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전 펼친 YTN 최대주주 변경 일단 보류한 방통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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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투자 계획 등 추후 확인한 후 유진그룹 최대주주 승인 여부 결정"
연합뉴스TV 최대주주 노린 을지학원은 '불승인 전제'로 행정 절차 밟기로
탄핵 기로에 선 이동관 위원장 "졸속심사, 짜맞추기 심사 비판한 야당 정치공세 유감"

29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동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29일 열린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동관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PD저널

[PD저널=박수선 기자] 탄핵소추 기로에 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YTN·연합뉴스TV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 야당과 언론의 '졸속심사' 비판이 정치공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기업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YTN 지분을 모두 사들인 유진그룹은 지난 15일, 연합뉴스TV 2대주주로 있다가 최근 지분을 늘려온 을지재단은 지난 13일 각각 방통위에 최대주주 변경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동관 위원장·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방통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진그룹의 신청 건에 대해서는 방송의 공정성, 공적 책임 실현과 YTN 발전을 위한 투자 계획 등을 추후 확인한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 23일부터 26까지 나흘간 심사를 진행한 심사위원회에서는 유진그룹의 변경의 사유가 적절하다는 의견과 함께 방송의 공정성과 공적 책임 실현, 투자 계획 등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의견도 비중 있게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사위원회의 의견을 검토한 방통위는 “사회적 영향력과 공적 책임 등을 감안해 심사 과정에서 지적된 미흡한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한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추가 자료 요청과 점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을지학원에 대해선 불승인 처분에 앞서 신청 법인에 결과를 통보하는 행정절차를 밟기로 했다. 

을지학원은 심사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연합뉴스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방안 미흡 △유상증자 등 재원 확보 방안 실현 가능성 저하 △수익 전용 우려로 보도전문채널 최대주주로 부적합 등의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학원은 방통위의 '보류' 결정이 나온 직후 입장을 내고 연합뉴스TV최다액출자자 변경 신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경기도 과천정부청사 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

동시에 진행된 두 보도전문채널 최대주주 변경심사는 이례적인 속도전으로 치러졌다. 방통위는 유진그룹의 신청서를 접수한 지 하루만에 양 보도채널의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하고, 2주만에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방송법령은 신청 접수를 받은 이후 60일(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때는 최대 90일) 내에 심사 결과를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지상파 방송사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 심사 사례를 봐도 2개월 이상 걸리는 게 보편적이다.  

2021년 SBS 최대주주 변경 심사를 신청한 TY홀딩스는 5월에 신청서를 제출한 뒤 넉달이 9월에 승인을 받았다. 같은해 광주방송 최대주주 변경 승인도 접수와 심사, 결과 의결까지 석달가량 걸렸다. 

방통위가 최대주주 변경 심사를 서두른 배경에는 탄핵소추안이 재발의된 이동관 방통위원장의 처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이동관 탄핵소추안’을 재발의한 민주당은 오는 3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소추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동관 위원장도 지난 27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되고 5~6개월 뒤에나 심사하라는 건 사실상 직무유기”라는 말로 심경을 드러냈다.  

초유의 '방통위 1인 체제'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날 방통위 전체회의에는 보도전문채널 변경심사 안건뿐만 아니라 방문진 보궐이사 임명, MBN 재승인, 2020 방송 평가 등도 의결 안건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심사위원회의 심사가 끝난 뒤에 다시 구체적인 계획을 받아보겠다는 'YTN 최대주주 보류 결정'은 드라이브를 걸 때부터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최대주주 변경 승인 보류 결정이 나온 직후 “지난 21일 심사위원회가 꾸려지고 일주일도 안 돼 심사를 마치고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말이 안 됐다”고 주장했다. YTN지부는 “일반 방송사 재승인 재허가 심사 때도 제출 서류가 책으로 서너 권인데, 승인 신청 하루만에 기본계획을 의결한 건 전례 없는 일”이라며 “그 짧은 기간 유진그룹이 YTN 주주 자격을 입증할 자료를 제대로 만들었을 리 만무하다. 시켜서 한 일이라고 면죄부를 받는 것이 아님을 알 길 바란다”고 했다. 

이동관 위원장은 공정한 심사가 이뤄졌다고 자평하면서 야당과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이동관 위원장은 “보도전문채널 최대주주 변경과 관련해 엄격하고 투명·신속하게 심사하겠다고 처음부터 공언했고, 약속대로 심사위 구성부터 심의 의결까지 제대로 이행했다”며 “야당과 일부 언론이 졸속심사, 짜맞추기 심사라고 정치공세를 펼친 것에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당을 겨냥해 “묻지마 탄핵 진행하고 있는 야당은 보도전문채널 심사가 위법하다는 내용까지 탄핵 사유로 추가했다. 어처구니 없는 생트집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며 “2017년 문재인 정부 당시 TV조선 재승인 과정에서 점수까지 조작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에 비춰본다면 도둑이 제발 저린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취임 이후 100일 동안 어떤 경우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경우가 없다. 다수 의석을 가진 야당의 폭거를 국민이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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