문제는 볼수록 점입가경이다.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유진그룹 유경선 회장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져 이해충돌법 저촉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정도면 이 부위원장은 의결 자리에 앉을 수도 없다. 이해관계로 기피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까지 방통위는 그런 전통으로 일해왔다.

언론노조 YTN지부에 따르면 이 부위원장은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하이마트 인수 과정에서 이면계약을 맺어 재판에 넘겨진 유경선 회장의 배임증재 사건 변호를 맡았다. 또 이 부위원장은 유경선 회장의 동생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대표이사의 고등학교 선배로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라고 한다.

방송은 공공재라고 할만큼 공공성, 공익성, 공정성 등이 중요하기 때문에 방송사 최대주주 변경 심사는 매우 중요하다. 최대주주가 어떤 도덕성과 정당성, 공공성 등을 갖췄는지 인수 후 방송의 높은 윤리의식과 공익성을 실천할 수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진다. 자칫 국민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진그룹의 YTN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을 의결하는 방통위원이 유진그룹 오너 일가와 얽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4조에 따라 제척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방통위 설치법 14조 3항은 ‘위원에게 심의·의결의 공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는 기피 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그룹 회장의 법범행위는 다른 조건을 충족시켜도 방통위에서 결격사유로 봐 온 것이 전통이고 일관된 논리다.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근본적 문제는 준법정신의 파괴다. 방통위를 독임제가 아닌 합의제의 위원회 성격으로 만든 데는 이유가 있다. 국가의 주요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기구는 정치적 독립성과 자율성이 담보돼야하기 때문에 위원회로 만든 것이다. 방통위 설치 배경이고 운영원리다.

그래서 방통위는 대통령 지명 2인과 여야 추천 상임위원 3명, 총 5명으로 구성, 협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내는 합의제 기구로 만들었다. 현재는 어떤가. 

대통령이 지명한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방통위는 독임제처럼 협의도 합의도 없는 기구로 전락했다. 2명 중 한 명은 최대주주와 특수한 관계라는 지적을 받고 있고 위원장은 YTN 기자들과 소송 당사자로 이해관계가 있는 형국이다.

5명 합의체를 2명 기구로 만들어 운영하며 주요 방송정책을 유린하는 행정 폭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방통위는 "공정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 충분히 검토했다"고 밝혔지만,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방통위는 이번 결정이 불러올 부작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방송환경이 이렇게 악화일로를 걷는데 좌시할 수는 없다. 언론단체, 시민단체, 학계 등이 연대하여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국민들이 과거 언론통제 시절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도록 언론인들이 더욱 알리고 노력해야 한다.

외신이 먼저 한국 언론상황의 악화를 지적하며 민주주의 후퇴를 보도할만큼 한국 언론 환경은 언론인 압수수색, 각종 소송전 등으로 엉망이 됐다. 한국 언론 환경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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