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하기 늦었을 때는 없다...'골든걸스' 서사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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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155년' 4인 디바의 걸그룹 도전에 시청자 관심 고조

ⓒKBS

[PD저널=엄재희 기자] 평균 나이 59세, 경력을 합치면 155년에 달하는 ‘신(神)'인 걸그룹 프로젝트 <골든걸스>가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고 있다. 더 젊어진 4세대 K-팝 걸그룹 대전 속 '경력직' 걸그룹의 도전에 대중이 환호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달 27일 방송을 시작한 <골든걸스>(2TV 금요일 밤 10시)는 박진영 프로듀서가 가수 인순이, 박미경, 신효범, 이은미를 4인조 걸그룹으로 데뷔시키는 과정을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집계에서 1회 시청률 4%로 시작한 후 2회 5%로 경신했고, 순간 최고 시청률 7.2%를 기록했다. 올해 KBS 금요일 동시간대 예능 중 최고 수치다.

젊은 세대에겐 다소 낯선 가수들이지만 나이를 가리지 않고 인기를 끄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방송에서 오디션으로 진행된 무대 영상은 유튜브 등 SNS에 클립 형태로 퍼져나갔다. 트와이스의 <필 스페셜>(신효범), 아이브의 <아이 엠>(박미경), 뉴진스의 <하입 보이>(인순이), 청하의 <벌써 12시>(이은미) 등 커버곡 동영상 조회수는 누적 합계 1500만회에 이른다. K-팝 걸그룹의 대표곡을 각색해 부르면서 부모와 자식 세대 유튜브 알고리즘에 동시에 뜨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골든걸스>는 박진영 프로듀서가 KBS 양혁 PD에게 먼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박 프로듀서는 자신의 회사에서 실현하기 어렵지만 오랫동안 꿈꿔온 걸그룹을 만들고 싶다며 KBS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왜 KBS였을까. 박 프로듀서는 23일 열린 쇼케이스에서 "집토끼를 먼저 잡고 싶었다"고 했다. 나이가 지긋한 원조 팬들이 가장 많이 보는 방송사가 KBS였기 때문이라는 것. 그는 "젊은 분들이 이렇게 사랑해 줄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골든걸스>의 인기 몰이 배경에는 '도전하기 늦었을 때는 없다'는 서사의 힘이 자리잡고 있다.

<골든걸스>는 아티스트이 '걸그룹 도전'을 수락하는 과정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갔다. 박 프로듀서가 사전 설명도 없이 네 명의 디바를 직접 만나 '걸그룹'을 제안하지만, 다들 "이젠 그런 걸 할 나이가 지났다" "무섭다" "겁난다"며 손사래를 친다.

그러나 설득 끝에 "한번 시도해 볼 만한 것 같아" "두려워하지말고 저질러 봐야 할 때"라며 수락하는 장면은 감동을 자아냈다. <골든걸스>의 데뷔곡 <원 라스트 타임>도 이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았다. 인순이는 23일 쇼케이스에서 "다시는 안 올지 모르는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돼. 해봐야지. 해보지도 않고 무슨 소리냐. 신나게 해보자는 그런 내용을 가사에 담았다"고 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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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은 그들의 용기 있는 변화에도 공감했다. 데뷔 40년 차 4명의 디바는 낯선 공간에서 '합숙 트레이닝'을 선택했다. 굳어버린 몸을 바꿔나가고 자신이 평생 고집해 온 음악이 아니라 4세대 K-팝 스타일에 맞춰나가는 모습은 울림을 준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사랑 받아온 인순이에게 "성량을 줄여달라. 요즘 노래는 말하는 것처럼 해야한다"는 디렉팅이 떨어지고, 신효범에겐 "턱을 들지 말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짓다가도 이윽고 받아들인다. 이미 정상에 오른 이들이 유연하게 변화를 맞이하는 모습에 시청자들은 반응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각자 철학과 세계관을 가진 아티스트들이 맞부딪히며 조율해 가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라며 "우리가 인생 2막을 생각하면서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 쉽지 않은데 그런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결과에 관심을 가지게 했다"고 말했다.

방송과 별개로 짧은 숏폼 클립 위주로 소비되는 최근 시청자들의 흐름을 반영해 젊은층에 친근한 가수들과 콜라보한 전략도 유효했다.

<골든걸스>는 정규 방송에 그치지 않고, 콜라보 무대로 존재를 알려갔다. 아티스트의 목소리에 집중해 인기를 끈 <리무진 서비스>의 가수 이무진과 인순이의 콜라보, 보이그룹 제로베이스원 태래와 박미경의 콜라보는 큰 반향을 얻었다. 시청자들은 "이렇게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인지 몰랐다" "대선배를 찾아가는 기획 자체가 감동이다"며 '낯섦'과 '익숙함'의 만남에 즐거워 했다.

<골든걸스>는 데뷔 무대에 이어 콘서트도 준비하고 있다. 다음달  1일 정식 발매하는 데뷔곡 <원 라스트 타임> 이후 두 번째 곡 발표 여부에 벌써 관심이 모인다. 4인 4색 '경력직' 걸그룹의 유쾌한 도전이 연말 예능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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