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동의제가 방송법 위반?..."자의적 법해석"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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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측 임명동의제 폐지 주장에 노조 반발
방송법 위반 쟁점...전문가 "방송법 취지 부정"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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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엄재희 기자] KBS를 둘러싼 방송장악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사측이 주요 보직자에 대한 노조원의 동의를 얻도록 한 '임명동의제' 폐지를 주장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임명동의제에 대한 쟁점을 살펴보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KBS 사측 '임명동의제 폐지' 주장 배경은?

임명동의제는 주요 보직자를 임명하기 전 구성원의 동의를 받도록 한 제도로, KBS와 MBC, SBS, EBS 등 주요 방송사에서 시행되고 있다. 현재 KBS는 방송의 공정성과 관련된 주요 보직자인 통합뉴스룸국장(보도국장)과 시사제작국장, 시사교양1국장·2국장, 라디오제작국장을 임명할 때 교섭대표노조인 언론노조 KBS본부의 과반투표와 과반찬성을 받아야 한다. 임명동의제는 KBS 편성규약과 단체협약에 명시되어 있다. 

박민 KBS 사장은 취임 직후 70여 명의 대규모 본부장 및 국·부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임명동의 대상인 5개 국장 자리는 인사를 하지 않았다. 임명동의라는 장벽을 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로 인해 현재 보도국장 등 주요 보직자는 공석인 상태다. 그동안 주요 업무의 공백을 막기 위해 차기 인사가 확정되기 전에는 전임자가 그 직을 유지해 왔으나, 현재 KBS는 보도국장 등 임명동의 대상 보직 다섯 자리가 모두 비어있다. 

결국 KBS 사측은 지난 24일 임명동의제 폐지를 공식화했다. KBS 사측은 △방송법 위반 △사용자의 인사권 박탈 △이사회 심의의결 누락을 이유로 단체협약에 명시된 임명동의제를 폐지하는 보충협약 체결하자고 KBS본부에 요청했다. KBS 사측은 "방송법은 '공사의 직원은 정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장이 임면(제52조)'하고 정관은 '직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은 인사규정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임명동의제는 인사규정에 따르지 않는 것이고 이는 방송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장의 인사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니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박민 KBS 사장 ⓒKBS

임명동의제 쟁점은? 

전문가들은 임명동의제 도입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 시절 낙하산 사장에 의해 방송의 독립성이 흔들리면서 방송사 구성원들은 공영방송을 위한 최소한의 견제장치로 '임명동의제'를 내세웠다. 국내 방송사 중에서는 민영방송사인 SBS가 2017년에 처음으로 도입했고, KBS는 2018년 양승동 전 KBS 사장이 제작·보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며 노사합의로 임명동의제를 신설했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등 일부 신문사도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고 있다.

최우정 한국언론법학회 부회장(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은 "임명동의제는 언론사 사장과 코드가 맞는 사람을 편집장으로 임명해 특정경향으로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며 "공적 책임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송법 취지에 따라 만든 제도인데, 법을 자기 이익에 맞게 자의적으로 해석해 법치주의를 전면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송법의 취지를 잘못 해석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KBS 이사를 지낸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는 "방송법에서 사장의 임면권을 인정한 이유는 방송사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사장의 인사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사내 구성원의 의견을 배제하고 인사권을 행사하라는 취지는 아니다"며 "사장에게 인사권이 귀속된다고 하더라도 노사 합의를 통해 인사권 행사 방식 중 하나로 임명동의제를 선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KBS본부의 계획은? 

KBS본부는 28일 오후 사측의 보충협약 요구에 응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측의 주장과 달리 임명동의제 이행은 오히려 방송법을 준수하는 것"이라면서도 "어렵게 투쟁으로 이룩해낸 ‘임명동의제’를 지키는 것이 중요한 가치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교섭 수락 배경을 밝혔다.

KBS본부는 그동한 조합원에게만 부여됐던 투표권을 해당 부서 전 구성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보충협약에 나설 방침이다. 

KBS본부 측 정명아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는 “단체협약을 변경하고자 하는 것은 사측의 권리이지만, 단체협약은 본질적으로 노동자의 권리협약이므로 구성원들이 기존 근로조건을 저하하는 방식으로 된다면 받아들이긴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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